솔직 담백한 경영 일지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에는 츠타야의 창업주인 마스다가 그간 경영을 해오며 느끼고 배웠던 것들이 담겨있다.
한 두장의 짧은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래 CCC(컬쳐 컨비니언스 클럽. 츠타야 서점을 운영하고, 기획을 컨설팅하는 회사) 블로그에 연재했던 글들 중 엄선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저자가 서두에 밝혔 듯 생생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글을 다듬지 않고 실었다. 읽다 보면 허술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생생한 일기를 읽는 것 같다.
몇 가지 인상 깊었던 내용을 정리했다.
2호점은 1호점의 성공요소들을 꼽아, '1호점처럼 이런 점들을 잘 만들면 고객들이 좋아하겠지'라는 생각으로 개점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망한다.
1호점을 만들 때에는 절박한 생계로 인해, 성공에 대한 당위성 때문에 엄청난 준비를 하게 된다. 다만 2호점을 개점할 시기엔 1호점에서 들어오는 여유 자금들과 성공 경험이 있기에 오히려 실패하기 쉽다. 그래서 마스다는 이렇게 생각했다.
2호점의 경우 1호점의 경험을 토대로 더 고객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사원이나 아르바이트생 입장에 서서 더 가고 싶어 지는 혹은 더 일하고 싶어 지는 매장을 기획할 수 있다면 1호점 이상으로 성공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늘리고, 회사를 확장하면 본래 하고자 했던 일보다 신경 써야 할 다른 일들이 많이 생긴다. 마스다는 삼촌으로부터 "적당한 규모로 회사를 운영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회사가 너무 커지면 자유를 잃게 된다고. 하지만 선택의 기로에서 마스다는 확장을 택했다.
회사를 키움으로써 회사는 이익을 내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고, 우수한 사원도 들어오고,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의 규모가 커져야, 더 우수한 사원도 뽑을 수 있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스다는 생각하지 않는 집단이 되면 회사는 성장을 못하는 것이 아닌 쇠퇴의 길로 들어선다고 생각했다. 회사는 생각하는 집단이 되어야 한다.
생각하는 집단은,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이게 함으로써 실현해왔다.
그래서 마스다는 조직을 '무선 네트워크로 이어진 개인택시 집단'으로 만들었다.
큰 택시 회사에 근무하면 며칠 몸이 아파도 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개인택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배 이상으로 건강에 신경써야 한다. 큰 택시 회사의 기사는 이직도 자유롭지만, 개인택시 기사는 사업에 투자한 자금 회수도 필요하여 쉽사리 이직할 수도 없다.
회사라는 그룹에 속해있지만, 개인마다 주인의식과 독립성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만 비로소 생각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집단이어야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변화에 대응만 하고 있어서는 회사가 무너지고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는 한 회사는 성장할 수 없다. 주체성이 없는 사람의 집단은 변화에 뒤처져 사회에서도 도외시당한다.
리더는 꿈을 그려야 한다.
리더는 사람을 통합하고 움직이는 힘을 갖춰야 하지만, 기술력도 물론이거니와 그 집단이 가져야 할 꿈을 그리는 힘이 더 중요하다. ‘세계 최고의 기획회사’ 그것이 CCC를 시작한 이래의 꿈이다.
꿈만으로는 안되고, 목표와 역할 분담을 정해야 한다.
실제로 하는 것은 모두이지만, 목표점을 정하고 그 역할 분담을 정하는 것은 리더의 일이다. 그런 식으로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마련하지 않으면 사람은 기분 좋게 일할 수 없다. 일을 더 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리더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사람은 움직여주지 않는다. 꿈만으로는 꿈을 실현할 수 없다.
직장인들의 가장 큰 불만은 이렇다.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여 열심히 일하는 것은 즐겁다. 하지만 '먹고 살기'위해 직장을 다니는 데, 내가 일한 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동기가 저하된다. 심지어 그 보상이 별 성과 없던 타인에 비해 낮게 주어졌을 때의 박탈감은 크다. (이 때문에 회사에서 연봉이나 인센티브를 서로 밝히는 것은 금기되어 있지만..)
마스다는 이 점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곳에서 리더가 완수해야 할 역할은 어느 은행을 노릴 것인가 하는 ‘전략’의 입안과 무리를 모을 리크루팅과 성공했을 때의 ‘이익 분배’다.
이익 분배를 단순히 사람 수로 나누면 반드시 불평이 나온다. 모두가 납득할 만한 각자의 역할이나 공헌에 상응하는 보수를 약속하지 않으면 리더는 다음 프로젝트에 사람을 모을 수 없다.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역량은 수익 분배 능력이다. 하지만 상장회사 등 이미 완성된 회사에는 보수 제도라는 것이 존재하여 보수를 간단하게 정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좀 더 말하면, 리더는 그 보수 제도에 근거하여 평가할 뿐 능력이나 성과에 따른 수익 분배를 하고 있지 않다.
보수를 분배한다고 하는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완수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모두 독립하여 창업을 한다. 그래서 대기업은 성장하지 않고 변혁도 생기지 않는다(?).
CCC는 올해부터 아메바 경영을 도입하여 휴먼 스케일의 벤처기업처럼 개개인의 일이나 성과에 따라 보수가 다른 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나 사업에 따라 상황은 다르겠지만 개별로 하면 불평등이 일어나니까 불평등이 없도록 보수위원회를 개최하여 경영진이 논의하면서 새로운 보수의 사고방식을 기획하고 있다. 기획회사로서 자랑할 수 있는 보수 제도를 만들고자.
마스다가 자신의 프리젠테이션 노하우에 대해 밝혔는데, 두고두고 기억해도 좋을 만큼 인상 깊다.
잊으면 안 된다. 프리젠테이션은 발표자가 주인공이 아니라, 청자가 주인공이라는 것을.
마스다는 고객에게 영업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일단 사장실의 이시쿠라 군에게 ‘원안’을 만들게 한다. 첫 고객이나 기획일 때는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브레인스토밍으로 키워드를 전하고, 단골고객일 때는 아무 말하지 않아도 이시쿠라 군이 기본 자료를 만들어준다.
그 원안이 괜찮으면 자료를 전부 출력하여 고객 입장에서 바라본다. 지루한 부분은 삭제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이해하기 쉽게 수정 요청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략 훑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앞에 두고 눈을 감은 후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를 떠올리고 완전한 고객의 기분으로 고객 입장에서 다시 한번 어떻게 전해질 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객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설명의 흐름이나 프레젠테이션 시간의 길이 등을 이미지로 그리면서 최종 점검을 한다.
여기서는 이런 질문이 나올 것이다, 여기서는 휴식 시간을 넣어야 한다, 만나지도 않은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고 만나지 않고도 답이 보일 정도가 될 때까지 집중하여 시뮬레이션한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완성된 파워포인트 페이지를 넘기며 고객의 느낌이나 기분을 내 안에서 끌어낸다.
그 느낌을 기억하고 실제로 고객 앞에 선다. 그때는 이미 상대의 기분을 손에 잡힐 듯 이해하고 있는 내가 있다. 말하는 내용도 파워포인트도 모두 머릿속에 들어 있어 클릭만 해도 어떤 페이지가 나올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의식하지 않고 할 수 있다.
나의 의식은 오로지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집중되어 있다.
고객의 행복을 우선하면 돈은 따라온다. 익히 들어본 말이지만, 실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할 때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하다 보면 사업의 본질을 잊기 쉽다.
전자는 일이 잘 안 되면 ‘고객의 시선에서 더 멋진 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 개선을 시도하지만, 후자처럼 단순히 따라만 하는 회사는 ‘왜 잘 되지 않을까?’ ‘왜 돈이 벌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뿐이다.
가게는 손님을 위해 있고 돈벌이는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선인의 가르침을 다이칸야마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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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한 사람이 최고의 행복을 실현하는 접근법으로 세상을 즐겁게 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돈도 따른다. 그런 식의 기획을 생각하는 사람 중에 부처처럼 온화한 얼굴을 한 사람이 많은 이유는 분명 그 때문이다.
<두 번째 명함: 나와 꼭 맞는 일을 찾아내는 13가지 방법>을 읽었을 때, 자신의 철학과 어우러지는 사업을 하라는 말이 있었다. 마스다는 컬처와 기획에 관심이 많았고, 그런 사업을 하기에 일단은 고객의 행복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사업을 해야만 본질을 잊지 않을 수 있다.
영감은 책상에서 나오지 않는다.
사람은 산책을 하거나 조깅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낸다는 사실을, 어느 뇌과학자가 실험하여 텔레비전에서 그 결과를 발표했다. 확실히 회의실에서 생각하기보다는 물건을 보면서 생각하는 게 상상력도 넓어진다. 특히, 주택가를 달리거나 경쟁점을 보면 새로운 이미지나 아이디어가 솟는다.
고객과 상품을 알기 위해 세상에 있으라.
신규사업과 관련한 기획이 많고, 신규사업이란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상품, 새로운 기획에 의해 사업화한 것으로 고객과 상품을 알지 못하면 불가능하다. 회사에 있는 정보 같은 데서 기획이 생겨날 리 없다. 그래서 “세상에 있으라”고 한 것이다.
정리 정돈된 업무 환경은 중요하고, 그를 위해서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너덜너덜한 편지나 잡지 같은 얼핏 쓰레기로 보이는 것도 회사에 무척 중요한 자료이거나 누군가에게는 보물 같은 편지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사무실 정리는 웬만해선 아르바이트생이나 일반사원은 할 수 없다. 중요한지 어떤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장실에서는 구독할 잡지를 정하고 둘 곳도 정한 후 그 관리를 누가 할 것인가까지 정해두었다. 사무실 공간이 산뜻하도록 각각의 공간도 담당자를 정하여 그 사람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오늘도 많은 회의에 나와 있으니 돈을 번다거나, 회사 이미지를 올린다거나, 사람을 키운다거나 하는, 뭔가를 계산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 많지만 진짜 결단이란 답이 없고 계산도 없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세계.
그러고 보니 결혼도 그랬다. 자신을 믿는 수밖에.
자신을 믿을 수 있는가? 매일의 삶의 방식에 좋은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답이 있다.
좋은 결단에는 답이 없기 때문에, 그저 나를 믿는 수밖에 없다.
경영자가 되면 누군가를 만나거나, 회사를 운영해나가고 키우는 데에 많은 감상을 느끼게 되는구나.
경영자가 아니어도, 업무 하다가 새롭게 느낀 영감이나 경험을 일기처럼 정리하면 좋을 것 같다. 당시엔 별거 아닌 것 같더라도, 모이고 쌓이면 큰 자산이 될 것 같다.
이번 책을 읽고선 나도 나만의 수첩을 정리해야지라는 각오가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