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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지 Sep 22. 2019

<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

낯선 곳에서 나를 찾고자 했던 이야기를 읽고, 일상을 낯설게 느낀다면.

뉴욕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곧 뉴욕으로 여행 간다기에 이 책을 추천했다.

<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는 작가가 뉴욕에서 1년 동안 지내며, 미술 작품을 좋아한 현직 기자가 작성한 에세이다. 회사 연수 차원으로 1년간 뉴욕 아트스쿨에서 수업을 듣고 잠시 뉴요커가 된다.


화려한 뉴욕 보다, 낯선 도시였던 뉴욕

뉴욕과 미술 작품. 작가는 미술 경매 시장에 대한 수업을 들었지만 오히려 미술품이 예술 작품이 아닌 상품으로 취급되는 그 시장에 심리적 거리감을 느낀다. 수억 원이 왔다 갔다 하는 뉴욕의 화려한 미술 시장 보다, 뉴욕에서 괴테와 뒤러의 흔적을 찾고 싶어 한다.


외국인으로서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살았던 생생한 경험이 담겨있는데, 차가운 도시에서 그녀가 어떻게 적응해갔는지 느껴볼 수 있었다. 특히, 주거비가 비싼 뉴욕에서 지내기 위해 여러 사람과 집을 셰어 해서 지냈고, 그로 인해 겪었던 난감한 경험들이 와 닿았다.


누구보다 나와 가깝게 지냈던 시간

그녀는 잠시나마 뉴요커로 살며 조금씩 "This is Newyork"이라는 의미를 배워갔다. 뉴욕에서 지냈던 1년 간의 시간은 온전히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으로 남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작가가 자신의 상황을 끊임없이 선망하는 예술가에 비유한 점이다.  롤모델이 되어보고자 그 사람의 흔적을 따라가며 그의 장점을 흡수하는 것은 의미 있다. 그러나 누구도 아닌 그저 나 자신이 되어보는 것이, 그래서 온전한 고독에 빠지는 것. 이것이 나의 본질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한다고 믿는다.


일상에서도 낯설게 살기

요즘 점점 더 많은 이들이 해외에서 잠깐 살거나 세계일주를 하는 등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나도 언젠가 이런 경험을 하고 싶지만, 당장은 이 곳에 정착해 집중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그럼에도 매일 마주하는 일상은 어쩔 수 없이 반복적이다. 낯선 곳도 아니고, 귀국일이 찍힌 티켓을 들고 있지 않기에 특정한 목적이나 의미를 가지긴 어렵다. 그러나 일상에서도 마치 낯선 곳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처럼 살아본다면?


나는 요즘 낯설게 살고 있다.

나는 마치 낯선 곳에 발 디딘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사람처럼 지내고 있다. 몇 년 동안 살아온 동네지만 여행자의 신선한 눈으로 골목 구석구석을 훑는다. 마치 로컬을 흉내 내고 싶어서 공원에 가는 것처럼 달리기를 하러 간다. 그러다 보니 일상이 신선해졌다. 가끔은 당장 1, 2년 후에는 내가 어디 있을지 모르니 지금 이곳을 더 생생하게 느끼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곤 어딘가로 갈 거라는 예감이 든다.



예전에는 낯선 곳(이기 위해 보통은 외국)에서 색다른 경험을 한 사람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이제 부럽지 않다. 나는 혼자 낯설게 지내는 법을 알고, 즐기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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