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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지 Dec 15. 2019

<지적자본론>

고객에게 가치 있는 제안을 하는 회사만 살아남는다.


<지적자본론>은 일본의 츠타야 서점 체인의 창업주로 유명한 마스다가 쓴 책이다. 사람과 공간에 대한 그의 철학과 현재 산업에 대한 그의 관점이 드러나 있다. 나는 그를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를 통해 먼저 접했다. <지적자본론>은 그 이전에 쓰였고, 그의 경영 철학과 기획 마인드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는 그의 철학이 담긴 다양한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읽어볼 수 있다. 두 권 다 빠르고 재밌게 읽을 수 있고 그 안에 참신한 인사이트들이 담겨있다.


지적자본: 3rd Stage

지적자본은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가시화하는 행위이다.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념이나 생각에 형태를 부여하여 고객 앞에 제안하는 작업이 디자인이며, '기획'과 같은 의미다.


마스다는 산업의 흐름을 3가지로 분류한다. 첫 번째는 공급보다 수요가 넘쳤기 때문에 고객에게 필요한 물건을 단순히 만들어 공급하기만 하면 되었던 시대. 두 번째 스테이지는 플랫폼의 시대이다. 첫 번째 스테이지를 통해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가 되었기에 고객에게 다양한 상품을 편리하게 접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한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플랫폼도 넘쳐난다. 


세 번째 스테이지는 제안의 시대다. '고객에게 얼마나 정확한 제안을 할 수 있는가'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른다.

세컨드 스테이지에서의 사업은 플랫폼을 만들거나 그곳에 상품을 진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즉, 사업자와 고객 사이는 ‘1 → n’의 관계였기 때문에 하나의 해법을 가지고 불특정 다수(고객)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안 단계에 이르면 그런 방식으로는 고객의 요구에 대응할 수 없다. 제안은 기본적으로 ‘1→1’의 도식 안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안은, 상대방이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한 이후에 실행에 옮겨야 비로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렇다, 제안을 하려면 상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추론이 중요하다.

서드 스테이지는 고객에게 가치 있는 것을 1대 1로 제안해야 한다. 고객에 대한 이해, 즉 데이터를 통한 추론이 중요하다. CCC에서는 T포인트(5000만 명의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고 제안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츠타야 서점은 고객들에게 라이프스타일을 효과적으로 제안하기 위해 서적 배치 방식이 보통 서점과 다르다. 서점의 직원들은 이러한 제안을 위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


마스다는 책에 여러 번 걸쳐 지적자본을 강조한다. 지적자본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지가 회사의 사활을 결정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스테이지에서는 재무 자본이 중요했지만, 우리가 맞이한 이 세 번째 스테이지에서는 고객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 제안을 할 수 있는가(지적자본) 가장 중요하다.


CCC의 철학

CCC(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은 기획 컨설팅 회사이다. 회사의 브랜드인 츠타야는 물론, 다른 회사들에 기획 컨설팅을 하고 있다. 

CCC의 중심적 철학은 앞에서 예로 든 ‘고객 가치’와 이 ‘라이프 스타일 제안’이라는 두 가지 단순한 키워드로 요약된다.

그래서 CCC는 매장을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해 주는 형식으로 재편했다. ‘영화를 즐긴다.’, ‘집에서 생활의 여유를 맛본다.’, ‘소통을 창출한다.’…… 이렇게 주제별로 구분된 구역 안에서 보다 구체적인 제안을 실행하고 그 제안을 가능하게 하는 가전제품을 상품 분류 기준을 초월해 진열한다.

츠타야 서점이 다른 서점들과 다른 점은 매장에 물건을 그저 나열해놓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제안'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그 제안을 매장에 표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이케아가 떠올랐다. 이케아에 가면 우리는 먼저 이케아가 제안하는 인테리어를 만난다. 

"거실에 따뜻한 조명과 붉은 소파를 두면 강렬한 느낌이 나는구나."

"아이 방에 이층 침대에 캐노피를 두면 아기자기한 느낌이 나는구나."

사람들은 이케아의 쇼룸을 보고 이케아의 '제안'을 만난다. 단순히 대분류와 소분류로 나뉜 공간에 물건을 집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 이케아의 쇼룸 덕분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한 두 개 정도 물건을 더 사들고 나오게 된다.


무조건 고객 중심이다.

대부분의 회사가 "우리는 고객 중심입니다", "고객을 향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말로 그럴까.

대부분의 경우, 고객이 가치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그것이 세계 최초인가'보다는 '자신에게 얼마나 쾌적한 것인가'이다.

간결하지만 큰 울림을 준 내용이다. 많은 기업들이 "우리 제품은 세계 최초로 이런 기능을 가집니다!"라고 선전한다. 박수받을 일이지만 그 박수는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 또는 기술자로부터만 받을 수도 있다. 소비자는 세계 최초를 원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가치를 주는 것을 원한다.

예를 들어, 더 이상의 기술적 혁신이 더뎌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은 폴더블 폰을 만들었다. 

그런데, 정말 사람들이 원하는 형태일까? 기술적으로 훌륭하고 가치 있는 상품이다. 다만 사용자 관점에서 2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하며 살 가치가 있는 제품인지는 미지수이다. 

반면, 애플에서 매년 나오는 아이폰들은 딱히 기술적으로 많이 진보해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매번 미묘하게 편리한 iOS의 기능들, iOS 생태계간의 편리한 인터페이스들은 꾸준히 나아진다. 이 때문에 별다른 혁신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도 매년 애플의 매출과 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닐까.



기획을 위한 조직구조: 클라우드 조직

마스다는 기획을 잘하기 위한 조직은 수평적이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는 이를 클라우드형 조직이라고 한다. 

회사가 거대해지면 조직은 그것을 운영하기 위해 세로로 분할, 즉 직렬형이 되어 버린다. 즉, 역할과 계층이 형성되고 만다. 그 결과, 지적자본과 현장이 분리되어 버린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그 큰 덩어리를 운영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위계가 발생한다. 위계가 발생하면 위로 올라갈수록 직권자들은 현장에서 멀어진다. 그렇게 지적자본은 멀어지고, 조직은 둔해진다.

그는 그래서 CCC를 여러 개의 회사로 나눠서 분사시켰다. 그리곤 그 회사들은 그저 회계적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창업 회사처럼 사업을 하도록 했다. 

또한, 그는 기획을 하는 구성원들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한다.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곳은 직렬형 조직이 아니다.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이 병렬로 연결되어 각각의 힘을 모아 기능을 높여 가는 클라우드적 발상에 근거한 조직이다. 수직 관계의 멍에로부터 자유로워진 인간만이 그런 조직을 구성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다.

단,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사명감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두고 싶다. 단순히,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것이 자유다.



요즘 기획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 있어서 기획의 정의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함께 일하는 기획자분들께 물어보기도 하고, 스스로 생각해보기도 했다. 

"일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실행하는 것"이라고 정했다.

고객을 위하는 기획이라면, 마스다의 정의가 맞는 것 같다.

"기획은 소비자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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