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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원 Jul 22. 2023

“르네에게”의 기획 의도에 대하여.

“마음이 와장창..”

원래 영화의 기획 의도라는 것은 시나리오 첫 장에 적히는 것이죠. 혹은 영화 제작 지원 사업을 위한 문서나 영화제 제출을 위한 문서에 적히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개인 블로그에 적히는 것이 아니겠지요.


저는 뮤비 감독으로 또 광고 감독으로 상당히 긴 시간을 활동해 왔습니다. 성공이라면 성공, 실패라고 하면 실패라고 할 수 있는 그 애매한 지점에서 저는 늘 괴로웠습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성공이라면 성공.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성공이라면 실패.

저는 그 경계에서 한 없이 괴로웠습니다.


자부심을 느낄 수 없었던 까닭은 “제가 해온 모든 것들이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다.”라는 변덕스러운 이유였습니다.

“이 물건을 사서 사용하면 당신은 행복해질 것입니다. “ 혹은

“이 가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라는 식으로 제가 만든 영상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누군가가 돈을 주고 맡긴 내용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디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전 뮤직비디오, 광고 일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모든 노력과 그 업적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리고 또한 제가 해온 모든 일들이 무의미하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문뜩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생겨나 버렸고 그 말이 헛소리일지언정, 의미 없는 말일지언정 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누군가는 제게 면전에 “당신은 예술병에 걸렸다.”, “영화병에 걸렸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서운하지 않았습니다. 저 스스로도 종종 “그 말은 사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이게 병이라면 치료는 해봐야 되는 거 아닐까요?

저의 치료의 방식은 일단 닥치고 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제게 뭐라고 말하더라도요.


“르네에게”는 상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꿈, 연인, 친구, 자존감 등 저는 자주 너무 많은 것을 자의와 타의로 잃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저라는 사람을 뿌리까지 잡고 흔들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그 감정에만 빠져서 살아갈 수는 없기에 결국 나는 그것을 딛고 일어나야 한다.”라는 비장한 생각에 사로 잡혔고 반드시 표현해내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최대한 무겁지 않게, 덤덤하게, 애틋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아내려 애썼습니다.

별것 아닌 메시지를 그럴싸하게 보여주려고 애써온 게 지난 삶이었다면 비장한 메시지를 편하게 전달하고 싶은 게 지금의 마음이니까요.


저는 30대가 되자마자 많은 상실에 시달렸습니다.

어릴 적 친했던 그 친구들은 이제 직장이 달라서 사는 환경이 달라서 멀어지고 가장 친했던 친구는 서로 욕심이 많아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저와 한 집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셨던 조부모님들과 아버지도 한순간에 떠나버리셨고 제가 정 주던 연인들, 친구들, 같은 직장에 일하던 사람들 모두 제가 미워져서 혹은 더 이상 제가 의미가 없어져 떠나갔습니다.

게다가 타인을 상실하는 것도 모자라 목표도 없이 떠돌며 자신을 먹여 살리는 직업을 미워하는 못난 인간이 되고 만데다가 드디어 자신의 꿈과 목표마저 상실한 패배자가 되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이 지점을 깨닫고도 저는 그대로 살아갈 순 없었습니다.


저희 영화는 음악 영화입니다.

본 영화의 음악의 가사는 모두 제가 적었습니다.

첫 곡의 가사를 이렇게 적어 보았습니다.

“부서진 꿈을 모두 주워 담고서, 아무도 듣지 않는 노랠 불러도. “ 라구요.


“르네에게”는 그런 종류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자주 넘어지고 무너집니다. 저는 종종 마음이 크게 다치고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것을 잃고 후회하기도 하고 합니다.

혹시나 당신도 그러신가요? 저는 자주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이제라도 주워 담고 싶습니다.


이제라도 다시 꿈을 꾸고 싶고요.

가족, 친구, 직장 동료, 후배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정말 한치의 거짓 없이 절절합니다.

근데 그러기 위해서 저는 또 무언가를 상실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 마음을 저희 영화의 주인공 은영이에게 부탁하여 그녀를 통해 속 시원하게 울어버리는 것으로 해소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좋은 예술은 사람을 가르치고 깨우치게 만들기도 하지만 힘들 때 안아주기도 하는 게 그 역할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저는 슬플 때, 아플 때, 우울할 때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고, 음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위로를 받고 구원을 받았습니다.


여러 사람의 고생 끝에 만들어진 이 “르네에게”라는 영화는 첫장편인지라 너무나 힘겹게 완성되었고 드디어 끝내 저를 끌어안아주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런 기분을 받았습니다.

“르네에게 “가 저와 같은 아픔과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안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그랬으면 합니다.

조금 거칠고 표현이 부족하더라도 그런 제 진심만을 채워서 만들어낸 영화입니다. 정말입니다.


이제부터 여담이지만

애석하게도 저는 완벽한 사람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그게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조금이라도 제게 그것을 기대했다면 정말 죄송할 따름입니다.

K-힙스터 운운하며 적었던 글, 그거 제 얘기입니다.

이제와 다시 보니 그건 그냥 저란 사람에 대한 반성문입니다.

그 글을 통해 상처를 받으신 분들이 있다면 진심을 다해 사과드립니다.

저는 완벽하지도 않은 주제에 확신에 차서 말하는 실수를 종종 하곤 합니다. 전부터 고치려 해도 좀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그건 제가 인간종으로 태어난 비애입니다.


제가 그런 인간 임에도 불구하고 저를 믿고 저희 영화를 투자해 주시고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고생하신 만큼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르네에게”가 소중한 이야기가 되어 그것이 자부심이 되시기를 바라고 바라며 잠에 듭니다.

어떤 말로도 제 마음을 다 표현할 수는 없을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그 무엇도 저의 실수로 상실하고 싶지 않습니다.

모든 걸 되돌리고 싶습니다.

제게 서운하셨던 분들은 연락 주세요.

정말이지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두서없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과 정신이 어지러워 타인이 읽기 편한 글을 적기가 어려운 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조금만 덜어내고 싶었습니다.

아주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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