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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원 Apr 27. 2022

집 나가면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최고의 캠핑을 갔다 온 썰 푼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로 캠핑에 열풍이 불기 시작했을 무렵, 나와 와이프는 캠핑을 시작했다.

유행에 것들에 휩쓸려 살아가는 것을 죽도록 싫어하는 나라지만 캠핑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지금은 캠핑을 시작한 지 어언 3년이 되었다. 캠핑이라는 것이 정말 좋은 날도 있고 상황과 날씨 때문에 당혹스러운 날도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어제 다녀온 캠핑만큼은 인생에 손꼽을 만큼 좋았기에 자랑하는 마음으로 글을 남겨 보려고 한다.

나에게 최고로 추천하고 싶은 캠핑 장비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나는 Fuji X-pro3라고 말할 것이다. 늘 내가 캠핑에 와서 불만이었던 것은 사실 내가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캠핑장의 풍경을 기록하고 남겨두고 싶어도 내가 가진 카메라들로는 늘 불만족스러운 결과물들 뿐이었다는 것이었다. 그 좋다는 소니의 A7R 시리즈를 챙겨가도 그 점은 마찬가지였다. 물론 사진 보정을 통해서 좀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캠핑 때 찍은 사진까지도 보정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내 손을 거쳐 보정을 거치는 순간부터 내가 경험한 추억조차 가짜가 되어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강박 때문일 것이다.

Fuji X-pro3는 그저 순간의 눈앞의 상을 담아주는 것 이상의 무엇이 있다. 과장 좀 보태서 셔터를 누르는 사람의 순간의 감정까지 담아주는 카메라랄까. 그렇게 찍힌 사진을 일일이 보정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무의미한 일이다.

화로대를 잘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절대 애지중지하지 않기. 최대한 막 사용한 다음 재를 버린 다음 대충 화로 가방에 쑤셔 넣기. 불에 그을릴 대로 그을러 엉망이 된 화로만큼 멋진 것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포일까지 깔아가며 화로를 깔끔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던데 그런 건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요새는 페트로막스 아타고라던지 이런저런 화로대가 유행 중이라지만 나는 스노피크의 화로대가 좋다. 왜냐면 내 머릿속에 화로대라고 하면 떠오르는 실루엣에 가장 근접한 물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장작만 저렇게 산 모양으로 요령 좋게 쌓아주면 불길이 멋지게 위로 솟구쳐 오르는 것이 참 멋지다. 모닥불을 바라본다는 것은 인류 최초의 엔터테인먼트가 아니었을까? 먼 옛날의 인류는 저 타오르는 불꽃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고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주고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인류 최초의 엔터테인먼트는 아직까지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현대인들을 자극한다. 사실 내가 캠핑을 오는 이유의 3할이 불장난을 하고 싶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더 많은 캠핑을 나와 함께 하며 더 타고 그을러 멋진 화로대가 되어주길..

나는 Fuji X-pro3와 그 렌즈들이 만들어주는 보케를 정말이지 좋아한다. 꿈속에서 경험하는 시각 마냥 몽환적이다. 그래서 일부로 엉뚱한 곳에 포커스를 맞춰 찍어볼 때가 있다. 그 보케는 흑백의 이미지와 만났을 때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저번에 생일이라고 제자인 근재가 와인을 사 왔다. 별생각 없이 “고맙다. 허허허..” 하고 받았는데 “꼭 혼자서나 사모님이랑만 드세요.”라고 하길래 뭐길래 그러지? 하고 검색을 해보았더니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싼 와인이었다. "이 정도로 좋은 와인은 뭔가 스스로 자축할 일이 있거나 특별한 날 마셔야지." 라는 생각이 들어 방 한편에 장식해두고 있었지만 왠지 내 인생에 자축할 일도 특별한 날도 얼마 간은 생기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캠핑에 들고 가게 되었다. 코르크를 따자마자 폭발하듯이 입구에서 새어 나오는 향기가 코를 자극하는 것이 이거 보통이 아니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마셔보니 기품 있고 밸런스가 좋으면서도 온갖 향이 폭발하는 아주 좋은 와인이었다. 나는 술 중에 와인을 제일 좋아하면서도 깊은 곳에 숨어있는 속마음에는 와인에 대한 혐오가 아주 살짝 자리잡고 있다. 와인을 온갖 허세를 떨면서 있는 격식, 없는 격식 다 차려가며 마시는 인간들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좋은 와인을 마실 때는 그런 나조차 조금은 겸허해진다. 정말 좋은 술이었다. 별 것 없던 하루조차 특별한 날로 만들어줄 만큼 말이다.

캠핑의 가장 좋은 점은 이런 뷰를 바라보며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술과 음식을 음미하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어디 놀러 가 사진 찍어놓고 인스타그램에 해쉬태그로 "#힐링" 타령하는 것을 싫어한다. (나란 인간은 참 싫어하는 것도 많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이렇게 장소와 날씨, 술, 음식, 음악, 옆에 있는 사람까지 완벽하게 맞아떨어져 버리면 '힐링'이 되었노라 말할 수밖에 없다. 정말이지 힐링을 당해버리고 말았다. 그 간의 뭐라 말할 수 없는 우울이 증발해버리는 기분이었다.

캠핑장에 도착해 두 시간의 길고 긴 세팅을 끝내고 간단하게(?) 바지락 김치 칼국수를 끓여 먹었다. 나는 스스로 무언가를 잘한다고 내 입으로 직접 말하기 쑥스러워하는 사람이지만 요리만큼은 스스럼없이 입 밖으로 꺼내는 편이다. 아마도 “나는 돈이 많다.”, “나는 무언가에 재능이 있다.”, “나는 멋지다.”, “나는 좋은 무언가를 소유하고 있다.” 같은 자랑은 (위에 열거한 것 중 그 무엇도 나란 사람이 자랑할 사유가 못 되지만은..) 본인에게만 좋은 것이지 타인이 알아봤자 알고 싶은 내용도 아니고 득 될 거리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점에서 요리는 다르다. 내가 잘하면 타인이 행복할 수 있는 몇 없는 자랑 거리이다. 그렇기에 나는 거리낌 없이 요리를 잘하는 나를 타인에게 자랑하곤 한다. 나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요리를 해주는 것을 참 좋아한다. 먹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기분이 너무 짜릿하기 때문이다.

이 날의 김치 칼국수도 역시나 최고였다. 캠핑장에서 하는 요리는 집에서 하는 요리보다 컨트롤하기도 힘들고 정확한 레시피와 요리 과정을 지키기 힘들어 분명 맛이 덜할 텐데도 밖에서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이 참 마법 같은 게 훨씬 더 맛있게 느껴지게 하곤 한다. 캠핑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 말에 동감하지 않을까?

아직 4월 말인데 날씨가 한 여름 못지않게 더웠다. 선풍기를 챙기면서 "아직 4월인데 너무 유난 떠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결코 유난이 아니었다. 작년 여름 캠핑에 지쳐버려서 캠핑용 에어컨까지 알아보았는데 밖에 나와서 잠을 자면서도 그렇게 까지 문명의 이기를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은 참 우습게 느껴져 포기했었다. 성능도 시원찮다는 리뷰도 많이 보았고 말이다.

3년 동안 내가 캠핑을 하면서 깨달은 교훈은 단 한 가지이다. "최대한 짐을 줄일 것." 즐거워야 할 캠핑이 노동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캠핑을 가기 전 메모장을 켜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캠핑 용품 리스트를 적어 놓고 가려는 버릇이 생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단 한 번도 캠핑 짐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적은 없다. 그놈의 "그래도 이건 좀 챙겨가면 좋지 않나?"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건 정말 내가 고쳐나가야 할 숙제다.

이번에 새로 산 랜드 페이지 사의 헥사 타프를 피칭해보았다. 여태껏 이런저런 장비는 잘만 사면서도 타프를 사는 것만큼은 머뭇거린 이유는 뭔가 내가 원하는 디자인의 타프가 아무리 뒤져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작년 여름에 헬리녹스 사의 렉타 블랙 3.5를 사서 기세 좋게 피칭해보았지만 작고 가볍다는 장점 말고는 딱히 좋은 부분을 찾기 힘들었다. 내 성격상 마음에 들지도 않는 물건을 구매해봤자 결국 후회만 남게 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 계기였다. 하지만 이 타프만큼은 정말 마음에 든다. 다시 이 녀석을 피칭하기 위해 캠핑을 가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한 여름의 타프는 정말이지 양날의 검 같은 존재다. 더위를 피하려면 꼭 필요한 게 이 녀석인데 타프를 치기 위해 한낮의 땡볕에서 쭈그려 앉아 팩 해머를 두들기고 있노라면 현기증이 날 것만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프를 치고 나서의 뿌듯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누군가는 커다란 나무 밑만 한 그늘막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 나무 아래 자리를 얻는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놈의 예약 전쟁, 자리 전쟁..)

역시 타프는 헥사가 최고다. 기와집처럼 유려한 곡선의 허리를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아진다.

타프 아래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술을 먹는 일도..

강과 산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는 것도 참 대수롭지 않아도 멋지고 행복한 일이다.

"나는 이번 주 휴일에 그늘 아래에 앉아 술을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강과 산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았어."라고 자랑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경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래서?"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하찮은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 멋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Fuji X-pro3로 찍는 흑백 사진이 좋다. 정 노출보다 조금 더 살짝 어둡게 찍으면 이렇게 멋진 이미지가 뽑혀 나온다. 눈앞에 있는 풀때기만 찍어도 이렇게 사연 있어 보이는 풀때기로 둔갑하고 마는 것이다.

여기에 기대어 추락해서 죽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정말이지 100% 그 사람의 잘못일 것이다. 이것 때문에 죽은 게 아니어도 자신의 부주의에 의해 조만간 가버릴 사람 아니었을까?

내 인디언 행어에는 참 이것저것 주렁주렁 잘도 달려있다. 나는 그 모습이 귀여워 캠핑에 갈 때마다 인디언 행어를 꼭 한 번씩 찍어두는 편이다. 이날 가져간 스노우 피크의 바리스타 세트는 사용하지 못했다. 전날 원두를 깜빡하고 못 샀기 때문이었다. 캠핑장에서 내려먹는 드립 커피는 정말이지 세상 귀찮고 각별하다. 커피 정도는 하루 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 있는 것임에도 그 각별함에 귀찮음을 무릎쓰고 꼭 타 먹게 된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수동 원두 그라인더를 돌려가면서 말이다.

캠핑을 하며 사진을 찍을 때 최고의 적은 휴지와 물티슈, 그리고 쓰레기봉투다. 이것들은 자신의 흉물스러움을 감출 생각이 없다. 참 눈에 띄는 디자인과 색상을 하고서 말이다. 나는 그게 늘 불만스러웠지만 별 수가 없었는데 이번에 구매한 휴지와 물티슈 케이스 덕분에 그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 정말 만족스럽다.

국내에도 이렇게 괜찮은 아이디어의 캠핑 제품들이 출시돼서 참 기분이 좋다. 심지어 가격도 나름 합리적이고 말이다.

누군가 캠핑 의자를 추천해달라고 내게 물었을 때 나는 헬리녹스 사의 비치 체어나 선셋 체어를 추천하곤 했다. 왜냐면 수납 시 굉장히 작고 가벼운 것은 물론 앉았을 때의 편안함, 그리고 디자인과 기능적인 부분 등 무엇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정말 이것저것 사보았지만 이만한 캠핑 의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헬리녹스 사에 불만이 많다. 나는 사람들의 소유 욕구를 미끼 삼아 마케팅이라는 이름 하에 장난질을 치는 것에 대한 환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격에 물건을 팔면서도 AS에 다소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매우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헬리녹스 빠돌이면서도 언제든 더 괜찮은 브랜드가 나오면 적극적으로 환승할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지금 대안을 찾지 못한 상태이다. 진짜 두고 봐라. 헬리녹스.

내가 처음 산 텐트는 노나돔 4.0이었다. 당시 리셀가로 20만 원 정도의 웃돈을 주고 구입했는데 그 당시의 나에게는 약간 캠핑 장비 구입에 대한 광기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노나돔 4.0을 산 것 자체에는 후회가 없다. 정말이지 요리조리 뜯어봐도 가격 말고는 단점을 찾기 힘든 텐트다. 설치도 규모에 비해 쉽고 간단하고 멋진 디자인에 다양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작년 캠핑 때 찍어 두었던 사진

이렇게 전용 타프와 베드룸을 설치하면 웬만한 집 부럽지 않은 구성의 텐트가 된다. 물론 텐트를 두 개 설치하는 것만 같은 고생은 덤이다. (가격도 웬만한 텐트 몇 개를 사는 것과 비슷하다는 점도 킹 받게 만드는 포인트다.) 이만한 가족용 텐트는 아마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대안이 생겨난다면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것이다. 두고 봐라 헬리녹스.

뭔가 알 수 없는 어수선함이다.

세 번이나 거듭 말하지만 진짜 두고 봐라. 헬리녹스. 뒤도 안 돌아보고 나는 손절할 거다. 그날이 오면.

사실 캠핑의 백미는 밤에 시작된다. 밤의 적막함과 고요하게 아름다운 빛을 내는 랜턴들.. 그리고 소중한 사람과 혹은 사람들과 깊은 속내를 털어놓는 대화들이 너무나도 소중하다. 어떤 사람들은 캠핑에 가면 비가 오는 것을 걱정하곤 한다는데 세팅할 때 철수할 때만 아니면 캠핑 중에 비처럼 반가운 것이 없다.

나에게는 참 이상한 딜레마가 하나 있는데 야외 촬영을 하러 나갈 때에는 호우 주의보가 내려도 비가 멈추고 캠핑만 가면 아무리 맑은 날씨라는 예보가 떠도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내 주변 사람들은 나의 이 말을 "에이, 과장이 심하시네. 설마 그러겠어?"라고 생각하다가도 나랑 1,2년만 같이 일하거나 어울리다 보면 그게 정말 사실이라는 것에 놀라곤 한다. 참 신기한 일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캠핑장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빛을 내주는 랜턴에 의지해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는 것. 그건 정말 안 해본 사람들은 그 기분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내가 좋아라 하거나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한테 버릇처럼 "같이 나중에 캠핑 한번 가요."라고 말을 건네곤 한다. 그 소중한 기분을 그 사람과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발뮤다의 더 랜턴, 고민 끝에 흰색을 사버린 건 실수였지만 (다른 것들과 조화롭지 않기 때문에..) 그 외에는 매우 만족스럽다. 광량을 낮추면 내가 좋아하는 아주 낮은 캘빈 값의 빛이 나오는 데다가 생긴 거에 비해 튼튼하고 디자인도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크로 5핀의 충전 포트를 사용하는 건 좀 욕이 나오는 포인트다. 제발.. C-Type으로 모든 것들이 통일되면 안 되는 것일까? 그렇게 훌륭한 포트 규격이 있는데 왜.. 자꾸..

하지만 뭐 아까 말했지만 그 외 매우 만족스럽다.

저녁으로는 야키토리를 구워 먹었다. 숯으로 닭을 구우면 그건 당연히 맛있다. 삼겹살이나 한우 같은 것도 좋지만 가끔은 캠핑장에서 야키토리를 구워 먹는 것도 매우 추천한다.

와이프와 나는 잘 구운 야키토리를 먹으며 나의 해방 일지와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았다. 드라이브 마이카는 얼마 전 혼자 보았지만 이 영화는 두세 번은 더 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또 챙겨 보았다. 두 번 봐도 정말이지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남자의 겉으로는 고요하지만 내면은 들끓는 비극 속으로 길고 긴 시간 동안 관객을 끌고 들어간 다음 그가 치유되어가는 과정을 관객이 함께 체험하도록 하는 아주 멋진 영화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소중한 보물 하나를 찾은 기분이 들어 괜스레 들뜨는 작품이었다.

나의 해방 일지 또한 요새 아주 좋아하는 드라마다. 자신의 평범함과 반복되는 일상, 원치 않는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들의 애절한 이야기가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서 절절히 세어 나오는 그런 드라마다.

요즘 같이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온 세상을 뒤덮은 듯한 세상에서 이런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은 정말이지 기쁜 일이다.

IGT 엔트리 테이블은 이상하게도 들고 다닐 땐 크고 무겁고 막상 사용하려면 비좁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가격대에 이만한 녀석을 찾아보려면 막상 없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스노피크의 티타늄 머그는 입에 닿는 그 순간이 참 좋다. 차가운 걸 마실 때도 따뜻한 걸 마실 때도 그 온도 감이 먼저 피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잦은 수세미질로 미세한 잔흠집이 나고 손 때가 묻을수록 더 예쁘게 느껴진다. 나는 그런 물건들이 좋다. 아버지께서 고가구를 판매하셨던 것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쿨러는 촬영을 가야 하는 직업 특성상 이것저것 사보았는데 성능으로 보나 디자인으로 보나 오터박스만 한 것이 없다.

스노 피크의 이소가스 랜턴은 공간을 밝히는 용도로는 한 없이 처참한 성능을 보여준다. 정말 예쁜 쓰레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이쁜 쓰레기일수록 끌리는 나는 뭘까? 도대체..

누군가 만약 캠핑을 시작하게 되면 경계해야 하는 것은 랜턴에 대한 집착일지도 모른다. 아차 하는 순간에 말도 안 되게 늘어난 랜턴들 때문에 난감해질지도 모른다. 내가 그렇고 내가 아는 캠핑광들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이번에 내가 간 파이브 이모션 캠핑장은 정말 흠 잡기가 힘들 정도로 좋았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 정도로 좋은 캠핑장은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된다는 점뿐일 것이다.

그 까다로운 우리 와이프도 마냥 “좋다.”는 말만 연발할 정도로 좋은 캠핑을 선사해준 고마운 장소다.

나의 캠핑 예찬은 여기까지다. 정말이지 행복한 한 주의 시작이었다. 캠핑을 시작하길 망설이는 누군가가 있다면 꼭 캠핑을 시작하시길.. 이만큼 좋은 것도 또 없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나의 지인들은 내가 언젠가 "캠핑 한번 같이 가요."라고 말하거든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

이 좋은 순간을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꺼낸 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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