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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원 Sep 05. 2022

나는 동성애를 응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동성애자들을 응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동성애자들을 비난하거나 편견을 가지고 대하지 않는다.


나는 어느 날 꿈을 꿨다.

동성애자들만이 가득한 세상에서 나만이 거의 유일한 이성애자였다는 내용이었다. 너무나 생생한 꿈인지라 1년이 지난 지금도 모든 디테일들이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내가 이성애자라는 것을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정말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했으며 특히 여성들에게는 벌레에 가까운 취급을 당했다.

나를 둘러싸고 매도해대는 여인들에게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저도 취향이 있거든요!!” 나는 너무 화가 나서 그녀들에게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다 깜짝 놀라 꿈에서 깨어났다.


그 이후로 나는 동성애자들이 겪는 세상이 내가 꿈에서 겪은 세상과 조금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그들을 어떠한 잣대로 묶어 생각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나는 동성애가 특별하지 않은 것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냥 이성애자들이 연인이 생기거나 혹은 연인이 있으면 “저는 연인이 있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처럼 동성애자들도 망설임 없이 자신에게 연인이나 반려자가 있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사회에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나는 그들을 응원할 마음도 지지할 마음도 없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사랑을 하는 감정이라는 것이 전혀 관련 없는 타인의 지지와 동의를 받아야지만 그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나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 내게 “저는 사실 동성인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어요.”라고 고백하는 일이 생겨나는 일이 생길 때면 나는 조금은 기쁘다.

적어도 나는 그 사람에게 있어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히더라도 안 좋은 시선과 잣대를 들이대지 않을 사람이라고 보여졌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나는 왠지 타인에게 그런 사람으로 남겨지고 싶은 모양이다.


어느 날 나는 어떤 여성 분에게 단편 영화의 시나리오의 피드백을 요청받은 적이 있었다.

동성애 남성 두 명이 나와 사랑을 나누는 내용의 영화였다. 나는 왜 그녀에게 동성애 영화를 찍으려 하느냐 물었다. 그녀는 “요새는 동성애 관련 소재를 써야 독립 영화제에서 상 타기 좋거든요.”라고 천진난만하게 대답하였다. 그게 그녀의 진심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뒤로 나자빠져버리는 줄 알았다.


영화의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뮤지션 출신의 동성애자인 남자 한 명이 우연히 재즈 바에 들어가게 되고 그의 팬이었던 또 다른 동성애자 남성인 재즈바 사장과 눈이 맞게 되고 (물론 눈이 맞게 된 계기 따윈 없었다.) 둘은 술을 몇 잔 나눠마신 뒤 다짜고짜 키스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날 이후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운명을 가지게 된 두 사람은 바다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바닷물 한 가운데에서 두 사람은 와이셔츠를 풀어 집어던진 다음 격렬한 애무를 하며 키스를 한다. 물론 이들이 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운명인지에 대한 설명 따위는 아주 보기 좋게 누락되어 있다.


나는 시나리오를 읽은 뒤 그녀에게 그 시나리오를 어떻게 피드백해야 할지 한참을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을 꺼내버리고 말았다. “이건 퀴어 영화라기보다는 차라리 BL물에 가까운 것 같아. 뭐랄까 성소수자들의 시선으로 그들의 사랑을 그려냈다기보다는 동인 여성이 그들의 뒤틀린 성 관점으로 만들어낸 야오이라 불리는 성인 BL물이나 알페스 같은 데에 올라오는 저질 팬픽에 좀 더 가깝지 않을까? 내가 만약 동성애 남성이라면 이 시나리오를 보면 굉장히 기분이 나쁠 것 같아.”라고 말이다.


그 이후 나를 철저하게 외면하는 그 친구를 볼 때마다 말을 너무 심하게 하지 않았나 싶어 지금도 가끔 후회스러울 때는 있지만 저 말 자체에 대해서는 솔직히 틀린 말이 하나도 없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아무런 조짐도 없이 멀쩡히 이성애자로 나오던 여주인공이 시즌3 정도에 동성애자로 캐릭터가 바뀌질 않나. 너무 유명한 고전 소설 원작 드라마에 게이 등장인물을 끼얹어버리지 않나.


요새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의 창작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유독 동성애 코드의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 듯하다. 아니면 등장인물 중에 반드시 동성애자를 집어넣어두던가.

사실 동성애 코드의 창작물을 내가 싫어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브로큰 백 마운틴, 메종 드 히미코, 헤드윅 (심지어 나는 뮤지컬 영화를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춘광사설 등 내가 좋아하는 퀴어 영화는 너무나도 많이 존재한다.

내가 싫어하는 것은 동성애가 쿨하고 멋진 것인 것마냥 가볍게 노출되는 패션 LGBTQ물에 한정되는 것일 것이다.

진짜 동성애자들은 80년대나 지금이나 여전히 음지에 머무르며 서로가 서로의 반려자임을 국가와 가족에 인정받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리고 자신의 가장 기본적인 정체성마저 주변인들에게 철저하게 꽁꽁 숨기며 살아가야 하는데 정작 그런 부분에는 관심조차 없는 이성애자들이 자신의 영상물에 조금 자극적인 요소를 집어넣고자 영화나 뮤직비디오에 동성애 코드를 집어넣고 그것이 쿨하고 멋진 것마냥 포장하고 있다는 것이 나는 너무나도 보기가 싫고 불편하다.


내가 이번에 만드는 영화의 여주인공은 레즈비언이다. 나의 영화가 누군가에게 그런 눈으로 보이면 안 될 텐데. 예민해지는 부분이다.


누군가 나에게 “너가 그렇게 동성애자들을 옹호한다면 너의 자식이 만약 나중에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해도 괜찮다고 할 거냐?”라고 묻는 사람들도 꽤나 있었다. 참 뇌절나게 무식한 질문이다. 그건 내가 괜찮다고 안 괜찮다고 어떻게 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설령 그것이 나의 주관적인 선택이 중요한 영역이라 한다면 나는 당연히 괜찮다고 말해줄 것이다.


“게이가 너에게 수작 부리면 넌 어떻게 할 거야?” 누군가 내게 물었다. 나는 “야, 씨발 게이도 취향이 있겠지. 나한테 왜 수작을 부리겠어? 미쳤냐.”라고 나는 대답했다.


그리고 어느 날 게이로 추정되는 한 인물이 만취한 술자리에서 내 손을 어루만지며 허벅지를 만지작 거리는 사건이 있고 나서부터 나는 “내 전제는 대단히 틀렸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솔직히 말해서 엄청나게 불쾌했다. 그냥 남자랑 손 끝만 스쳐도 아굴 창을 먹여버리고 싶은데.. 만지작이라니..


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내가 동성애 혐오를 가질 필요는 없다. 그저 “저는 철저한 이성애자입니다. 저의 취향을 철저히 존중해주십시오. 저도 당신의 취향을 철저히 존중하겠습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을 뿐이다.


모두가 맘 편히 살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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