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승원 Oct 01. 2022

사람의 손길

말하기 쉽지 않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사람이 나를 만지는 걸 좋아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 누군가 나를 만질 때 의식하게 되고 긴장해버리는 것이 너무나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을 공공연하게 하는 것은 조금 조심스럽다. 꽤나 괴팍스러운 사람처럼 보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그렇게 비치고 있는데 말이다.


와이프와 우리 아들 정도가 아니라면 나는 사람의 손길이 닿는 것이 싫다.

내가 머리를 기르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누군가 나를 만져서 긴장하게 되는 그 순간이 너무나도 싫기 때문이고 가급적이면 병원에 가지 않는 이유도 의사 혹은 간호사의 손길이 닿아야 하는 순간이 종종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 사람과 친함을 표현할 때 팔등을 툭툭 터치한다던지 허벅지를 터치하는 것으로 종종 친밀감을 표현하고는 한다.


나는 그 순간이 조금은 곤욕스럽다.

30대 후반의 아저씨가 20대 초중반의 여성을 무심히 터치하는 일은 사회의 비난을 받아 마땅한 일이 되곤 하던데 20대 초중반의 여성이 30대 후반의 아저씨를 터치했다고 해서 30대 후반의 아저씨가 “나는 이 순간이 너무 불편하다.”라고 토로하기는 쉽지가 않다. 왠지 너무 사람이 유별 나보이고 그 사람을 민망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는 도대체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를 기분이 든다.


“저는 그런 의도로 당신을 터치한 게 아니에요. 내가 왜 당신같이 나이 든 아저씨를 불순한 의도로 만지겠어요. 자의식 과잉이 엄청나시네요.”라고 내게 말하거나 혹은 스스로만 속으로 생각할까 봐 말이다.


내가 바보도 아니고 이 나이 먹고 그 정도도 모를까? 나는 그저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그것이 불편할 따름이라고 말하고 싶을 뿐인데..


하지만 오늘같이 술도 마시지 않은 채 사무실 소파에 혼자 누워 잠이 드는 날이면 개같이 쓸쓸한 기분이 들어 누군가의 손길이 닿았던 기억만 되짚어보는 것은 나의 우스운 구석 중 하나이다.


그 기억들의 예를 들자면은


엄마 품에 안겨 잠이 들었던 어린 날이라던지.


사랑하는 사람과 이것저것 하며 지내왔던 기억이라던지


갓 태어난 아들이 내 검지 손가락을 움켜쥐었던 순간이라던지


누군가 절망해버린 날 위로하기 위해 팔을 쓰다듬어 주었던 순간이라던지


하는 것들 말이다.


어린 친구들은  모르겠지만 아저씨도 사람이다. 종종 그렇게라도 해야 간신히 잠이 들곤 하는..

작가의 이전글 숫기가 없는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