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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숙 Sep 05. 2022

내 삶을 디자인하다

출발선

이제부터 내 삶을 다시 디자인하기로 했다. 과거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다는 건 아니다. 과거가 있기에 오늘이 있고, 오늘이 있기에 내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지금까지 삶을 바탕으로, 앞으로 삶을 디자인해보고자 하는 의도이다. 이는 나를 위해 살고 싶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나의 역할에만 충실했던 삶에서 벗어나 '나'라는 사람의 본질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은 거다. 이제 그래도 되는 나이가 되었고, 상황이 되었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이제 학교에서 퇴임도 했으니. 물론 닥치는 대로 사는 것도 나쁘진 않다. 그렇게 해보고도 싶다. 하지만 남은 삶을 좀 더 의미 있게 살기 위해, 내 삶을 다시 디자인하기로 한 거다.


오랜 기간 동안 블로그를 운영했다. 햇수로 27년 째다. 그런데 내 삶의 여정에 견디기 힘든 일을 겪으며 그렇게 매일처럼 써오던 글을 거의 중단하고 말았다. 그러기를 7년여. 그동안 간헐적으로 글을 올리기는 했지만 블로그에 습관처럼 쓰던 글을 원칙적으로 멈추었다. 이제 다시 시작하고 싶다. 그동안 써서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듬어, 산문집을 두 권 출간했다. 그전에 학위논문을 단행본으로 출간했고, 강의를 위해 준비했던 자료들을 정리해 책으로 냈다. 잡지사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오면 간간히 글을 써서 보내기도 했다. 나름대로 글쓰기를 아주 멈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습관적으로 쓰던 글을 쓰지 못했던 것 또한 맞다. 이쯤에서 각성했다.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글을 쓸 때 가장 행복했다. 강의를 하고 연구를 하는 것도 좋긴 하지만, 글을 쓸 때 느끼던 충만감과 달랐다. 이제 이 공간에서 마음껏 글을 쓰며 내 본질과 마주하고 싶다. 그리고 더 나은 나의 삶, 행복한 나의 삶을 디자인해가고 싶다. 매일을 새롭게 사는 건 젊고 건강하게 사는 지름길이다. 물리적 나이와 상관없이 나는 그렇게 살고 싶다. 앞만 보고 달리던 예전의 삶도 아니다. 이제 옆이나 뒤도 돌아보고 살피면서 현재 나의 삶에 애정을 갖고 싶다.


이제 새로운 출발이다. 내 삶을 내 마음껏 디자인하면서 그렇게 살 거다. 가을이 오고 있는 지금이 내 인생의 가을이기도 하다. 추위 속에 꽃눈을 달고 꿈을 키우며 봄을 기다리는 나무처럼, 내 삶을 더욱 멋지게 꽃 피울 또 다른 봄을 기다리면서. 가을을 잘 준비해야겠다. 가을이 꼭 거두기만 하는 계절은 아니니까. 다음 봄을 위해 준비하는 계절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만들어 가는 주체는 물론 나겠지만 말이다. 


출발선에 서면 언제나 가슴이 설렜다. 입학철이면 그랬고, 달리기 할 때도 그랬다. 새로운 어떤 것을 구상하고 그것을 시작할 때면 늘 그랬다. 그 설렘이 좋다. 그 두근거림이 좋다. 그것만으로도 오늘 행복하다. 내 삶을 디자인하기 위해 출발선에 선 지금이 무척 행복하다. 


어떻게 앞으로의 내 삶을 디자인할까. 오랜 기간 구체적으로 생각해왔다. 핵심은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다. 그러기 위해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계획해야겠다. 가장 먼저 할 것은 위에도 서술했듯이 글쓰기를 적극적으로 할 거다. 그 외에 운동, 강연 및 강의, 독서, 음악 감상, 바느질, 묵상, 여행 등도. 이제 체면 때문에, 당위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했던 것들의 상당 부분에서 놓여날 거다. 나의 삶을 나로 살 거다. 길들여지지 않았기에 쉽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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