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와 도전은 힘이 세다

일상

by 최명숙


앗! 컴퓨터 부팅이 안 된다. 다시 전원을 누른다. 위잉, 소리가 잠시 나더니 멈추고, 나다가 멈추고 반복했다. 무슨 일일까. 어젯밤까지 잘 사용했는데, 밤새 안녕이라는 게, 요즘엔 컴퓨터에도 적용되나. 다시 또 켜도 안 된다. 똑같은 현상만 무한반복이다. 새벽인데도 몸에 열이 난다. 걸쳤던 카디건을 벗었다. 문제가 생기면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새벽에 차를 한 잔 마셨다.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내 성격도 참 특이하다. 무슨 일이 생기면 그것을 느긋하게 두고 보는 게 아니라, 즉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몸에 열이 나고 조바심도 난다. 나이를 먹으면 그런 증상이 사라질까 했는데, 더한 것 같다. 정반대 성격인 남편은 이런 나에게 가랑잎에 불붙는다고 놀렸다. 차를 마셔도 조급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매일 올리기로 작정한 글을 어제 써놓고 잤는데, 밤새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그럴까. 더구나 일요일인데, 컴퓨터 수리점이 문을 열었을까. 수리하는 데 시간을 많이 요하면 어쩌지. 노트북은 하도 오래돼서 제대로 작동이나 할까 모르는데, 거기다 인터넷 연결은 될까. 숱한 생각들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컴퓨터 안에 들어있는 정보들이다. 다행히 C드라이브와 D드라이브로 나누어 저장했기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바로 써야 하는 문서를 어떻게 하나 싶었다.


차를 다 마신 후, 다시 전원을 넣었다. 역시 안 된다. 열어보기로 했다. 먼저, 컴퓨터 뒤 꽂혀 있는 연결선 사진을 찍었다. 위치를 혼동하지 않기 위해서다. 다음, 드라이버와 플래시, 면봉, 물티슈, 헤어드라이어를 준비해 옆에 놓았다. 그리고 드라이버로 나사를 풀어 컴퓨터를 열었다. 혹시 몰라 나사 위치도 사진을 찍어 두었다.


내부를 들여다본들 무엇을 알 수 있으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게 견딜 수 없어서 열어 본 것뿐이다. 사실 안에는 별로 볼 것 없다. 생각보다 단순한 것이 컴퓨터다. 입에 작은 플래시를 물었다. 비주얼만 본다면 컴퓨터 수리기사 뺨친다. 면봉으로 구석구석 먼지를 제거하고, 물티슈로 마무리했다. 남은 먼지와 물기를 없애기 위해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했다. 그 후 부속들을 하나하나 꼭꼭 눌렀다. 혹시 부속이 느슨해져서 부팅이 안 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모든 과정이 끝났다. 컴퓨터 뚜껑을 닫고 나사로 조인 다음, 선을 연결했다. 그리고 다시 전원을 넣었다. 기대했다, 부팅이 되기를. 요행을 바란 거나 다름없었지만. 으악! 처음과 똑같다. 위잉 소리가 나고, 또 멈췄다, 다시 나고, 부팅은 되지 않는다. 실망이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내가 아니다.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시간은 아침 8시도 안 되었다. 그래도 할 수 없다. 3년 전 컴퓨터 판 사장에게 문자를 넣었다. 오늘 가게 문 여시나요? 10분쯤 후 문자가 왔다. 아니요, 오늘 쉽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마음을 다시 재정비했다. 문제가 생기면 마음을 잘 정돈해야 한다. 아니면 더 크게 낭패가 될 수 있으니까. 어쩌지? 알아볼 데도 없고. 잠시 고민했다.


휴대전화로 검색했다. 컴퓨터 부팅이 안, 이렇게만 썼는데 몇 개의 글이 보인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을 테니까.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어보았다. 내가 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면 다시 또 처음부터 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안 되면 컴퓨터를 들고 시내로 나가, 문 연 수리점을 찾아봐야지 싶었다. 마음을 재정비하고 나니 달아올랐던 열이 식는 것을 느꼈다. 카디건을 걸쳤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또 플래시를 입에 물었다. 이제 입이 약간 아프다. 그래도 물었다. 정확하게 봐야 하니까. 컴퓨터를 열고 아까보다 더 꼼꼼하게 먼지를 닦아냈다. 부속들도 또 꼭꼭 눌렀다. 뚜껑을 닫지 않은 채, 연결선을 꽂고 전원을 넣었다. 우와! 성공이다. 어깨를 으쓱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내가 누구냐, 천하의 최 땡땡 아니냐. 야홋! 벌써 해는 저만큼 떠 있다. 두 시간 가까이 걸린 것 같다.


이제 작업을 해야지 싶어 화면을 보니, 이게 웬일! 커서가 움직이지 않는다. 마우스 연결선을 뺐다가 다시 꽂아도 마찬가지다. 고쳤다고 기고만장하던 모습을 누가 안 봤기 망정이지, 봤다면. 아, 생각하기 싫다. 할 수 없이 컴퓨터를 끄고 처음부터 또 다시. 그리고 연결선만 꽂고 전원을 넣었다. 야야홋! 됐다. 모든 게 정상으로 작동한다. 컴퓨터 뚜껑을 닫고 나사를 조였다.


9시가 넘었다. 세 시간 만에 컴퓨터 수리를 마쳤다. 끈기를 가지고 몇 번이고 도전했기 때문에 얻은 성과다. 역시 끈기와 도전은 힘이 세다. 황소가 뒷걸음질치다 쥐 잡은 격이라고 웃을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것도 자뻑일지 모르지만. 헤어드라이어 등 모든 수리 도구들을 제자리에 놓고 깨끗이 정리한 다음, 컴퓨터 앞에 앉았다. 비로소 제대로 된 하루가 시작되었다.


이제 써놓은 글을 게시하고, 메일로 보낼 것을 보내고, 급한 일을 처리한 다음, 작성한 문서들을 USB에 담아놓아야 하리라. 다시 또 문제가 생길 것은 대비해서. 참으려 해도 슬몃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얼마나 부속품들을 꼭꼭 눌렀는지 오른쪽 엄지와 검지, 손가락 끝이 아릿하지만.


이 지루한 글을 끝까지 읽은 독자들의 끈기와 도전, 인정! 역시 끈기와 도전은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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