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빵을 좋아한다. 떡도 좋아한다. 밥까지 좋아한다. 그 빵, 떡, 밥은 내게 쥐약이나 다름없다. 다른 데는 이상이 없는데, 공복혈당 장애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직 당뇨 판정을 받은 적은 없다. 아침마다 손가락을 찔러 혈당 검사를 하고 100이 넘으면 관리를 한다. 관리라는 게 빵, 떡, 밥을 웬만하면 먹지 않는 거다. 식후 30분 후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도 그래서다. 20년째다. 다행히 당화혈색소는 6.5를 넘지 않는다. 공복혈당만 가끔 높아진다.
떡과 밥을 못 먹는 것은 견딜 수 있다. 하지만 빵을 못 먹는 건 너무 힘들다. 그만큼 빵을 좋아한다. 밥 내놓고 빵을 먹을 정도니까. 그건 바쁘게 살던 40대 때 생긴 식습관이다. 하루 종일 빵만 먹을 때도 많았다. 이동 중 식사대용으로 빵처럼 편리한 게 또 있을까. 그렇게 자주 먹으면 질린다는데, 나는 빵 체질인지 전혀 질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혈당이 조금씩 높아진 게 아닌가 싶다. 거기다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모두 좋아했으니까.
금연이나 금주가 안 되는 사람을 이해한다. 그것처럼 힘든 게 있을까.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지 못한다. 내게 빵도 마찬가지다. 먹고 싶어 참을 수 없을 때 가장 작은 것 하나 사서 조금씩 떼어먹는다. 통밀이나 호밀로 만든 빵은 건강에 좋다고 해서 사 먹은 적도 있다. 하지만 구성성분은 100%가 아니었다. 모두 40% 정도 정제된 밀가루가 들어가 있다. 먹고 난 후 혈당체크를 하면 확실히 올라 있다. 그러니 어떤 빵이라도 끊는 게 좋다. 당뇨인이 되지 않기 위해.
내가 관리를 시작한 것은 공복혈당 장애가 일어나면서부터다. 식습관을 바꾸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체중관리를 했다. 그 결과 아직은 당뇨 판정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관리하지 않으면 몇 년 내에 당뇨환자가 될 확률이 높단다. 당뇨는 생활습관 병이기 때문에,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좋아진다. 다른 것도 아니고 생활습관 때문에 환자로 사는 것을 나는 용납할 수 없다. 가족력도 없기 때문에 당뇨환자가 되는 건 순전히 내 관리 부족이 되므로.
아, 나는 당뇨 이야기를 하려던 것이 아니다. 내가 홈 베이킹을 시도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그 이유를 말하다 보니 서두가 길어졌다. 열한두 단락짜리 글을 쓸 때, 서두는 한두 단락이 적당하다. 결미도 한 단락이면 된다. 나머지를 내용으로 구성하면, 단락 배분이 적절하다고 본다. 이 글에서 지금 서두가 다섯 단락이나 차지하고 있으니, 구성으로만 본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당뇨인이 되지 않으려는 노력’과 그 방법으로서 ‘홈 베이킹 시도’ 두 주제를 연결하여 쓴다면 그런대로 괜찮지만.
처음 정했던 제목을 수정해야 한다. 처음 정한 제목은 ‘나도 홈 베이킹 할 수 있다’였다. 나도 수필을 쓸 수 있다, 당신도 소설을 쓸 수 있다, 이런 제목이 한동안 유행한 적이 있다. 책 제목이나 작품 제목도 유행이 있다. 과거에는 명사로 똑 떨어지거나 부사와 명사가 결합된 제목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제목이 다양하다. 긴 한 문장으로 된 제목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어쨌든 제목은 작품 내용을 상징하거나 내포해야 하며, 독자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어야 좋다. 아, 이러다 또 ‘제목 짓는 방법’까지 들어간 제목을 짓게 될까 봐 이만 줄인다.
집에서 빵을 만들기로 했다. 예전부터 생각은 있었다. 몸에 좋은 그리고 혈당을 높이지 않는 건강빵을 직접 해보리라는. 엄두가 나지 않았을 뿐이다. 참는 것의 한계점에 다다랐다. 어젯밤이었다. 내가 가정학과 출신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처음 학부는 가정학이어서 학교 실습실에서 베이킹을 여러 번 해보았다. 문제는,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단출하게 살면서 살림을 손에서 놓은 지 몇몇 해던가. 그래도 처음 먹은 마음을 사장시키고 싶지 않았다.
유튜브와 인터넷 검색 통해 만드는 법을 대략 파악했다. 문제는 100% 통밀이나 호밀빵을 만들기 힘들다는 거였다. 그래서 빵집마다 정제 밀가루가 섞인 빵을 통밀빵으로 팔고 있었던 것이다. 안되면 안 되는 대로 해보리라. 안되면 되게 하라. 중얼중얼. 콧노래까지 부르며 밤에 반죽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손짐작으로 대충이다. 재료의 양을 정확하게 잴 수 있는 계량컵과 스푼도 없다. 누구에게 맛 보일 것 아니고, 맛없어도 된다. 어차피 맛은 포기, 빵이면 되는 거니까.
이스트를 따뜻한 물에 풀고 잠시 두었다가 소금을 넣었다. 호밀가루 50% 통밀가루 50%로 하여 체에 친 후, 식용유를 약간 넣어 반죽을 했다. 백 번 정도 치대니 전혀 없던 끈기가 생겼다. 그렇게 반죽한 것을 덮어놓았다가 20분 후 가스를 빼주고 다시 덮었다가 또 가스를 뺐다. 그리고 밤새 발효시켰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세 배 이상 부풀었다. 가스를 다시 빼주고 사등분하여 모양을 만들었다.
빵틀 당연히 없고, 오븐 당연히 없다. 엉터리 방터리 내 살림에 그런 디테일한 것이 있을 리 없다. 고구마나 감자 구워 먹는 에어프라이어는 있다. 기름종이에 동그랗게 만든 반죽을 얹고 위에 살짝살짝 칼집을 냈다. 그 위에 통밀가루를 살살 뿌렸다. 180도로 10분 예열해 놓은 에어프라이어에 넣었다. 10분 동안 두었다가, 반죽과 에어프라이어 내부에 물뿌리개로 찍 찍 뿌렸다. 이제 굽기만 하면 된다. 180도로 35분 설정했다. 에어프라이어를 가동했다.
빵이 구워지는 동안 나는 이 글을 시작해서 쓰고 있었다. 다 쓰기도 전에 되었다는 기계음이 들렸다. 두근대는 마음을 간신히 진정했다. 이게 뭐라고 가슴까지 두근거린단 말인가. 실패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했으면서, 실제는 꼭 성공하고 싶었을까. 아무튼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 또 실패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도 시작해야 한다. 시작하지 않고 있다면, 내가 자주 거론하는 제자 윤 군과 다를 바 없다. 아, 윤 군, 오랜만에 소환한다.
에어프라이어를 열었다. 우와! 아하하하. 놀람과 웃음이 아침부터 터졌다. 고소한 빵 냄새와 함께 비주얼로만 보자면 어느 제과점 빵 못지않다. 맛보다 건강을 생각하며 만든 빵이라, 우유 계란 설탕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오로지 이스트, 물, 소금, 식용유 약간, 통밀과 호밀로만 된 건강빵이다. 반죽 위에 칼집을 내고 통밀가루 약간 솔솔 뿌린 건 신의 한 수였다. 그럴듯한 모양의 빵이 만들어진 것이다.
식힌 후 하나를 빵 칼로 썰었다. ‘겉바속촉’ 빵이다. 바삭한 겉은 바게트빵 같다. 속을 떼어먹어보았다. 고소하면서 담백하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런 빵을 난 원했던 거야. 얏호! 성공이다. 혼자 웃고 콧노래를 부르며 빵을 썰고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샌드위치라고 해서 대단한 것은 아니다. 계란 하나 부치고, 아보카도 바르고, 사과 얹고, 양배추 한 잎 또 얹었을 뿐이다. 훌륭한 아침 식사가 마련되었다. 맛은 물론 훌륭했다.
나의 첫 홈베이킹은 성공이다. 내게 꼭 맞는 빵. 다른 사람 입에는 맞지 않을 수 있는, 오로지 내게 맞춤형 빵이다. 대중적인 맛은 아니지만 개성적인 맛의 빵이다. 글쓰기도 그럴 때 있다. 대중의 입맛에 맞는 글을 쓰기도 하지만 이렇듯 내게 맞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기도 하는 것이다. 어쩌면 개성적인 글이 그 사람을 드러내는 것이므로 더 신선하지 않을까. 독창성이 자꾸 사라지는 글쓰기 판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