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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숙 Mar 10. 2023

새로운 시작, 백일백장 완주

나는 이렇게 쓴다

   

작년 12월 1일부터 문학회 제자들과 시작한 백일백장. 이 글이 꼭 백 편째다. 수업이 긴 겨울방학에 들어가면서, 매일 한 편씩 백일동안 써보자고 했었다. 그러다 보면 방학도 끝날 테고, 이어서 글을 쓰게 될 테니까. 참가하기로 한 작가와 작가지망생은 모두 10여 명이었다. 나는 브런치에 매일 글을 써서 게시하는 중이었고, 그게 6개월이 되었으며, 어느 정도까지 지속할 예정이었기에, 선생으로서 모범을 보이는 차원에서라도 참여하기로 했다. 이 글이 꼭 백 편째 되는 글이고, 브런치에 올린 글로는 184편 째다. 


무슨 일이든 꾸준히 매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공부도, 글쓰기도, 봉사활동도, 운동도, 세상의 모든 일도. 가업을 이어 같은 일을 계속하는 사람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것도 그래서다. 몇십 년 동안 같은 직장에 다니다 정년이 되어 퇴직하는 사람을 볼 때, 그 지난했을 시간 때문에, 감동하기도 한다. 한 가지를 계속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앎으로. 봉사활동도 몇 년 이상 꾸준히 하는 사람은 달리 보인다. 심지어 운동도 그렇다. 모두 자기와 하는 싸움에서 이겨야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릇 지킬 만한 것 중에서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잠언 4장 23절)는 성경 구절이 있다. 내 마음은 내 것인데, 그것을 지키기가 참으로 어렵다. 그만큼 흔들리는 게 마음이다. 청년시절부터 그 성구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래도 실제로 이행하긴 항상 쉽지 않았다. 이번 백일백장이야말로 결심한 마음을 지키지 않으면 될 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에 그렇지 않은 게 무엇일까만. 그만큼 사람이 살아가는 일에는 변수가 많다. 그것을 이기고 목표한 바를 이루기 쉽지 않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그래서 작은 것 같지만 백일백장 완주를 자축하고 또 축하해주고 싶다. 처음부터 참여한 문학회 제자들 중에, 세 명만이 완주했다. 부회장과 총무와 신입회원이다. 부회장은 이미 작가로 등단했고 총무는 등단을 준비하고 있다. 신입회원은 두 권의 책을 출간한 전력이 있다. 몇 편을 쓰다 못 쓴 회원, 늦게 시작해서 천천히 오고 있는 회원, 도중에 숨 고르기를 하는 회원, 각양각색으로 백 편의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회원들에게, 더 큰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백 편을 쓰면서 깨닫게 된 것은, 쓰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한동안 그냥 앉아 있을 때가 있다. 쓸거리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다. 하얀 화면의 커서는 어서 글자를 찍으라고 재촉하는 것처럼 껌뻑거린다. 한참 노려보다 무슨 문장이든 한 문장을 적는다. 그리고 그것을 중심으로 확장하고 심화하고 부연해 나간다. 그러다 보면, 2,500자 내외의 글 한 편이 만들어진다. 그때의 희열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쓰면 쓸 수 있다는 깨달음이 더 큰 희열이겠지만. 


또, 하루에도 몇 번씩 내일은 무슨 글감으로 쓸까 생각하게 되었다. 좋은 글감이 떠오르면 메모하거나 바로 컴퓨터에 입력한다. 그럴 상황이 되지 못할 때는 휴대전화에라도 적어놓는다. 지금 내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열한 개의 문서 파일이 깔려 있다. 메모를 해 놓은 것들이다. 생각날 때마다 적어놓은. 휴대전화에도 몇 개가 있고, 메모장에도 몇 개가 있다. 모두 글감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한 편의 글이 되지는 못한다. 새벽에 어떤 것으로 쓸까 고민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도 그래서다. 때로는 메모된 글감 파일을 열어 시작할 때도 있지만, 쓰다가 그만두고 마무리 못한 것들도 있다. 생각날 때마다 한 줄씩 한 문장씩 채우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미완성작품들이 즐비하다. 그래도 절대 버리지 않는다. 어디에라도 기록한 글감이 있다면 그걸 붙잡고 있다. 때로 그걸 잡고 늘어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완성된다. 그런 끈기를 이번 백일백장 쓰기에서 배웠다. 


이렇게 글을 쓴다고 해서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대가는 별반 없다. 글쓰기의 지난한 과정을 생각하면 꼭 할 이유가 무엇일까 싶기도 할 것이다. 혼자 조용히 쓰면 될 일인데, 굳이 이럴 이유가. 그러나 세상에는 대가가 주어지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이 있는 법이고, 그것을 지향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그렇다. 아무런 대가가 없어도 나는 이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과 삶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이 작업이 숭고하기까지 하다. 그건 글쓰기의 기본이 자기 성찰적이기 때문이다. 


성찰, 자기를 반성하고 깊이 살피는 삶, 그것은 마음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악한 것에서 멀어지는 것이기도 하고. 조금씩 사람다움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내가 배우는 것의 목적을 ‘제대로 된 사람’으로 정한 것도 그래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렇다. 그래서 지극히 자기 성찰적인 글쓰기를 놓을 수 없다. 잘하고 못하고 독자를 감동시키고 말고에 앞서. 그런 의미에서 이번 백일백장 완주는 잘한 일이다. 


쉽지 않았다. 고정적인 강좌와 부정기적인 특강, 회의, 아기 돌보기 조력, 사람 만나는 일 등, 퇴직 후에 더 왕성해진 외부 일들 덕분에 바쁘다. 그렇다고 집안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나도 엉터리지만 주부는 주부니까. 그 가운데 매일 한 편의 글을 쓰고 댓글과 답글을 다는 일이 쉽지 않았다. 어쩌다 시간 나는 날 컴퓨터 앞에 앉으면 몇 시간이 그냥 지나가곤 했다. 누군들 그렇지 않으랴. 누군들 쉬운 삶이 어디 그리 있으랴. 다 그럴 것이다. 


그 쉽지 않은 삶 가운데 목표한 것 중 하나인, 백일 동안 100편 쓰기. 그 길을 완주한 것이 대견하다. 천일 동안 쓰는 작가들도 있는데 백일이야 별 것 아닐 수 있을 테지만 시작이 중요한 거니까. 이 글을 마친 후, 내가 나를 안아줄 것이다. 그리고 함께 참여했던 모든 제자들, 이루었거나 이루어가는 그들을 마음으로 안아주리라. 잘했다 칭찬해 주면서. 또, 이것이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걸 잊지 말라는 당부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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