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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숙 Mar 22. 2023

앞으로, 어떻게 시간을 쓸 것인가

현재 쾌락적 시간이 필요해


필립 짐바르도의 『나는 왜 시간에 쫓기는가』를 읽었다. 사실 난 자기 계발서 같은 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다르므로 누가 그렇게 행했다고 해서 따라 하면 그대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을 때 민낯으로 부딪쳐 해결하는 게 나의 문제 해결 방식이다. 그러니 자기 계발서가 도움이 되거나 자극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심리에세이인데 자기 계발서 성향이 강했다. 


사례를 많이 제시하고 있어 내용 또한 풍성했다. 460여 페이지에 이르는 책이다. ‘삶을 변화시킬 새로운 시간의 심리학’이라는 표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지만 전문을 꼼꼼하게 읽는 것에는 실패했다. 내용과 사례가 너무 많고 중복돼 지루했다. 그래도 핵심을 파악할 정도로는 읽었다. 다 읽고 난 후 전체적인 내 느낌은 ‘뿌듯함’이었다. 그런대로 시간을 잘 사용해 왔다는 것 때문이었다. 시간에 쫓기며 살아온 것도 맞지만 끌려 다니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어느 때부터 나를 위해 안배하기도 했으므로.


작가는 시간관을 크게 6가지로 나누고 있다. 과거 긍정적 시간관, 과거 부정적 시간관, 현재 쾌락적 시간관, 현재 숙명론적 시간관, 미래 지향적 시간관, 초월적 미래 지향적 시간관으로.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자기 효능감’이었다. 작가는 한마디로 과거에서 배우고, 현재를 즐기며, 미래를 계획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자아실현을 이룬 자는 시간 관리를 잘한 자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는다.   


이 세 부분에서 나는 어느 편에 속해 있는지 대입해 보기로 했다. 일단 두 가지는 확실했다. ‘과거 긍정적 시간관’과 ‘미래 지향적 시간관’을 가지고 있었다.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은 현재의 시간관이었다. 쾌락적인 것을 따르지도 숙명론적인 것에 완전히 기대지도 않는 시간관을 가지고 있는 나다. 문제는 쾌락을 불순한 의도로만 생각해 왔다는 것이다. 현재를 즐기는 것이 무슨 잘못일까. 왜 나는 그런 왜곡된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내가 시간에 쫓겼던 것은 항상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인 듯하다.


나의 문제를 발견하고 보니 내가 가여웠다. 먼저 가만히 안아주었다. 지난날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개선되었지만 현재도 일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일’과 ‘휴식’과 ‘여가’를 적절하게 안배하여 현재 쾌락적 시간관을 가져야 하는데. 내 문제를 파악했으니 이제 실천이 남았다. 실천한다면 나는 지금보다 더 행복할까.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현재 쾌락적 시간관에만 충실하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모두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처음에 떨떠름한 느낌으로 텍스트에 첨부된 검사와 사례를 넘기며 읽었는데, 의외로 중요한 것을 얻었다. 또 나의 문제를 파악하게 되면서 책 읽기가 흥미로워졌다. 이제 현재의 내 시간관은 달라질 것이다. 물론 이전부터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지만 더욱 구체화하여 실천할 것이다. 그래서 현재 가지고 있는 ‘과거 긍정적 시간관’과 ‘미래 지향적 시간관’에, ‘현재 쾌락적 시간관’과 ‘초월적 미래 지향적 시간관’을 조금 첨가하리라. 그러면 시간에 쫓기지 않고 내 삶을 더 행복하게 엮을 수 있으리라. 자기 계발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수정되는 순간이었다. 


‘까르페 디엠’을 모르고 ‘메멘토 모리’를 모르기야 했겠는가. 실제 생활에 적용하지 못했을 뿐이다. 실천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과 같다고 했던가. 환경이 그랬다고, 그럴 수밖에 없는 삶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으리라. 다행한 것은 자아실현의 욕구는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고 본다. 과거의 시간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미래 지향적 적으로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 이제 부족한 부분을 부연하여, 결합된 균형 잡힌 시간관을 갖는 일만 남았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 중 일부분을 갈아엎어야 하는 일이다.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옷을 사지 않을 테고, 강의 부탁이 들어오면 마다하지 않을 거고, 내 몸만을 위해 소고기를 사지 않을 것이며, 혼자서 외식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제 그것을 다 갈아엎어야 한다. 사고 싶은 옷을 사고, 하고 싶은 일만 하고, 나를 위해 소고기를 사고, 맛집에서 외식을 하고, 여행 경비를 아까워하지 않아야 한다. 그게 쉬울까. 습관이 되지 않은 것을 그렇게 한꺼번에 바꿀 수 있을까. 그래도 해야 한다. 하나씩 서서히 바꾸어야 한다. 나를 위해 꽃을 사고 투자해야 한다. 내 생활습관과 의식을 갈아엎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럴 수 있을까. 어째서 나는 나에게 왜 그리도 인색했던가. 몸을 혹사하며 일하고, 쉼을 무시하고, 여가 즐기기를 도외시했던가. 그렇게 사는 게 건실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 아닌 진정 나를 위해 사용한 시간은 얼마나 될까. 성실하게 산 것은 인정하지만 균형 잡힌 시간을 사용하며 산 것은 아니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현재 쾌락적 시간관’만 따르고 중시하는 사람과 ‘과거 부정적 시간관’을 가진 사람은, 노년에 만족스럽지 못하고 자아실현도 할 수 없다는 논리에, 그나마 위안을 얻는다. 이제부터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 ‘현재 쾌락적 시간관’과 ‘초월적인 미래 지향적 시간관’을 키워야 하리라. 누구나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일 테니까.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따로 뗄 수 없이 이어진 것이므로, 과거에서 배우고 현재를 즐기며 미래를 계획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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