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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숙 Nov 10. 2022

자녀 뒷바라지 언제까지

스스로 자문하기


어떤 물품이든 구입한 후 A/S 기간이 있다.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3년까지가 보통이다. 그렇다면 자녀에게는 A/S를 언제까지 해야 할까, 요즘 드는 생각이다. 물론 자녀를 어떻게 물품에 비유할 수 있으랴. 물품에 비유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자녀를 결혼시키고 나서도 끊임없이 조력을 하는 게 요즘 추세다 보니 드는 생각이다. 


넉넉한 가정이 하는 것을 따르다 보니 그런 것인지, 무조건적인 부모의 내리사랑 때문에 그런 것인지, 젊은이들이 독자적으로 살기가 어려운 현실 때문에 그런 것인지, 이 모든 게 복합적이어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다. 아무튼 노후 준비도 쉽지 않은데, 자녀들을 위해 끊임없이 조력을 한다는 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우리 집만 해도 삼십 후반을 훌쩍 넘기도록 결혼을 하지 않던 딸아이가 오 년 전에 결혼을 했다. 공부를 하느라 직장생활도 오래 하지 못했고, 직장이라고 해도 계약직으로 다닌 탓에 결혼 준비금을 모아놓지 못했다. 혼사가 이루어진 것만도 다행스러워 소박하게나마 성의껏 준비해서 기쁜 마음으로 결혼을 시켰다.


그것으로 끝인 줄 알았던 게 순진한 것이었을까. 결혼하고 나자 구메구메 돈이 또 들어가기 시작했다. 함께 살 때는 일부러 챙기지 않고 밥이나 먹던 딸의 생일부터 사위 생일, 임신, 출산, 백일, 돌 등에 들어가는 비용의 일정 부분에 힘을 보태려니 그것도 쉽지 않았다. 물론 그 비용이 아깝다는 것은 아니다. 자식인데 무엇이 아까우랴. 즐겁고 행복하기도 하다. 그렇다는 말이다. 이것은 비단 우리 집 경우만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도 그러하리라.


 한 지인의 말을 빌리면, 출산 후 산후조리원비는 물론, 보약, 손주 백일, 돌, 어린이날, 유치원과 학교에 들어가면 축하금, 장난감 값, 등등 이루 말할 수가 없단다. 결혼시키면 그때부터 시작이라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웃었다. 심지어 집을 늘려 가면 거기에 또 힘을 보태줄 수 있으면 해야 된단다. 사후에 재산 남겨주는 것보다 필요할 때 조력하는 게 훨씬 낫다는 말도 했다. 살아있을 때 관계가 좋으려면 자녀들에게 아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부모의 마음이야 없는 것 있을 것 다 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어떻게 보면 ‘희생’이 부모의 본질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문제는 부모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했을 때 누가 책임져주는가 하는 것이다. 자녀들로부터 부양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부모들도 노후를 위해 경제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자녀들에게 주기만 하면 받는 것에 익숙해져서 삶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결혼을 시키면 그때부터 ‘희생’이라는 부모의 본질을 약간 뒤로 하고, 자녀들이 단단해지게 훈련하는 시간도 주는 게 어떨까. 부모들의 노후 준비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과거에는 대부분 결혼 후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독립했던 것 같다. 오히려 부모님께 무엇이든 해드리려 애쓰고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넉넉하면 넉넉한 대로 도움받지 않고 사는 게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아이를 출산하고 나면 더 성숙해지고 독립적이 되었다. 그렇게 어른이 되었고 나이를 먹어 자녀들을 출가시키는 나이가 되었다. 


그러한 입장에서 보면, 자녀에게 끊임없이 물질적으로 조력하는 요즘의 추세에, A/S를 언제까지 하나 자문하는 게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남들이야 어찌하든 간에, 결혼 후 3년까지라고 스스로 정해 본다. 그렇게 되기는 어렵지만. 그러면 인색한 부모일까. 아무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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