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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Jul 19. 2024

생일파티

[연재] 102. 이혼 78일 차

102. 이혼 78일 차  


        

생일파티     


2014년 5월 17일 토요일 맑음      


  아침에 일어나 샤워하고 흰색 벤츠 E250에 올랐다. 

  스타터 버튼을 누르자 엔진이 경쾌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였다. ‘벤츠에서는 와인 잔이 흔들리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앉아보니 곧 구라임을 알게 되었다.      


  안양 빌딩 공사 현장에 도착했다. 외장을 장식할 돌과 엘리베이터 부품 등이 쌓여 있고 한국인 인부들은 한족으로 보이는 중국인 인부들과 팀을 이루어 돌을 한 장 한 장 붙여 나갔다. 그는 3개월 동안 진행된 공사 과정을 겪으면서도 건물에 그렇게 애착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전혀 다른 기분이 들었다. 귀한 자식 같은 느낌이 그것이다. 아마 공사비를 피부로 느끼며 만들고 지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월말까지 1억 주실 수 있을까요?”     

  현장 소장이 ‘아침을 못 먹었다’라기에 [콩나물국밥] 식당으로 데려갔더니 하는 말이다. 그는 ‘어디서든지 돈은 될 것’이라 낙관하며 “그렇게 하지.”라고 대답해 버렸다. 그리고 그날 오후 그의 애마 랭글러 루비콘을 판매하기 위해 매매 사이트에 등록했다.  

        

  안양 현장을 떠나면서 여자에게 전화 걸었다. 이들 부부는 이혼에 합의하고 법원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 다음 달 3일이면 이들은 7년의 연애와 20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새 출발을 한다. 여자는 내심 그가 ‘이혼’ 결정을 번복해 주기를 기대했다가도 ‘혼자 살면 편하긴 하다’는 생각에 망설이는 눈치다. 물론, 그는 기어이 이혼하겠다고 결심했으므로 번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여자가 “언제 잠실(빌딩)로 갈 거야?”라고 물었는데, 처가 식구들에게 그의 생일이 다가왔음을 알리고 잔치를 준비했다. 주메뉴는 돼지 곱창이다. 그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여자가 싱크대 가득 곱창을 씻고 있었다. 그가 “힘들게 그런 것 하지 말라니까 그러네.”라고 말했다. 진심이었다. 그렇게 여자가 음식 준비를 마쳤고 그대로 빌딩 지하 홀로 옮겨졌으며, 마트에 전화를 걸어 술과 야채를 주문하고 테이블과 의자를 세팅하느라 오후 시간을 다 보냈다.      


  ‘이게 뭐야, 내가 준비하고 내가 초대하는 꼴이라니.’     

  그가 슬그머니 화가 치밀었다. 사실 그는 ‘생일잔치 따위는 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을 했었다. 그러함에도 여자는 굳이 자기 고집대로 잔치를 진행했다. 처가 식구들은 여섯 시쯤 도착했다. 음식은 고정식 목재로 된 테이블 위에 뷔페식으로 진열되었고 접시와 컵도 준비했다. 가족들은 여자가 준비한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금영 노래반주기에 맞춰 흥겨운 여흥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니 그도 준비할 때 짜증스러움은 깨끗하게 잊어버렸는데, 어느 순간 홀 계단 아래 마련된 공간에서 잠들어 버렸다. 꼬맹이 조카가 그에게 “고모부는 어떻게 집이 많아요?”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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