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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Aug 05. 2024

우울할 것 같아서 전화했더니

[연재] 112. 이혼 88일 차

112. 이혼 88일 차    


      

우울할 것 같아서 전화했더니     


2014년 5월 27일 화요일 맑음     

 

  “차 좀 나가려고 합니다.”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전화에 깨었다. 일곱 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는데, 403호 아저씨가 출근하는 길이었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갔고, 다시 잠을 청하려고 침대에 누웠으나 그뿐이었다.     

 

  샤워하고 효성동 토지에 공사를 하는 건설사 대표에게 ‘통지문’이라고 쓴 내용증명을 작성했다. 한 줄로 정리하면 “귀사의 행위로 담보가치가 하락하거나, 유치권 등의 요구로 채권 회수에 손해가 발생하면 청구하겠다.”라는 정도였다. 그런 후, 우체국으로 향하는 길에 [전주식당]에 들러 선지해장국을 주문했다. 다 먹을 수 없었고 이때 채무자 박 사장의 전화를 받았다.      


  “점심때 시간 내주십시오. 맛있는 거 사 드릴게요.”

  “싫다. 난 채무자와 밥 안 먹는다.”     


  채무자 박 사장은 그가 우체국에 들러 내용증명을 보낸 후 세탁기를 돌려 빨래를 널고 있을 즈음 전화를 걸어와 “도착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빌딩 현관문을 나서니 채무자가 콜라 한 병을 사 들고 서 있다. 


  그가 앞장서서 지하 홀로 내려갔다. 박 사장이 “이제 (토지 소유자) 아주머니와 담판을 지어야겠습니다. 철거를 할 수 있도록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그러면 3억이고 5억이고 달라는 대로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철거하는데 얼마가 필요한데?”라고 물었더니 “넉넉잡고 5천이면 됩니다. 그 돈도 세입자를 빼 주는 돈이니 토지 값에서 빠지는 거지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먼저 아주머니와 철거와 명도에 대해 합의하고 나를 찾아와야지. 그게 우선 이잖어?”     


  그렇게 돌아간 박 사장은 다시 전화를 걸어와 “아주머니가 철거에 합의해 준다고 합니다. 그러면 우리 계약도 해야지요?”라고 말했다. 이에, “철거비를 투자하고 수익은 박 사장이 말한 대로 하면 되는 거지.”라고 대답했다는데, 그가 벤츠 SLK 로드스터를 타고 올림픽 도로를 달리던 중이었다.    


  

  그는 인천시 부평구의 땅값을 알아보러 가는 길이었다. 부평의 도로는 예전보다 좋아졌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그가 온 이유는 건물 1/3 지분을 잡고 2억 원을 빌려주려는 것인데 정말로 땅값이 평당 7백만 원 정도 하는지 확인하러 온 것이다. 담보 물건으로 제공하겠다는 쓰레기 건물을 둘러본 후 부동산중개업소에 들어갔다.     


  “사장님, 빌라 지을만한 땅 하나 소개해 주십시오.”

  “주택 100평짜리 있는데 조금 들어갔어. 평당 8백 달라고 해.”

  “빌라값이 뻔한데 땅값을 8백이나 주면 수지가 안 맞잖아요?”

  “그렇지. 그래서 말하는 걸세. 저 집이여.”     


  50대 후반의 공인중개사가 앞장서서 걸었다. 주택은 담보 물건 건너편의 자루형 토지로 진입로 20여 평은 깔리는 모양새지만, 진입로 폭은 넓어 건축 진행에는 문제없어 보였다. 그러함에도 “필요 없는 땅이 많아서 힘들겠네요.”라고 운을 띄웠다. 중개사가 “얼마 정도 생각하시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평당 7백 선에 끊어야지요.”라고 말하자 “그럼 내가 나오면 연락해 줌세.”라고 대답하고 수첩에 그의 전화번호를 받아 적었다. 그리고 그가 서울로 진입할 즈음 문자로 매물들을 보내왔다. 이것으로 평당 7백만 원은 ‘가치를 한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인천 땅값도 많이 오른 것 같다.     


 

  고시원을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겠다’라며 돌아다니고 있는 신 부장은 전화를 걸어와 “홈페이지 제작자들과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 출장 중이었으므로 내일로 미뤘고, 여자도 방배동 할매들과 ‘골프장에 있다’라고 말했다. 집에만 있기에 우울할 것 같아서 인천에 함께 가려고 전화했는데, 잘 놀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베드로는 그가 인천 물건을 감정하고 온 것에 고무되어 “분양대행사가 보증금으로 필요해서 빌려 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3개월에 두 장은 달라고 해야지요.”라고 설명했다. 사실, 분양사업은 실체가 없으므로 쓰레기 같은 지분 담보라도 잡아두려고 감정을 갔었다. 힘들긴 하지만 박 사장 건과 이번 건이 잘 된다면 몇 장 쥘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일전에 인천 효성동 토지 문제로 전화 한 사내가 또 연락해 왔다. 전화번호를 구글링 하니 광주에서 중고차를 판매하는 번호가 검색되었다. 나름 주먹 물을 좀 먹지 않았는가 생각하며 “어른들끼리는 돈이죠? 돈 없이 경매를 취하할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그러자 사내가 “저는 돈이 없습니다.”라고 패를 까면서 “전주를 붙였습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말짱 거짓말이다. 그들은 입으로만 도박하고 있었다. 술을 마시고 싶지만 [새마을 시장]에서 사 온 참외로 저녁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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