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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Aug 07. 2024

의미 없는 손톱자국

[연재] 113. 이혼 89일 차

113. 이혼 89일 차      


    

의미 없는 손톱자국     


2014년 5월 28일 수요일 맑음      


  그는 키높이 구두를 선호했다. 

  키가 커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핏을 위해 그랬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핏도 포기하기로 하고 금강제화와 기타 운동화를 주문했다. 또 그와 맞게, 바지통을 아주 줄인 바지도 두 개나 맞췄다. 허세보다 현실적인 편안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작은 노력이었다.      


  신사동 채무자 장 사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내용증명의 효력이 발생한 것인데, 인천 효성동 건설업자도 그가 보낸 내용증명을 받고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죄다 철수시켰다. 그는 이렇게 자신을 둘러싼 경제환경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채고 선제공격했다.     


  안전 운전 UCC 공모전에 출품할 영상의 아나운서 장면 촬영이 있었다. 아나운서 역할에는 스무 살 때까지 자신의 혈액형이 아버지 달라 ‘주워온 딸인 줄 알았다.’라며 가출까지 감행했던 ㅇㅇ가 맡았다. 그가 전화하니 기꺼이 ‘출연하겠다’라고 하면서 “무슨 옷을 입어요.”라고 물었고, 촬영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뒤풀이는 [새마을 시장]의 횟집이었다. 이 자리에서 ㅇㅇ의 패배적이고 감성 좌파적인 이야기를 들었지만 개의치는 않았다. 뒤풀이를 마치고 돌아올 때였다. ㅇㅇ가 “지하철 끊어지면 택시비 줘야 해요?”라고 말했고, 그는 “방이 있으니 자고 가라.”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러면 렌즈 세척액도 사줘야 해요.”라고 말하기에 약국으로 들어갔다. 식염수와 렌즈 세척액을 2,000원에 구매했다.      


  빌딩 지하 홀에서 셋이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이때였다. ㅇㅇ는 애교라고 생각했는지 그의 오른쪽 팔목에 손톱자국을 새겼다. 그가 “이런 자국은 인생의 아름다운 기억이 있을 때 세기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분노했다. 몸에 의미 없는 상처를 냈기 때문이다. 그 뒤로 ㅇㅇ의 행동은 약간 조신해졌으나, 그렇다고 맨 정신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노래도 못 불렀다.      


  “형님. 카메라는 두고 갈게요.”

  촬영을 담당한 ㅇㅇ의 말로 술자리는 끝났다. 가 말을 하기에 “내가 챙겨 올려놓으마.”라며 장비를 챙기고 ㅇㅇ를 비어있는 풀옵션 원룸 401호로 안내하고 “여기 이불과 수건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뒤 따라 들어오던 ㅇㅇ가 “와, 좋다.”라고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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