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라이프
4. 미국 주식 TQQQ 매집 원칙
2022년 3월 19일 토요일 비
화장실에서 빗소리를 들었다.
그러니 다시 침대에 누웠으나 빗소리의 감성이 몸을 일으키게 했다. 전기 주전자로 물을 끓여 쌍화탕 하나를 중탕하고 서재로 가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얼마쯤 썼을까? 불현듯 부모님 생각에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기한이 갈라지는 음성으로 “여보세요?”라고 물었다. 음성에서 문뜩 ‘부모님도 장수 노인’이라는 생각에 닿았다. 그래서 곧장 ‘쿠팡’에 접속해 ‘흰다리 새우’ 2kg을 하사하고 딸에게도 빕스 스테이크 2덩이를 하사했다.
물론 아버지 기한은 아들의 ‘오미크론 감염’에 대해 지대한 관심은 없었고 “큰고모가 은근히 돈 쌓아 두면 뭐 하냐고 노인당에도 와서 푸라고 하는 디, 네가 얼마나 해 줬느냐? 그라고, 얼마 전에는 둘째 딸 누구냐? 그, 평생 전화도 안 하던 것이 딸 여윈다고 청첩장 보내서 내가 이 나이에 조카 손녀 결혼식 부조해야 긋냐고 말했더니 또 그거이 삐졌는디, 연락도 읎다!”라며 욕심 많은 누이를 까는데 열을 올렸다. 그러함에도 마이클의 마음은 관대했다. 그런 아침이었다.
어제 쿠팡에서 배송된 ‘소고기죽’을 전자레인지에 데웠다. 상당히 고급 퀄리티였다. 또 다른 오미크론 감염자가 전화를 걸어 올 때도 이때였다.
친구 오 군은, 감염 증세 초기인지 아주 힘들어하며 “어제 PCR 검사했어. 결과는 오늘 나온다는데 일단 4일은 가계 문, 닫아야 돼!”라고 말했다. 그동안 말은 안 했지만, 배달인력이 없어서 혼자 배달하고 있었다는 다른 방증이었다.
마이클이 “자가격리여도 뭐 누가 알어? 사람만 안 만나면 되지, 전화기 집에 놓고 바람 쐬러 나가도 돼!”라고 바람을 잡았다. 순진한 오 군이 “그래도 될까?”라고 반신반의하며 “너, 주식 많이 올랐지?”라고 미국 주식에 대해 물었다.
오 군의 추천으로 마이클이 시작한 TQQQ 주식은 오 군에게도 드디어 플러스로 바뀌는 중이었다. 1주당 90달러이던 주식이 40달로까지 떨어지자 물타기를 해 버티며 3일 연속 상승 끝에 드디어 반등한 경우였다. 오 군이 “죽는 줄 알았어. 2천만 원도 넘게 빠졌었다니까?”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는 사이 마이클은 주식 프로그램을 열어 “난 22% 올랐네?”라고 말했다. 이에, 오 군이 “와하~ 거봐라~ 난리가 아니라니까?”라고 좋아했는데, 주식 수량은 겨우 21주에 불과해 20여만 원도 안 되는 수익이었다. 오 군의 감탄이 끝나자 마이클이 “내가 매주 50만 원씩 투자한다고 했는데, 그건 아닌 거 같아. 변동성이 3배인 TQQQ 주식은 40달러 기준선을 잡았으니 그 보다 떨어지면 왕창 매집해야 하는 게 맞어.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내 입으로 한 계획을 어기고 싶지 않아 다음 주에 사려고 했는데, 당분간 기회는 오지 않을 것 같아. 그러니 기회는 올 때 잡는 거야. 앞으로는 그래야겠어!”라고 주식 매집 기준을 변경했다.
그리고 오 군이 “1억을 투자했으면 이 상품은 3억을 투자한 거야.”라는 말에서 또 한 번 레버리지 주식이라는 사실을 상기했다. 그러니 마이클도, 아버지 기한처럼 오 군의 오미크론 감염 걱정보다 주식투자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었다. 아무쪼록 모두 주식투자에 성공해서 한가하고 여유로운 노년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랐다.
5일 만에 머리를 감았다. 현관문 앞에 쿠팡에서 배송된 빕스 스테이크나 그녀가 보내온 쌍화차 상자가 쌓였다. 박스를 열어 냉장고에 넣어 두고 두어 개는 따로 포장하고 벤츠 SLK 로드스터의 심장을 깨웠다.
빨간 벤츠 SLK 로드스터 지붕은 또 비가 샜다. 운전석 시트에 빗방울 웅덩이가 생겼다. 날 잡아 코킹 공사를 다시 해야 할 것이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에이, 씨~ 이번에는 떡칠해야지~’라고 열불을 냈는데, 호텔 건축 설계비용이 7천만 원, 벤츠 한 대 값이라는 사실에 좀 놀랐때도 이때였다. 다소, 비싸게 계약한 것 같았다.
돈이란 게 늘 그런 것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이었다. 그렇다고 호텔 건축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큰 사람, 큰 사업을 하려면 돈 씀씀이도 어느 정도는 커져야 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