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라이프
8. 전세 보증금 11억8천만 원
2022년 4월 3일 일요일 맑음
샤워하면서 화장실 바닥 붉은 물때가 보기 싫어서 샤워 타월로 닦았다.
이제는 생애 첫 집인 이 아파트와 이별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래서 전세 가격도 12억 원에서 11억8천만 원으로 내렸는데 아예, 매도자가 있으면 팔기로 했다. 다만 가격은 좀 쎈 22억8천만 원에 광고하기로 했다. 22억8천만 원을 희망하는 것은 양도소득세가 2억5천만 원이기 때문인데. 얼마 정도 흥정할 여지는 있다. 아니, 20억에도 팔 수 있다. 인생은 한곳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징검다리처럼 건너가는 재미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 아파트가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는 인생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럴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아파트는 팔기로 했다. 그런 후에는 ‘풍도’에 근린 생활 건물을 짓고 바다에 파워 요트를 띄워 놓고, 여자친구의 젖가슴을 물고 빨고 섹스도 하며 놀 것이다. 컴퓨터 모니터에는 미국 주식 차트가 오르락내리락 달러 자산을 불려가고.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현금’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파트를 팔려는 것이다.
자카르타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도 마이클의 ‘현금을 확보하자’라는 주장은 계속되었다. 식당 영업을 준비하는 친구 오 군과의 전화 통화였다. 그런데 스스로 ‘안분지족’의 삶을 추구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누가 1주일에 3일, 4시간씩만 일해주는 대가로 방 한 칸과 월 150만 원만 주면 좋겠네. 부동산 경매도 좋고 밭일도 좋고, 섹스해 달라고 해도 좋고. 아, 그건 돈을 좀 더 받아야겠다.”라는 식으로 미래를 그렸기 때문이다. 마이클 자신도 잊었던 미래를 그녀가 문자로 알려주며 “그래서 용돈을 주는 첫 여친이 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버뱅크 빌라에서 낮잠을 자고 일어나 읽은 문자였다.
컴퓨터를 켜고 유트브를 시청했다. 미국 주식이나 부동산 거품을 경고하는 [PD수첩] 프로그램 따위였다. [PD수첩]은 가난한 자들의 논리로 구성되기에, 피해자들의 진술 이외에는 그리 재미있지는 않았다. 또한, 미국 주식투자에 참고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자본이 1, 2억에 불과한 자들이 유튜브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더 돈을 많이 투자한 유튜버를 찾지 않으면 스스로 개척해야 할 것이었다.
자신 있었다. 현금을 확보하고 주식이 폭락할 때만 매수하고 5년 동안 버티기로 했다. 그러므로 [백만장자 라이프] 구독자들은 10억 원을 미국 주식 TQQQ에 몰빵하고 요트에서 여자친구와 시간을 죽이는 한가한 마이클을 보게 될 것이었다. 유튜브 구독자는 오늘로 2천5백 명을 넘겼는데, 네이버 블로그 구독자도 1천 명이 되었다. 뭔가 유쾌한 특이점이 오고 있음이 느껴지는 날이었다. 그래서 기념으로 화면을 캡쳐 해 두었다.
저녁 식사는 삼겹살이었다. 차가워진 바람을 느끼며 벤츠 SLK 로드스터를 타고 송전 ‘파인마트’로 향했고 소주와 맥주, 삼겹살, 야채를 사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