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라이프
37. 아파트 전세금 12억 원 몰빵
2022년 10월 5일 수요일 맑음
그릇에 베지밀 하나를 붓고 시리얼도 부었다.
쌀가마에 버금가는 큰 봉지로 아들 솔 군이 먹고 남겨놓은 것이었다. 그런, 탄수화물인지 과자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을 먹고 커피 한 잔을 내려 들고 [킴스팩토리] 컨테이너로 향했다. 해가 떠오르는 아침이었다.
한편, 6일 노동 후 하루를 쉬는 식당 주인장도 내장산 등반을 시작했다. 등산로에 따라 예약제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허용되는 산책로를 이용한 등산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해발 700m 높이였다. 가끔 배달하느라 계단을 오르내린다고 해도 숨이 금방 턱에 차올랐다. 적당히 쉴만한 바위를 찾아 엉덩이를 걸치고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전화를 건 상대방은 미국 주식에 아파트 전세금 12억 원을 몰빵 한 있는 마이클이었다. 그러므로 유튜브, 특히 나이가 한 살 어린 유튜버 [야심TV]가 알려주는 “이번에 반등하면 TQQQ는 29달러, 39달러, 50달러에, SOXL은 14달러, 23달러, 34달러에 올 때 보유 수량의 10%씩 매도해 현금 확보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부분을 듣고 있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어제부터 상승한 미국 주식투자로 이어졌고, 매도 물량에 대해서는 마이클이 “난 30%씩 세 번에 나누어 전량 매도할 거야! 그런 다음에 다시 세팅해야지.”라고 말했다. 듣고 있던 오 군도 이번에는 훈수를 두지 않고 “나도 어떻게 든 팔아서 아래 가격에서 사 모아야겠어.”라고 동의하며 “갭 상승해서 그 구간 메꾸려고 내려오면 좀 더 살 거야!”라고 덧붙였다. 마이클도 “물론 나쁘지 않은 가격이니 더 사도 좋을 것 같아. 야심이 말한 가격대로 30%씩 매도하면 수익이 한 5억 생겨서 총자금은 18억 원으로 불어나네?”라고 계산했던 결과를 말했다. 그러자 오 군이 “오메? 자본이 깡패구만!”이라고 놀랐다. 마이클이 “이번에 느낀 건데, 잘만하면 평생 놀이로도 좋을 것 같아.”라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 토지 위로 드론을 날렸다. 다소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냉장고에 남아있던 모둠전을 꺼냈다. 호일을 벗기고 전자레인지에 돌려 따뜻하게 한 후 나무젓가락으로 하나를 집어 먹다가 냉장고의 소주도 꺼냈다. 무료함과 멜랑꼴리한 기분을 전환할 목적도 있었다. 그렇게 모둠전에 소주 한 병을 마시자 이번에는 드럼을 연주하고 싶어졌다. 오디오에 스마트폰 블루투스 기능을 연동해 ‘나 어떡해’를 틀어놓고 드럼 연주를 시작했다.
그러나 한 곡을 다 연주하기도 전에 전화가 왔다. 방송대 선배이며 공고 후배 정민이었다. 전화를 받은 마이클이 드럼 스틱을 놓고 컨테이너 밖으로 나갔다. 정민이 “부서원 중 유일하게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는데, 그만 감기에 걸려 고생 중입니다. 유튜브는 보고 있는데, 형님은 어떻게 지내십니까?”라고 물었다. “나야, 유튜브 그대로 미국 주식 투자하는 중이지. 그게 성공해야 에로영화 사업을 시작할 수 있거든, 방송대가 낳은 최고의 에로감독, 선,후배들이 부끄러워 이름을 부를 수 없는 동문 감독이 될 거야.”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정민이 “그때는 저도 한 자락 거들겠습니다. 빨리 그날이 오기를 바라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따라 웃었다.
미국 주식은 오늘도 상승이었다. 계좌의 손실도 무려 2억 원 가까이 줄어들어 마이너스 1억8천2백만 원이었는데, 주가 상승을 확인하는 데는 1배 ETF이며 원지수인 QQQ, SOXX를 1주씩 사 놓은 것이 도움 되었다. 각 9.81%, 5.88% 수익이었기에 3배 레버리지 TQQQ는 17.6%, SOXL은 29.4% 상승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틀 전 매수할 때 1천 주, 2천 주가 아니라, 1억 원을 매수했다면 2천9백만 원의 이익을 냈을 상태였다. ‘기회가 오면 통 크게 놀아야 한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특히, 지금은 누가 뭐래도 주가는 바닥이었기에 더욱 승률이 높은 지점이었다. 또 하나의 원칙이 세워지는 밤이었다.
2022년 10월 6일 목요일 맑음
눈을 떴을 때는 미국 주식 장이 끝난 시각이었다.
빨간 네스프레소 캡슐 머신에서 내린 커피를 스테인리스 보온 컵에 담아 들고 [킴스팩토리] 사무실로 향했다. 발목에 차가운 공기가 감돌아 나가는 것을 느끼며 문을 열고 컴퓨터를 켜 주가를 확인하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주가는 소폭 상승한 탓에, 예약한 매수는 이뤄지지 못했다.
[월든 숲] 오두막으로 돌아와 벤츠 SLK 로드스터 조수석에 빨래 바구니를 싣고 시동을 걸었다. 아침 식사는 주인 부부와 주방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까지 인생의 황혼기를 지나는 [샘골 생고기] 식당이었다. 든든한 식사를 하고 피렌체하우스 관리실로 가 샤워 후 세탁기 호스를 연결해 세탁기를 작동시키고 다시 벤츠 SLK 로드스터를 타고 [샘골 이발관]으로 향했다. 주인장이 소파에서 아랫배를 앞으로 내밀고 비스듬하게 누워 있었다. 그러니 첫 손님이었다. 전기바리캉으로 옆 머리를 시원하게 밀고 다시 피렌체하우스로 돌아왔으나 세탁기는 여전히 작동 중이었다.
시간을 죽이기 위해 단지 쓰레기장을 청소했다. 청소업체가 정리한다고 해도 바닥에 떨어진 플라스틱병이나 잡다한 쓰레기는 치우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 청소해야 하는데, 이럴 때마다 ‘다음 생에서는 절대 건축주를 하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하곤 한다. 정말로 ‘무소유’를 하고 싶은 것이었다. 우편집배원이 우편함에 붙인 등기우편 스티커를 본 때도 이때였다. 발송인이 수원지방법원 고등법원이었다. 아마 항소심 재판부에서 보낸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래서 빨래 세탁이 끝나자 건조기에 넣어 건조를 시키고 물통에 물을 채워 트렁크에 싣고 [월든 숲]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체국에 들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미 반송된 후였다.
오후 시간은 미국 크랏체 드럼 심벌을 닦는 시간이었다. 물론, 게으름에 핸드 그라인더를 이용해 닦을 생각으로 융으로 된 솔을 주문했으나 장착해 사용해 보니 오히려 광택이 죽었다. 아마 그라인더 회전수가 빠른 데다 부착한 솔의 표면이 거친 탓 같았다. 그러니 일일이 손으로 닦는 고행이 시작되었다. 그러함에도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개인용 드럼을 자랑할 생각에 카메라를 걸고 작업했고 한 편의 영상으로 편집되어 유튜브에 공개되었다. 덕분에 열 받은 구독자 몇 명이 ‘구독취소’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쩌라! 이것이 [백만장자 라이프] 인걸!
영상을 편집하던 중 친구 오 군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식값이 ‘갭 상승한 경우, 갭을 메우려 하락한다’라는 말을 들었기에 통계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어제 갭 매웠잖아?”였다. 그러니 어제 가격을 좀 더 높게 써서 매수했어야 했는데, 이미 지난 일이었고 사실, ‘더 하락하면 어쩌지?’하는 겁도 났었다.
그러나 일기를 쓰면서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게다가 상당한 확률로 단기 상승도 예상되므로, 주식을 매수하기로 하고 예수금 4억 원을 모두 사용하기로 했다. 다행히 프리마켓 주가는 어제 가격에서 약간 하락 중이었다. 그래서 ‘1달러 정도는 내려오잖아?’라고 생각하며 아래 가격으로 TQQQ 7천 주, SOXL 9천 주를 거래 예약해 두고 본 장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본 장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쳐다보는 주가는 내려오지 않았다. 운명에 맡긴다는 심정으로 컴퓨터를 끄고 평온한 수면을 위해 스마트폰도 남겨두고 오두막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