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

#서학개미 라이프

by 김경만

46.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


2022년 11월 27일 일요일 맑음


피렌체하우스 관리실에 들렀다.

벤츠 SLK 로드스터 트렁크에 싣고 온 여덟 개의 물통에 물을 채웠다. 물통에 물이 채워지는 사이 유튜브 영상도 촬영했다. 그리고 주유소에서 주유하고 자동 세차기도 통과했다. 내일 벤츠 서비스 센터에 사고 수리를 위해 입고하기 위해서였다.


저녁 식사는 김치찜이었다. 남은 막걸리 반병과 함께 식사 후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을 읽기 시작했다. 수기 형태의 글이었기에 잘 읽혔다. 그렇게 알게 된 것은, 제시 리버모어도 마이클과 같은 승부사적 기질이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타인의 의견이나 소문을 듣지 말라’라는 내용 등은 투자에 도움이 될 것이었다. 마이클 자신도 다른 유튜버들의 의견을 듣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계적인 매수를 하되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투자상황을 유튜브에 공개하기는 하지만, 계획을 미리 말해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는 행위도 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주식 매매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 [킴스팩토리] 사무실로 향했다. 지금의 기분을 미국 주식 SOXL 차트를 보면서 생각하고 싶어서였다.


2022년 11월 28일 월요일 맑음


오두막 복층 침실에서 내려다본 [월든 숲]은 아직도 어둠이었다.

머리맡에 둔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을 집어 들었다. 작가 에드윈 르페브르가 20세기 전반 주식시장을 주름잡았던 ‘월스트리트의 황제’ 제시 리버모어를 인터뷰하고, 소설 형식으로 쓴 책이다. 그런 까닭에 주인공을 ‘리버모어’로 쓰지 않고, 가상의 인물 래리 리빙스톤을 등장시킨다. 마치 마이클이 일기를 쓰는 형식이다. 펼친 쪽은 ‘펫 허언의 기법’ 부분이었다.


주가가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일정한 수량을 매수한 후 다시 1포인트 하락하면 전량 매도해 약간의 시세차익을 얻는 기법으로, 상승장에서 따라가는 방법이었다. 이 방법은 하락장에서 주식을 매집하려는 마이클에게 또 하나의 창이었다. 곧바로 [킴스팩토리] 사무실로 가서 컴퓨터를 켜고 엑셀 프로그램으로 시뮬레이션해 보았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그렇게 신박한 방법은 아니다’였는데, 래리 리빙스톤 또한 “생활비를 풍족하게 버는 수준”이라고 인정했다. 어쨌거나 그렇게 아침이 시작되었고, 생각은 꼬리를 물어 ‘매수할 때마다 빌라를 한 채 낙찰받았다고 생각하면 장기투자에 도움이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부동산경매에 참여해 빌라 한 채를 5천만 원이나 1억 원에 낙찰받았다고 생각해보자. 낙찰되면 매각대금을 납부하려고 은행에서 대출을 일으킨다. 이때 대출이자 이외에도 취급 수수료나 적금으로 떼이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대행하는 법무사에게 수수료를 떼이고, 국가에도 취득세로 떼인다.


그렇게 소유권이 이전되면 이번에는 점유하고 있는 소유자나 임차인에게 ‘이사비’ 명목으로 얼마를 집어주거나, 거절하면 집행관으로 하여 ‘강제집행’을 하기 위해 또 얼마를 떼인다. 열쇠공을 불러 문을 여는 비용은 덤이다.


그런 후 집수리하는 업자에게 떼이고, 임대 및 매매를 소개하는 부동산 중개사에게 중개비를 떼인다. 그리고 운 좋게 매매가 되었다면 이번에도 양도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떼이며 끝난다.


그래서 마이클은 부동산경매가 마치,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 산티아고 영감이 커다란 청새치를 잡았으나 상어들의 습격에 살이 뜯겨나가 항구에 도착했을 때는 머리와 뼈만 남은 것을 예시로 들기도 했다.


그에 비해 주식투자는 어떠한가? 아주 미미한 거래 수수료와 22%의 양도소득세만 있을 뿐이고 절차의 수고로움도 없다. 그러니 주식투자로 방향을 튼 것은 옳은 방법이었으나, 거래의 편리성이 걸림돌이었다. 매수, 매도가 너무 쉬운 탓에 원하는 가격이 올 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리기 어려웠다.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일이기도 했고. 그런데 오늘 아침에 깨달았다.


5천만 원, 1억 원... 매수 할 때마다 부동산경매법정에서 빌라를 낙찰받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매수 후에는 소유권 이전하고, 도배 장판하고, 임차인 구하러 전봇대에 전단지를 붙이고, 부동산 중개업소를 도는 등 긴 시간이 걸렸듯이, 그렇게 시간을 죽이기로 했다. 꼭,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윽고 프리마켓이 시작되었다. 친구 오 군의 예상대로 주가는 하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이클이 원하는 10.6달러까지 내려오려면 15% 이상 하락해야 했다. 오 군에게 “이번 주말에나 매수할 수 있겠다. 그래도 주문은 걸어두어야지.”라고 말하며 250주를 주문하고 이어, 단타용인 ‘특공대’ 주식을 4천만 원에 맞추어 매수해두고 그 자세로 자정까지 있었다.


2022년 11월 29일 화요일 맑음


아침은 주식투자 영상 촬영으로 시작했다.

오래전, 일가족을 나주 자동차매매상사에서 50만 원을 주고 구매한 화물차에 태우고 서울로 입성했다. 반지하 방을 얻고 모터사이클 수리점을 하던 시절이다. 처가 제사 때 “1억만 벌게 해 주세요.”라고 입버릇 이론을 실천한 이야기였다. 가운데 자리에 타고 있던 세 살 아들은 서른이 되었다. 마이클과 아들 솔 군의 이야기다.

아들 솔 군은 1년여를 근무한 [호텔]을 그만두고 분당에 있는 호텔로 이직했다. 그러느라 며칠간의 시간을 휴식할 수 있었고 오늘이 첫날이었다. 그만둔 호텔 사장이 퇴직금 지급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기에 따끔하게 충고해 처리토록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아버지 마이클이 전화를 걸어와 “벤츠가 수리 중이다. 서울에 가야 하는데, 랭글러 좀 가지고 와라.”라고 말해서 캘리포니아로 가는 중이다.


영상 촬영과 일기 쓰기를 마친 마이클은 오두막으로 가서 늦은 브런치를 먹었다. 당연히 밥과 김치였다. 아들 솔 군이 전화를 걸어와 “어디 계세요?”라고 물었을 때도 이때였다. 그러니 솔 군 또한 ‘아빠와 점심을 먹겠다’라는 계획도 틀어졌다. 배가 부르자 졸음이 왔다. 이클라이너 소파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솔 군은 “컴퓨터 하러 갈게요.”라고 말하고 [킴스팩토리] 사무실로 향했다.


오후 시간은 지루하게 하락하는 미국 주식 SOXL 주가를 쳐다보거나 멍을 때리거나 하는 시간이었다. 수익을 내지 못하고 대기하는 예수금 13억 원을 조금이라도 굴려보려는 생각할 때도 이때였다. 그러나 오후 늦게 저녁을 먹고 제시 리버모어의 일대기인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을 읽다가 마음을 바꾸었다.


어느 날 주식 객장에 모피 외투를 입고 온 사내 때문에 많은 주식 중개인들이 돈을 잃어버린 이야기로, 주식 중개인들이 ‘모피 외투값을 주식 장이 지불하게 하겠다’라며 거래에 나섰다가 손해를 본 사건이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가 ‘잠깐 주식투자로 냉장고값이나 벌겠다고 들어왔다가 전세방을 못 얻게 되었다’라는 이야기와 같았다. 그래서 마이클 또한 ‘그래, 크게 벌려면 사소한 손실은 잊자’라고 마음을 접었다. 전원을 켠 바닥 전기온돌 판넬이 따뜻해져 왔다. 잠들기 전 주가는 11.73달러로 하락 추세는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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