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뇌동매매의 손해 2,000만 원

#서학개미 라이프

by 김경만


56. 뇌동매매의 손해 2,000만 원



2023년 2월 6일 월요일 맑음


눈을 뜬 시각은 새벽 5시가 조금 못 되었을 때였다.

잡곡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나물과 함께 식사 후 유튜브를 시청했다. 주로 부동산이나 주식투자 등 내용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남들이 원하는 백만장자인데 굳이 100억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하나? 그냥 필요한 돈 정도만 단타로 벌면 되지 않을까? 전세보증금이 필요하면, 주식을 매수한 후 상승하기를 기다려 매도해 차익으로 반환하는 식으로 말이야?”라고 생각했다.


꽤 신박한 생각이었기에 곧바로 옷을 입고 [킴스팩토리] 사무실로 나가 주식매수 계획표를 수정하던 중 친구 오 군의 전화를 받았다. 당연히, 깨달은 주식투자법을 설파하자 “단타로 돈 번 사람 없어야~ 무조건 장기투자여~ 자네 가진 보유량이 장난 아니여~”라고 찬물을 끼얹으며 정신 차리게 했다.

그래서 SOXL 주식이 10% 하락할 때마다 매수하겠다는 계획을 20% 하락할 때로 수정하고, 산티아고 영감이 청새치를 잡아 오는 날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오늘로 26일째였다. 물론, 그렇다고 욕심을 폐기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상승장이다~”라고 믿으며 –10%가 되면 물을 타서 어떻게든지 전세보증금 1억2천6백만 원은 만들어보기로 했고, 잊지 않기 위해 화이트 보드에 파란색 펜으로 다음과 같이 적어 두었다.

“2/6 [27일째] 1. 돈 수각은 이미 만들어진 것을 알았다. 12.8억, 2. 현재 보유물량 1주일간 관망 후 익절하기 (전세금 1억2천6백만 원 확보), 3. 3/10 SOXL 9.6달러 48,000주 6억 원 매수, 3/15 케렌시아 잔금 납부 4. 3/24 SOXL 15달러 30,000주 매도. 리벨런싱 5. 6/2 SOXL 9.6달러에 72,115주 매수. 롱 포지션”

마이클은 산티아고 영감이 바다로 나간 지 85일 되는 날에, 배보다 더 큰 청새치를 잡은 것에 영감을 얻어 주식 운을 시험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주식 거래일 85일이 되던 날의 주가도 궁금했기에, 1일 주가 차트를 뒤로 세어보았다. 17달러인 주가는 85 거래일 되는 날에 9.6달러로 떨어질 수 있었다.


매우 과학적이지 않고, 주술적인 추측이었음에도, 근거 없이 믿어보기로 하고 보드 판에 그렇게 적었는데 아주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지금의 상승은 단기 과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렌체하우스]로 가서 물통에 물을 채우고 세탁기를 돌린 후 돌아와서도 주식투자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었다. 냉장고에 넣어 둔 생굴을 생각해 낸 때도 이때였다. 편의점에 들러 지평 막걸리 두 병을 사 돌아왔다.

[킴스팩토리] 아카시아 원목 책상에 금쟁반으로 술상을 차리고 주식 프리마켓에 참여했다. SOXL 주가는 하락하고 있었다. 일찌감치 매수 평균 가격인 17달러에서 10% 하락한 15.3달러에 3천 주 매수 예약해 두고 ‘돈의 인격’에 대한 내용의 영상을 촬영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얼마 후 매매가 이루어졌다. SOXL 15,001주 평균 가격 16.89달러, TQQQ 16,000주 24.82달러였다. 반짝 불장인 파티를 즐기되 즉시 탈출할 수 있도록 파티장 입구에서 춤을 추는 형국이었다.


2023년 2월 7일 화요일 맑음


미국 주식 프리마켓이 시작되었다.

TQQQ 16,000주는 1.13% 수익이었고 SOXL 15,001주는 –3.24% 손실 중이었다. 부화뇌동해서 매수한 결과물에 반성하며 책상 왼쪽 벽에 붙여 둔 SOXL 주가 차트를 보았다. 차트는 산티아고 영감이 허탕을 치는 날만큼 매수 기회를 기다리기 위한 것으로 현재 27일째였고, 84일째 되는 날은 6월 2일이며 주가는 9.8달러였다.


그날까지 참지 못하고 부화뇌동해서 16달러에 1만5천1주를 매수했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잠시 운이 좋아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었으면서 마치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었다.


그래서 현재 보유 중인 주식을 3월 말까지는 보유해 보기로 한 계획도 폐기하고 주식도 ‘새 판을 짜자’라는 전략으로 전량 매도하기로 했다. 그러므로 반환할 전세보증금이 발생하면 투자 원금에서 돌려주는 것도 감내하기로 했다.


수익 중인 TQQQ 주식을 1천 주씩 5회에 걸쳐 매도하고 손실 중인 SOXL 또한 그렇게 했다. 손해액은 –2,834,557원이었다. 나머지 물량은 본 장에서 매도하기로 했다. 반등하지 않는다면 –6,575,000원이 추가되어 ‘부화뇌동 매수의 대가로 2천만 원을 잃었다’라는 의미와 동의어였다.


그러는 사이 본 장이 시작되었다. 역시 하락이었다. 그러함에도 TQQQ 2천 주, SOXL 5천 주만 남기고 모두 매도하고 새로운 매수 계획표를 작성했다. 현재 가격에서 40% 하락한 10.1달러부터 20% 하락할 때마다 2억 원씩 6회 매수하기로 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계획한 10만 주를 넘어 무려 174,356주를 매수할 수도 있었다. 오직 매수만 진행하기로 한 계획표를 출력해 [미국 주식] 파일에 철을 해 두고 막걸리를 사기 위해 편의점으로 향했다. 하지만 편의점조차 마이클을 외면했다. 자정을 넘기지 않았음에도 영업하지 않았고, 다른 곳 또한 그랬다. 자신에 대해 실망한 걸음으로 어두운 거리를 걸어 [월든 숲] 오두막으로 되돌아왔다.


2023년 2월 8일 수요일 맑음


눈을 뜨자마자 주가를 확인했다.

입꼬리에서 “이런-”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주가가 4%나 상승했기 때문이다. 매도 결정을 하루만 더 늦게 했다면 손해가 아닌 이익이 났을 것이었는데, 하루 이틀 사이에 일어난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매수하면 하락하고 매도하면 상승하는 주가는 대중의 심리를 반영하는 것이었고, 마이클의 심리 또한 그들과 한 치도 틀리지 않았다. 그러니 자신의 심리와 반대로 할 필요가 있었기에 ‘앞으로 모든 결정은 48시간 후에 하자’라고 다짐하며, 잊지 않기 위해 커피를 내려 들고 [킴스팩토리] 사무실로 향했다.

물론, 처음 깨달은 것은 아니었다. 이미 알았기에 ‘인격체를 분리해 팔고자 할 때는 사고, 사고자 할 때는 팔자’라고 생각했었지만!


오두막 이클라이너 소파에서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월든 숲]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시간이었다. 통풍으로 오른발 엄지 관절이 뜨끔함을 느끼면서도 회에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싶었다. 어쩌면 ‘그러함에도 나는 미국 주식으로 100억 원을 만들 거다’라는 믿음 때문인지도 몰랐다. 놀이처럼 미국 주식 투자하는 자신을 격려하는 의미도 있었다.


야간 시인성을 높이는 형광 X자 밴드를 외투에 걸치고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저서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를 낭독하는 유튜브 채널을 들으며 [송천 세꼬시] 횟집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산티아고 영감이 청새치를 잡는 그 날까지 마이클이 시간을 죽일 콘텐츠가 떠올랐다. ‘지금 듣고 있는 내용의 책을 타이핑 하자’라는 생각이 그것이었다. 이미 읽었으나 다시 한번 체화할 필요가 있었기에, 읽고 타이핑하는 영상을 유튜브 [서학개미 Life]에 업로드 하기로 했다. 유튜브 구독자도 확보하고 스스로 인내하고 시간을 버는, 꽤 괜찮은 행위라고 생각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식당으로 들어가 광어 세꼬시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던 중 ‘조급하거나 빚을 내서 투자하면 안 된다’라는 내용을 들을 때는 ‘크레타 아파트 임대보증금을 돌려주어야 한다’리는 조급증을 버렸다. 4년, 정확하게는 ‘3년 6개월 후에는 돌려주어야 한다’라는 압박감에서 해방되었다. 경매 처분해도 좋고 대출받아 상환해도 좋다고 생각하며 현재의 종잣돈 12억8천만 원을 ‘장기 투자하자’라고 결정했다.

[자연 미술관]을 바라보며, 같은 소유자의 대지에 서서 바지 지퍼를 내리고 오줌을 쌌다. 그러면서 큰 소리로 “내가 왕이다!! 여기도 내 땅이다!”라고 외쳤다. 물론, 지금은 아니었으나, 영역 표시를 했으니 곧 그렇게 될 것이었다.

그 기분 그대로 [캠스팩토리] 사무실을 열었다. 아카시아 원목 책상 위에 [맨프로토] 미니 삼각대를 투명 테이프로 고정하고 캐논 5D Mark 3 카메라를 걸었다. 당장 내일부터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저서를 타이핑 하는 영상을 촬영하기 위함이었다. 기어코 미국 주식투자로 성공하고자 하는 마이클의 의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또한, 주가가 단기 조정을 하면 10억 원을 몰빵하기로 했다. TQQQ 16달러에 3억 원, SOXL 8.8달러에 7억 원이었다. 일봉 주가 차트를 역으로 계산하면 대략 3월 오늘쯤 되었다. 그런데 만약 불행하게도 반등하지 않고 계속 하락한다면? 반 토막 날 때까지 기다려 대출금 10억 원을 물타기 하기로 했다. 일생일대의 빅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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