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어제의 나를 죽이고

#서학개미 라이프

by 김경만

57. 어제의 나를 죽이고


2023년 2월 9일 목요일 흐리고 오후 늦게 비


브런치는 [광양숯불 불고기] 식당이었다.

[킴스팩토리] 사무실로 돌아와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저서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를 타이핑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영상 콘텐츠로는 만들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책을 읽으며 타이핑하다 보니 타이핑 속도가 늦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만두고 드럼 연습실로 들어가 드럼을 두들겼다. 그러느라 몸이 좀 추웠는지 오후가 되자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피로도 몰려왔기에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송금하고 오두막으로 가서 저녁 식사하기로 했다. 메뉴는 편의점에서 산 곰탕 국물이었다. 냉동실에 있던 파를 넣어 끓이고 밥을 말아 먹고 복층으로 올라가 잠을 청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자정 무렵이었다. 스마트폰으로 미국 주식과 외부 온도를 확인했다. 주가는 보합세였고, 외부 온도는 영상이었기에 [킴스팩토리] 사무실로 가서 주식투자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비가 내리고 있다는 것을 안 것도 이때였다. 봄을 재촉하는 비는 [월든 숲] 음지에 남아있던 잔설을 녹였다.


블로그에 공개한 미국 주식 투자 일기는 작년 3월 10일부터 시작되었다. 우상향하는 미국 주식에 대한 환상으로 시작한 투자는 고점 대비 반 토막 난 상태였기에 더욱 희망적이었다. TQQQ의 경우 전 고점은 92달러였고, 마이클이 매수하기 시작한 가격은 50달러였다.


그러니 ‘수익을 낼 수 있다’라며 주식투자를 우습게 보는 것은 당연했는데, 곧 만만치 않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마이너스 4억7천만 원에서 플러스 2억3천만 원 구간을 오가는 등락을 경험했고 주가 또한 22달러, 16달러까지 떨어지고 오르기를 반복했다. 물론, 그러는 과정에서 스스로 ‘신박하다’라고 생각하는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던 것도 당연했다. 그리러는 북새통에도 다행히 원금을 지켰기에 앞으로의 행보는 기대할 만했다.


그렇다고 대단한 투자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었다. 아니, 기존에 미국 주식 파일에 넣어 두었던 매수 계획표를 모두 폐기하고, ‘앞으로 매수한 주식은 모아간다’라는 계획에 따라 단 한 장의 계획표만 남겨두었다. 이 계획에 의하면 SOXL 주식의 경우, 16.89달러에 매수한 5천 주를 기준으로 10.8달러에 2억, 8.6달러에 3억, 6.4달러에 3억 원씩 매수하는 것이다. 자신이 투자에 대해 대단한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진득하게 시간을 죽이며 투자해 나가기로 했다. 이 시간, 주가도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23년 3월 10일 금요일 맑음


매주 금요일은 삶의 맥락을 바꾸는 날이다.

강남이라는 공간과 오래도록 함께해도 좋을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흥분해서 잠을 못 이룬 것은 아니었다. 미국 주식투자의 성과에 대한 깊은 빡침이 그렇게 했다. 기분은 저녁까지 이어져서 결국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거평타운 주차장을 나선 빨간 벤츠 SLK 로드스터가 역삼역 파이넨스 빌딩으로 향했다. 복잡한 엘리베이터를 무사히 통과해 4층에 있는 롤렉스 서비스센터에서 새것처럼 깨끗해진 두 개의 롤렉스 시계를 받아 양쪽 팔에 감았다. 그리고 여직원에게 두 달 동안 루이비통 장지갑에 넣어두고 다녔던 수표 두 장을 건넸다. 두 개의 롤렉스 시계 폴리싱과 오버홀 비용으로 2백만 원이 조금 못 되었기에, 여직원이 이십몇만 원을 거슬러 주며 파우치 두 개가 담긴 작은 녹색 쇼핑백도 내밀었다. 역시 고급스러웠다.

인생을 함께할 롤렉스 시계를 다시 마주한 그 기분 그대로 캘리포니아로 향했다. 당연히 횟집에 전화를 걸어 숭어회를 포장하는 것도 잊지 않았고, 주식투자 실패의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한 영상을 촬영하며 술을 마셨다. 구호는 “어제의 나를 죽이고 새롭게 태어나자!”였다. 구호를 외치며 술을 마시고 촬영한 영상은, 미국 주식 SOXL 10만 주를 달성한 날 공개하기로 했다.


또한, 새롭게 태어나려면 과거와도 결별해야 할 것이었다. 지금까지 운이 좋아서 돈 좀 만진 것을 인정하고, [주식투자]와 [부동산경매]의 영상, 블로그의 글을 모두 삭제했다. 금고에 가득 찬 은화를 버리며 ‘과거를 팔아가며 허세스럽게 글을 쓰거나 영상을 찍지 않겠다’라고 다짐하고 [미국 주식과 ]케렌시아 빌라] 투자의 성공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새롭게 태어나자! 인내하며 수익을 내 보자! 12억8천만 원으로 수익을 내지 못한 지난 11개월의 시간이 후회스럽고, 서럽고 쪽팔렸다. 나훈아의 노래 [테스형]을 부르고 싶어졌다. 드럼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가 카메라를 켜고 드럼을 두들기며 노래를 불렀다.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2023년 2월 11일 토요일 맑음


눈을 뜬 곳은 [피렌체하우스] 관리실이었다.

일기를 쓰기 위해 노트북을 끌어당기다, 미국 주식 목표액을 100억 원으로 설정한 것이 잘못되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목표액 100억 원을 한 방에 가려면 주식을 최대한 싸게, 많이 매수해야 했기에 팔고 사고를 반복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라리 ‘10억 원을 먼저 만들자’라고 목표액을 쪼갰다면 어느 정도 달성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하락장에서부터 ‘몇억이라도 벌자’라고 목표를 낮춰 잡았더니 당장이라도 잡힐 듯 선명해졌다. 매우 귀중한 깨달음이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어제 자신이 취해서 어떤 만행을 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내 벤츠 SLK 로드스터에 싣고 캘리포니아 [킴스팩토리]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컴퓨터를 켠 후에야 유튜브의 동영상이 상당 부분 삭제되었고, 블로그의 글 또한 그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제의 나를 죽이기로 했으니...’


어쩌면 발전적인 삭제일지도 모를 일이었기에 개의치 않고 관리실에서 촬영한 영상을 [백만장자 라이프] 채널에 업로드 하고, 불어 터진 새우탕 컵라면을 먹었다. 해장이었다.


미국 주식 [서학개미 Life]의 첫 영상은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저서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를 타이핑하는 영상이었다. 업로드 했다가 삭제한 영상이지만, 당장 공개할 영상이 없기에 재탕하고 어제 숭어회를 먹으며 촬영한 영상을 두 개의 버전으로 편집했다. 당장 공개할 영상과 계획한 대로 SOXL 주식 10만 주(평균 가격 7.4달러)를 모으는 날에, 어제의 결심을 회상하는 영상으로 공개될 것이었다. 편집을 끝내고 다시 컵라면 하나를 먹었다.


2023년 2월 12일 일요일 맑음


라면을 끓였다.

냉동실에 남아있던 잡곡밥을 말아먹은 후 [킴스팩토리] 사무실로 들어가 주식투자에 대해 생각하다 밤이 되었다. 뭔가라도 먹어야 했기에 편의점으로 가서 마지막 남은 도시락을 사 돌아왔다. 차가운 밥을 먹으면서, 춥고 서러운 시간을 보내는 이유와 주식투자의 실패에 대해 생각했다.


유럽 증권계의 ‘위대한 유산’으로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식투자는 90% 심리이다’라고 말하며, 성공하기 위해서는 4가지, 돈, 생각, 인내, 행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먼 훗날, 50세를 훌쩍 넘긴 사내가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를 읽은 후 이렇게 말했다.


“돈은 12억이면 되었고 생각은 나만큼 많이 하기 어렵고 인내 또한 내가 얼마나 고생하며 살아왔던가? 그리고 행운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지. 난 럭키 가이!”


그래서 자신의 주식투자는 무조건 성공할 줄 알았다. 만물이 파릇해지던 작년 봄이었다. 그리고 오늘, 아니 며칠 전부터 산산이 부서진 자신감과 희망의 쪼가리를 마주했다. 먹지도 않고 철저하게 고립을 자초하며, 철저하게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며, 철저하게 고뇌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얻은 한 줄은 ‘내가 과거의 성공에 취해 오늘을 우습게 보았구나’였다.


노동자 시인이며 혁명가이며 마이클의 글쓰기 스승이기도 한 박노해는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듯 말하며 정치와 대중을 멀리하고 광야로 떠돌았다. 586 운동권들이 흐릿한 과거를 팔아 국회의원이 되고 특권층이 되는 것을 알았던 모양이었다. 마이클 또한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 생각이 없었기에, 운동권이나 정치놀음뿐 아니라 경험을 파는 브로커나 어떠한 것도 하지 않고 살아오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대중을 향해 과거를 팔지는 않았을지 모르나 자신에게는 과거를 팔아 살아가고 있었다. 노동운동을 하던 청년 시절의 수배와 구속뿐 아니라, 부동산경매로 성공한 사례나 빌라 건축으로 힘겨웠던 시절 등, 모든 경험을 잊지 않았고 살아 나왔기에 주식 또한 잘 될 것이라고 믿었다.

주식투자를 시작한 지 11개월을 지나고 있다. 참담한 결과를 마주하고 있다. 100억 원을 만들겠다고 시작했으나 그날그날 부화뇌동하며 매수하고 매도하기를 반복하던 시간의 끝에서 무너진 자신을 보고 있다. 과거의 성공에 취해 근거 없이 미래를 낙관하는 자신을!


그러니 어제의 나를 죽이고 철저하게 새로 태어나야 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자신의 실수와 흘려보낸 시간을 복기하며 초보 주식투자 놀이를 시작해야 할 것이었다. 다행이라면 50% 폭락한 주가에도 종잣돈 12억8천만 원은 그대로 지켰다는 것이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주식투자 성공의 첫 번째인 ‘돈’을 지켜낸 것이다.


그리고 오늘까지 ‘생각’을 했고, 다음 성공의 조건인 ‘인내’를 할 시간이 되었다. 인내하며 매수한 후 ‘행운’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외부의 소음에 현혹되지 않고, 철저하게 자신의 북소리에 자신의 발을 맞추어 걸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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