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집주인의 눈물

#서학개미 라이프

by 김경만

67. 집주인의 눈물



2023년 4월 29일 토요일 비


비가 조용히 내리는 아침이었다.

며칠 전 전세 보증금을 돌려준 아르헨티나 [피렌체하우스]를 청소하기로 마음먹은 때도 이때였다. 마침, 아들 솔 군이 새벽에 “나스닥 폭등이네요”라는 문자를 보냈기에 전화를 걸어 “출근하냐?”라고 묻고 “아빠가 당분간 랭글러를 써야 한다. (벤츠와) 바꿔 타자!”라고 말했다. 그렇게 호박마차로 바꿔 타고 자카르타 [피렌체하우스] 관리실로 가서 작업복과 고무장갑 등 청소도구를 챙겨 아르헨티나로 향했다.


두 번째 방문한 404호의 상태는 아주 최악은 아니었다. 첫 방문의 충격이 다소 가신 탓이었다. 상의를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주방 싱크대부터 찌든 때를 벗겨가기 시작했고 방, 거실 순으로 이어갔다. 아트월 타일이 흔들리거나 공용 화장실 변기도 흔들리는 문제를 발견한 때도 이때였다. 사진을 찍거나 줄자로 치수를 재며 기억해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함에도 이사 나간 전세 입주자에게 어느 선까지 청소를 요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을 얻지 못했다. 그저 ‘집을 건축한 내가 잘 못 했네’라는 식으로 정신 승리만 했다.


4시간의 노동으로 17평의 공간은 반짝반짝해졌다. 누전 차단기도 교체했더니 정상 작동했다. 그러니 도배와 타일 보수를 끝내고 전세금을 회수해야 할 것이었다. 이렇게 회수한, 아니 최소 3천만 원을 더 한 1억6천만 원의 전세보증금으로 무조건 미국 주식 TMF를 매수하기로 했다. 2년 안에 두 배만 상승한다면 건축 원가를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크레타 아파트 전세보증금도 그냥 이렇게 투자해야 했네’라고 후회하며. 앞으로 반환하고 재임대로 받는 모든 전세보증금은 무조건 미국 주식에 투자해, 주식이 스스로 돌려줄 전세금이 되는 투자를 하기로 했다. 이것은 또한, 60세를 얼마 두지 않은 건축주가 낡아가는 집을 청소하는 것에 대한 대가일 것이었다.


비 내리는 4월의 막바지에서, 무릎 꿇고 바닥 폴리싱 타일의 때를 제거하고 걸레질하며 얻은 깨달음을 마음에 담고 호박마차에 올랐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2023년 5월 1일 월요일 맑음


미국 주식과 케렌시아 프로젝트에 대한 글을 정리했다.

일기를 원고 형식으로 블로그에 정리하다 보면 놓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인데, 미국 주식은 강한 보합세로 시작해서 소폭 하락했다. SOXL 14.55달러, TMF 8.24달러였다. 하락했음에도 강한 보합세였기에, 산티아고 영감이 바다로 나간 지 89일째 되던 며칠 전인 SOXL 12.6달러가 청새치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필, 반환 전세보증금과 낙찰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예수금을 환전해야 했던 박자가 슬펐다. 이때, 8억 원을 매수했다면 현재 주가로 약 1억2천6백만 원의 수익을 냈기에, 딱 전세금을 반환할 수 있는 수익이었다. ‘줘도 못 먹는다’라는 우스갯소리를 떠올리며 혼자 웃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할 돌려준 전세보증금 회수를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도배와 타일 보수를 위해 업자와 연락했다. 도배 아주머니는 곧바로 현장을 확인하더니 “광폭 합지로 한다면 90만 원은 주셔야겠어요”라고 말했다. 당연히 저렴한 가격이었기에 “그렇게 하세요”라고 승낙했더니 “금요일에 할게요”라고 대답하며 “곰팡이 방지제도 바를게요”라고 덧붙였다. 단골 타일 보수업자인 [부부 인테리어]도 “목요일에 가 볼게요”라고 말했다. 마이클이 “거, 두 시간이면 끝나니 아무 때나 해 주세요”라고 농담했다.



2023년 5월 2일 화요일 맑음


일기를 쓴 후 [킴스팩토리] 사무실로 향했다.

주식 투자와 케렌시아 프로젝트의 기록을 블로그에 포스팅하며 포지션을 점검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저녁 식사는 아들 솔 군과 함께했다. 메뉴는 [내가 널 낙지] 식당의 철판 볶음이었다. 술이 빠진 식사는 주위의 소음에 예민하게 했고 [킴스팩토리] 사무실로 돌아와서도 재미가 없었다. 솔 군 또한 소파에 가로로 누워 코를 골았다. 그래서 “집에 가서 자라~”라고 돌려보내고 미국 주식 영상 한 편을 촬영했다. 주가가 소폭 하락한 상태였기에 매수할 타이밍은 아니었음에도 욕심에, 매수 예약했다가 취소하기를 반복했다. 덕분에, 주식 수량은 SOXL 8,533주, TMF 8,582주로 그대로였다.



2023년 5월 5일 금요일 흐리고 약간의 비


거친 비바람이 빨간 컨테이너를 흔들었다.

강남 사무실로 출근할 때 빠트리고 간 스마트폰에는 부재중 전화번호가 몇 건 기록되어 있었다. 그중 크레타 아파트 임차인의 전화도 있었기에 전화를 걸었더니 “비데가 물이 샙니다”라고 말했다. 당연히 대답은 “비데는, 그냥 해 둔 것이라 고쳐드리기는 그런데요. 그냥 떼고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비데 없는 집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마이클이 “저도 집을 40여 채 넘게 임대 중입니다만, 비데는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 집은 제가 살던 집이라 그대로 사용하게 한 것이니, 떼고 사용하는 게 맞습니다”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인터폰도 고장이라 그냥 쓰려고 했는데 불편합니다”라고 말했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관리사무소에 연락하면 수리 업체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연락처 주시면 제가 연락해 수리해주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관리사무소 전화번호를 받아적었다. 그렇게 알게 된 홈 오토시스템 수리 업자의 전화번호로 연락했더니 연락이 되지 않았다. “크레타 아파트 인터폰 고장에 대한 문의입니다”라는 문자를 남겨두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진작에 고쳐서 나도 편하게 살 걸, 임대주고 고쳐주고 지랄하네’라고 생각했다. 또한, 임차인은 필시 내년 6월 임대차 만료에 맞추어 ‘전세금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물론, 대응은 ‘내보낸다’였다. 원시 취득한 아파트이므로 매도하지 않고 그냥 보유하기로 했고, 여의도 요트 계류장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또한 양도세 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매수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해도 11억8천만 원의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는 이유는 현금 유동성이었다. 이미 아르헨티나 [피렌체하우스] 2세대 전세금 중 1세대를 반환했고 6월 만기인 나머지 세대 또한 반환 후 더 높은 전세금으로 재임대하면 될 것이며, 자카르타 [피렌체하우스] 14세대 또한 같은 방식으로 한 바퀴 돌릴 현금을 가지고 있다.

크레타 아파트 전세금 또한 전세금 반환 대출을 이용해 상환하면 문제없을 것이었다. 다만, 이 때문에 미국 주식 투자는 못 하겠으나, ‘생존’이 우선이므로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 것이었다. 계획대로 된다면 2024년에는 더 높게 받은 전세금 때문에 [군정신협] 대출금 7억6천만 원도 상환하게 되는 등 현금흐름은 더욱 좋아질 것이었다. 시계추처럼 정확하게 아귀가 맞았기에 자신 있었다.



내린 비로 질퍽해진 캘리포니아 토지를 가로질러 [월든 숲]으로 향했다. 무인텔 간판 전구의 반짝임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밤길이었다. 스마트폰 조명을 켜고 길을 밝혀 오두막으로 돌아왔고 식사 준비했다. 한 숟가락 정도 남은 밥과 인스턴트 소고기죽을 섞어 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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