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라이프
69. 그뿐이다! 인생은 지금이다!
2023년 5월 17일 수요일 맑음
인생 2막은 캘리포니아에서 살기로 했었다.
그래서 작년 이맘때 [월든 숲]의 임목 쓰레기를 정리하고 오두막을 가져다 놓을 생각으로 바닥 콘크리트 기초를 만들고 주소도 옮겼다. 그렇게 살며 2,000평 토지에 근린, 제조장 건축허가를 받았고, 이어 1,340평 토지에 호텔 건축허가도 진행했다. 자신의 모든 경험과 역량을 발휘한 크고 웅장한 계획은 착실하게 실행에 옮겨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만!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인지 판단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아니, 판단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국가의 [토지 보상 수용]이라는 정책으로 인해, 그저 다시 늘 푸른 목초지를 찾아 떠나는 목동처럼 다시 한번 일어나 살 곳을 정해야 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소유자가 된 나폴리 [케렌시아 빌라]가 목초지라는 뜻은 아니었다. [케렌시아 빌라] 채권을 은행으로부터 인수할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으므로, 그저 약간의 투자 수익만 내면 좋을 것 같아서 공동투자 한 것뿐이었다.
하룻밤을 자고 사랑이 시작되든, 사랑을 시작하고 하룻밤을 잤든, 어쨌거나 그렇게 인연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점점 [나폴리]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어릴 적 놀이터였던 갯벌의 바다와 키 큰 소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해풍의 기억일지도 몰랐다. 게다가 [케렌시아 빌라]는 나폴리의 가장 높은 곳에 건축했기에 어느 곳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일기를 쓴 후 미국 주식에 접속했다. SOXL 주가는 상승해 6백여만 원의 수익이었고, TMF 주가는 하락해 비슷한 금액의 손실 중이었다. 그래서 ‘손실 회피’ 경향과 TMF 주가를 믿었으므로 SOXL을 모두 매도하고 TMF를 매수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상승하는 주식을 놔두고 손실 중인 주식을 매도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다음날 SOXL 주가는 7%나 더 상승했다.
일기를 쓴 후 외장 하드와 액션 캠을 챙겨 호박마차에 올랐다.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150Km의 야간 운전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또 하나의 성(城) [피렌체하우스]에 도착했을 때는 자정이 다 된 시각이었다. 가져간 빨래를 세탁기에 넣어 작동시키고 캘리포니아 [월든 숲]으로 향했다.
2023년 5월 30일 화요일 맑음
나폴리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풍경을 바라보는 아침이다.
굳이 ‘높이는 계급이다’라고 말하는 유현종 교수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케렌시아 빌라] 펜트하우스는 나폴리에서 가장 높은 곳인데, 10년 전인 2013년 여름 [피렌체 빌딩]을 시작으로 울란바토르 [피렌체하우스], 아르헨티나 [피렌체하우스], 자카르타 [피렌체하우스]에 이르기까지 가장 높고 전망이 좋은 곳은 마이클의 공간이었다.
이방인이지만 등장부터 주인공인 마이클은 붉거나 파란 주택과 소나무가 자라는 야트막한 야산 너머로 보이는 저수지의 풍경을 바라보며 어제의 하루를 적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정 작가가 “형님, 아침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라고 물었다. 당연히 늦은 브런치를 먹어야 했기에 그리 말하자 “마누라가 장어 먹으라고 얼마 주던데, 보양탕 어떠세요?”라고 되물었다. 그래서 “삼계탕이나 먹을까?”라고 말했더니 “그러면 예약해 놓을게요”라고 대답했다.
저녁 식사는 정 작가의 공간에서 낮은 밥상에 마주 앉아 수저질했다. 일반인들은 상상이나, 동경조차 할 수 없는 돈(55억 원)을 투자하는 삶을 살지만, 스스로 ‘사는 게 별건가?’하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했다. 그러하면서도 목구멍 저 너머에서는 ‘울컥’하는 감정 또한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런 식사를 하고 돌아와 하루의 영상을 편집하고 미국 주식 영상도 촬영했다. 5월 월급 1천만 원을 가져오기 위해 TMF 1천 주를 7.46달러부터 위로 0.01달러씩 올리며 1백 주씩 분할 매도하는 영상이었다.
2023년 5월 31일 수요일 맑음
인생은, 작은 돛단배를 타고 노를 저어 드넓은 바다 어딘가에 떠 있는 무엇을 찾아 떠다니는 것 같다. 황금이 묻혀있는 엘도라도인지, 아름다운 여인이 기다리고 있는 동굴인지도 분명하지는 않다. 또, 황금을 발견하거나 영혼을 홀릴 듯한 여자가 있다고 한들, 다른 이들은 바다 저편에 있고 자신은 이미 늙고 쇠약해졌을 것이며, 여인 또한 좋아해 준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기에 미지의 세계로 노를 저어 가는 현재를, 지금 좋아해 주는 여자와 즐겨야 하는 이유이다. 그뿐이다! 인생은 지금이다!
미국 주식 전업 트레이더 5월 월급 1천만 원을 받았다. 어젯밤 TMF의 주가가 상승했기에 7.46달러부터 0.01달러씩 위로 100주씩 매도 예약한 1천 주가 거래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군가는 ‘매도하지 않았다면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라고 할 것이다. 유튜브 영상 또한 그런 댓글이 주류였다. 세상은 이렇게 하나만 알고 살다가 죽는 자들이 부지기수다. ‘인생은 지금이다!’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오늘이 재미없는데 내일 1백억 원이 생긴다고 뭐가 달라진단 말인가? 바보들을 깨우쳐주기 위해 관대한 마이클이 ‘월급 1천만 원을 가져오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곁들인 영상을 촬영하는 것은 당연했다.
어쨌거나 5월 마지막 날 아침은, 다행스럽게도 미국 주식 트레이더 월급을 받는 것으로 시작했다. 부동산 경매 투자자로의 월급인 [케렌시아] 빌라 10년 장기임대사업자 등록도 했다. 부실채권을 인수할 때부터 ‘분양하지 않고 전세 임대로 돌리고 그 임대료로 재투자하자’라는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었다.
저녁 식사는 정 작가가 차린 식탁이었다. 내일부터 [케렌시아 빌라] 공실 세대 내부 청소도 하기로 했기에 다이소에 들러 청소용품과 도구를 사 돌아온 얼마 후였다.
나머지 시간은 월급 1천만 원을 받는 미국 주식을 거래하는 것이었다. 주가는 다행히 소폭 상승해 2천만 원 손실이 7백만 원대로 낮아졌다. 휴일을 맞아 아버지와 함께 있는 친구 오 군과 전화 통화하면서 ’양도소득세 절세를 위해 팔았다 되사는 작전을 잊지 말자‘라고 다짐했다. 올해 1억3천만 원의 이익을 냈기에 22%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같은 금액으로 손해를 입으면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물론, 먼 훗날에는 함께 내야 하지만 지금 당장 시드가 줄어들지 않기에 널리 알려진 기법이다. 즉, 이번에 마이너스 2천만 원일 때 매도했다가 다시 매수했다면 수익금이 1억1천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때, 물타기까지 한다면 반등 시 수익은 더 커지므로 주식이 하락하면 전량 매도한 후 경매 배당금까지 투자해 물타기를 하기로 했다. 5월 마지막 날의 교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