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라이프
70. 미국 주식 TMF 5천 주 매수
2023년 6월 8일 목요일 흐리고 밤늦게 비
[나폴리]에는 약하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운전하는 정 작가에게 “편의점에서 술 좀 사 가자!”라고 말했다. 이유는 많았다. 정 작가의 집에서 소고기 육포를 안주 삼아 소주 두 병을 나누어 마시고 자신의 공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주식 또한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수익금 1억3천만 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절세하려는 목적으로 ‘팔고 사자’를 하기로 했으나, 이내 목적을 ‘전량 매도’로 바꾸었다. 친구 오 군의 추천으로 매수한 TMF 주식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있었다.
[SOXL 10만 주]라는 목표를 잊고 조언에 휩쓸린 자신을 반성하며, 구독자가 추천한 주식까지 전량 매도했다. 수천만 원의 이익을 낼 기회를 잃고 오히려 -1천2백만 원의 손실을 기록한 밤이었다. 당장, 내일부터 남은 원금 287,109,147원을 소신대로 투자하기로 하고 SOXL, TQQQ, TMF를 각 1주씩 매수했다.
2023년 6월 9일 금요일 맑음
늦은 저녁,
샤워 후 컴퓨터 앞에 앉았다. 미국 주식 TMF를 7.6달러에 5천 주 매수했다. 1주씩 매수한 SOXL과 TQQQ도 상승했다. 그러니 세 종목 모두 빨간색이었다. 촬영을 위해 조명을 켰다가 ‘이게 뭐 대단하다고’라고 말하며 그만두고 안방으로 향했다.
2023년 6월 20일 화요일 맑았으나 밤늦게 비
심란했던 공간이 제법 근사한 공간으로 바뀌자 격하게 맥주를 마시고 싶었다.
통풍 발작 후 멀리한 치맥을 즐기기로 하고, 명도한 세대 청소를 위해 수고한 정 작가 부자와 [노랑통닭]으로 향했다. 첫 번째 손님이었다. 창가의 테이블에 앉았다. 이어 주문받으러 온 곱상한 여주인에게 “시그니처 메뉴가 뭐에요?”라고 물어 주문했다. 잠시 후, 먼저 가져온 생맥주에 소주를 한 잔 섞어 들이키듯 마셨다. 중국이 미국에 대해 ‘더는 대항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포한 고위급 만남이 있었다’라는 유튜브 내용이 떠오를 때도 이때였다.
미국과 관계가 개선되면 기업의 영업이익이 좋아질 것이기에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 SOXL 주식 또한 좋아질 것 같았다. 주식은 26.79달러에서 24.57달러로 하락한 상태였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스마트폰을 이용해 2천 주를 매수 주문하고 생맥주를 들이켰다. 다음 매수는 전세금이 입금될 때였다. 가격이나 시황 따위를 개나 주고, 전세금이 입금될 때마다 SOXL를 매집해 캘리포니아 토지보상금(약 100억 원 추정)을 받는 날까지 버티기로 했다.
치킨이 접시에 담겨 나왔다. 청춘을 없애며 찾아와 준 [부동산 경매로 벤츠타다] 저자 정 작가의 아들에게 꿈을 키워주는 이야기를 하며 소주를 탄 생맥주를 석 잔이나 마셨다. 그런 상태로 펜트하우스로 돌아와 해루질 영상을 편집해 유튜브에 공개했다. 밤 11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2023년 6월 21일 수요일 비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아침이 시작되었으나 화장실을 다녀온 후 스마트폰을 켰다. 딸로부터 “우울 그 자체... 나, 진짜 나폴리 방 하나만 주라. 모두 접고 옆에 있고 싶어”라는 문자와 함께 오피스텔 화장실 벽에서 떨어진 비누 선반이 변기에 떨어지며 뚜껑이 깨진 사진을 보내왔다. 마이클이 “떨어졌네. 쉬지 못해서 그래. 집 많으니 내려와 쉬어”라고 답장했는데 새벽 6시가 조금 못 된 시각이었다.
물론, 아버지 마이클의 삶 또한 고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늘색 차이나 슈트 차림으로 거주하지도 않고, 월세 계약도 하지 않는 세입자들을 만나러 6개 동을 돌아다닌 후 서울행 버스를 타기 위해 [케렌시아]를 나섰다. 버스 출발 40분 전이었다.
2023년 6월 22일 목요일 맑음
저녁 식사는 [아돈] 삼겹살 식당이었다.
아버지의 일터인 [케렌시아 빌라]를 방문했다가 내일 집으로 돌아가는 정 작가의 아들 환송 파티를 겸한 술자리였다. 식당을 짧은 기간에 여러 번 방문한 탓에 주인장은 멀리서도 알아보고 반가워했다. 구석 테이블을 차지하고 5인분의 고기를 먹어 치우고 펜트하우스로 돌아와 미국 주식을 시작했다.
주식 계좌가 텅 빈 것을 안 때도 이때였다. 어젯밤 소맥 폭탄주를 마시며 그렇게 한 모양이었다. 다행히 SOXL은 3일째 하락해 22.69달러였다. 기술적 반등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예수금 전액을 몰빵해 8,620주를 매수했다. 그리고 1% 상승하자 2천 주를 덜어냈다. 마음의 평안을 위함이었다.
2023년 6월 24일 토요일 맑음
저녁 식사하지 않고 잠이 들었다.
이상하리만치 선명한 꿈을 꾸다가 눈을 떴을 때는 자정을 갓 넘긴 시각이었다. 꿈을 기록하기 위해 일어나 가운을 걸치고 거실로 나갔다.
무슨 범죄로 감옥에 들어갔는지는 분명치 않았다. 검거 당시에 경찰관이 “왜? 맞았다고 주장하지 그러냐?”라는 비아냥 소리에 “내가 젊었을 때 운동권이었다. 마산 창원이었으면 아얏! 소리도 못 지를 것들이”라는 면박을 주면서 수갑을 찼다. 그렇다고 감옥이 불편한 것은 아니었다. 밥 세 끼 챙겨주고 잠자리에 운동까지 시켜주니 어떻게 보면 더 좋을 것이었다. 게다가 끊임없이 바위를 굴려야 하는 시시포스처럼 다달이 갚아야 할 대출이자도 없기에, 성행위나 인터넷 등을 할 수 없는 걸 제외한다면 감옥 밖 세상보다 훨씬 좋을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감옥에 수감 된 상태에서도 자산을 지키는 행위는 계속되었다. ㈜케렌시아 사업부터 캘리포니아 토지와 크레타 아파트 매각 등을 진행했다. 주로 아들 솔 군이 위임받아 활동했고, 이렇게 마련된 현금으로 미국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인터넷이 되지 않으므로 직접 투자를 할 수 없기에, 저점으로 예측되는 구간이면 솔 군에게 매수하도록 하고 과열 구간이라고 생각되면 매도하는 식이었다. 그러는 시간에도 법무부 교정 당국과 ‘인터넷과 테블릿 PC 사용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라는 싸움도 진행했다. 이렇게 수감생활을 하면서도 재산을 불리는 계획을 세웠으나, 결과는 알지 못하고 꿈에서 깨어났다.
자정을 갓 넘긴 시각에 일어나 꿈을 일기에 적느라 두 시간이 지났다. 잠들어도 좋을, 시간이지만 술을 마실 수도 있었다. 아니, 주식 투자 복기도 할 수도 있었다. 아무것도 예정되지 않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