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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1천억을 만드는 현실적인 방법

#서학개미 라이프

by 김경만

77. 1천억을 만드는 현실적인 방법


2023년 12월 2일 토요일 맑음

일기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친구 오 군의 전화를 받았다.

재택근무를 하는 막내딸에게 3룸 빌라를 월세로 얻어주고 이사까지 도와주려고 부부가 새벽같이, 서울에 상경한 것이다. 마이클에게는 “주소 보내줄 테니 얻은 빌라가 다가구라서, 혹시 경매 기입 등기가 되어있는지 알아봐 줘”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받은 임대차계약서의 주소는 금천구 독산동 다가구로, 임대료는 보증금 3천만 원에 월세 60만 원이었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 “보증금 3천만 원이면 경매 진행되어도 소액임차보증금 보호 대상이고 월세는 경매 진행된 날부터 집주인에게 주지 않으면 손해는 없는데 뭔 걱정이냐?”라고 일러두고, 인터넷 등기소에 접속해 등기부 등본을 출력했다. 경매 기입 등기뿐 아니라 근저당조차 없는 무 대출 건물이었다. 그렇게 막내딸의 임대차 보증금이 안전한 것을 알게 되었고, 나머지 대화는 미국 주식투자에 대한 꿈이었다.


오 군이 “너, TMF 많이 올랐겠는데?”라고 묻자 스마트폰 키움증권 앱을 켜서 확인했다. 매수금액 2억4천만 원의 계좌는 5.32% 상승해 12,290,860원의 수익을 내고 있고, 개별 주식 SOXL 1,001주는 23.93%, TMF 30,000주는 3.12%, 테슬라 1주는 8.5% 상승 중이었다.


미국 주식! 작년 3월부터 시작한 주식투자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예수금이 13억 원이나 되었기에, 공격적으로 그럴싸한 기법들을 모두 실험해 보느라 4억7천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과 2억 원에 달하는 흥분의 이익 구간도 경험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주식투자가 아닌, 홀짝 도박하는 자신을 발견한 것은 커다란 이득이었다. 또한, 여러 건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어야 할 형편도 도움이 되었다. 다행히 손실을 보지 않은 탓에, 4세대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었다. 다시 전세 계약이 진행되고 보증금을 회수하게 된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모두 미국 주식을 매수하기로 했다.

아니, 미국 주식만이 ‘노동으로 삶을 이어온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라고 믿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박자와 미래의 계획을 잊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기로 했다. 2년 후, 캘리포니아 토지 및 [피렌체하우스] 수용 보상금도 투자하기로 했다.


생각을 더 집중하기 위해 목에 스카프를 감고 밖으로 나섰다. 식용유가 없는 탓에 프라이팬에 김치와 밥만 넣고 볶은 김치볶음밥을 먹은 후였다. 어린이 놀이터에서는 여학생들이 비둘기처럼 모여앉아 재잘거리고 있었다. 도로를 건너 저수지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과외를 하는 주택 2층에서 남학생 서넛이 내려오고 있었다. 주택이 멀어지고 예쁜 펜션 건물이 나오고 그녀와 걸었던 길로 접어들었다.


저수지 물 위로 드러난 녹색 연잎은 사그라져 있었다. 오른편 기슭에는 흰색 BMW 승용차와 커다란 텐트 한 동이 세워져 있었다. 스마트폰을 꺼내 저수지 너머로 보이는 [케렌시아] 빌라 전경 사진을 찍고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저녁이 시작되는 시각이었다.


2023년 12월 6일 수요일 흐림


방어회를 냉장고 냉동실에 넣어두고 농협 하나로마트로 향했다.

연어회와 무순, 막걸리를 사 돌아와 술상을 준비했다. 방어회는 눈으로 볼 때는 적은 양이었으나 도톰한 한 점 한 점 음미하며 먹다 보니 그렇지 않았다. 두 병의 소주를 마신 후 안방 침대로 향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미국 주식 영상 촬영을 위해 복층에 만든 스튜디오로 향했다. 벽면에 붙여 놓은 ‘미국 주식 투기로 100억 만드는 날까지’라는 베너 광고를 바탕으로 계좌 상황을 읊었다.


“SOXL 5백 주를 더 매수해서 1,501주가 되었고요. 매입가에서 14% 상승한 정도입니다. 그리고 TMF는 3만 주가 병합되어 3천 주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식 가격이 무거워지면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11.3% 상승해 23,417,000원 수익을 내고 있구요. 테슬라 간 보기 1주도 5% 상승 중입니다. 하여 총매입 가격은 246,494,601원, 총평가(원)은 276,107,170원, 총수익(원)은 29,245,700원이나 썸네일에는 3천만 원 수익이라고 쓰겠습니다. 그래도 프로 유튜버인데 이 정도 낚시는 해 주어야지요!”


편집한 영상을 곧바로 유튜브 [서학개미 Life] 채널에 업로드 한 후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연어회를 꺼내왔다. 그리고 술도 꺼내왔는데 역시나 소주였다.


2023년 12월 12일 화요일 맑음


숙취를 느끼며 일어났다. 9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이른 저녁 식사는 인터넷으로 주문해 배송된 방어회였다. 소주가 없으므로 연태 고량주를 마시다가 손님을 맞이했다. 직업이 ‘한의사’인 사내로, 한국 주식에서 200억을 벌 뻔한 사연과 현재도 미국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나온 투자에서 알다시피, 투자라는 것은 공부하거나 비법을 전수받아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경매 투자에서도 ‘지분경매’가 상당한 매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아파트 ‘갭투자’를 한 투자자들을 이길 수 없었고 또, ‘갭투자자’ 상당수는 매도하지 못해 다주택자의 부동산 종합소득세와 양도세 중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직 소수만이 시원하게 매도하고 [스타벅스] 건물주가 되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부동산경매 투자로 100억, 1,000억을 만들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19944년. 강남 신사동에서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모터사이클 수리점을 시작하고 10년이 되던 해. ‘이 장사는 건물 한 채를 가질 수 없고 겨우 밥만 먹고 사는 업종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 부동산 경매 투자를 시작했다. 빌라, 아파트, 상가, 유치권, 지분 등 온갖 물건을 투자한 지 10년 차! 100억 원을 넘어갈 수 없다는 깊은 탄식을 하고 대부업을 시작했다. 법적 연체 이자율이 연 39%였던 시절이다.

그러나 이, 또한 모두 부실채권이 되었다. 대출 원금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낙찰받았고 리모델링을 하거나 빌라를 건축해 겨우 원금을 회수한 것이 5년 전이다. 그렇다고 고통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필립과 동업해 빌라를 건축한 것이 또 고난이었다. 그나마, 이번 정부의 신도시 발표 지역에 빌라가 수용된 것은 다행이었다.

어쨌거나 마이클은 이런 지난 한 고난의 시간을 보낸 끝에 100억의 벽을 넘어 1,000억을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무조건, 온 힘을 다해 도전해야 할 것은 분명했다. 마주 앉은 한의사 또한 “맞아요. 천억이 가능해요. 제가 2억으로 2백억 만들 뻔했으니까요?”라고 맞장구치며 투자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제가 ㅇㅇㅇ 주식을 주당 4천 원에 2억 원을 사 모았어요. 그게 코로나 사태로 반 토막이 났습니다. 그래서 이때다! 하고, 아파트를 팔아 몰빵을 하려고 했는데 양도세가 4억 원을 내야 해서 그만두었는데, 그때 6억 원을 더 샀다면 200억이 되었거든요. 2억 원으로도 벌었지만 200억 원을 벌 수 있었는데 못 했다고 생각하니 환자를 볼 수 없드라고요.”


듣고 있던 마이클이 “맞습니다. 나도 작년부터 해 보니 이제는 알겠어요. 밀어 넣을 때가 있어요. 그때만 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영화 찍고 놀면 되는 거고요. 그래서 나는 지금은 채권인 TMF로 하고, 2년 후 주가가 폭락하면 몰빵 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한의사가 “주식은 확신을 예측하면 안 됩니다.”라고 훈수했다. 마이클이 “압니다. 어차피 그때 돈이 나오니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을 뿐이지요. 걱정 마세요.”라고 일러두었는데, 토지 보상받은 모든 돈을 황산벌 계백 장군의 마음으로 미국 주식에 쏟아부어 일생일대의 결전을 치르기로 했다. 밤이 늦었으므로 한의사에게 숙소를 안내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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