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라이프
80. 2023년 투자를 마감하며!
2023년 12월 23일 토요일 가끔 눈
술을 마시지 않은 탓인지 제법 일찍 눈을 떴다.
거실로 나가서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신 후 스마트폰을 켰다. 1년 전 미국 주식 투자를 시작할 때 보았던 영상 중 “적립식 매수법은 바보입니다. 시간 가중치를 두지 않으면 마지막 날에는 수익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라는 주장에 몸을 세웠다.
그렇지 않아도 무지성 적립식 투자는 최저가격에는 매수되지 않았기에 보완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던 터였기 때문이었다. 유튜버의 주장은 ‘주식 가격이 높을 때는 1배에 투자하고 10~15% 하락하면 3배수를 매수하라’라고 말하고 있었다. 물론 8개월 전 영상까지! 그 뒤로는 자신도 투자에 실패했는지 영상이 업로드되고 있지 않았다. 어쨌거나 나쁜 방법은 아니었기에 고민해보기로 했다.
일기를 쓴 후 어제 계획한 주식 매수법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러면서 자금 분할을 다시 계획했는데, 정 작가가 알려준 엑셀 수식 계산법이 큰 도움이 되었다. 간단한 계산식은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리저리 예상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렇게 도출한 자산 배분은 SOXL, SOXX 종목에 30억, 테슬라 10억, 단타 7억5천, 적금 20억 원이었다.
예금 금리 4%일 경우, 월 6백만 원의 이자가 발생 되므로 생계는 문제없을 것이었다. 그렇게 생활하며 주식을 매수하다가 계좌가 –50%가 되는 날에는 몰빵 할 것이었다. 서학개미의 왕 주식 매수법은 이렇게 결정되었고, 장기투자 및 단타용 계좌를 분리하기 위해 계좌를 하나 더 만들기로 했다.
혼란한 주식 매수법도 결정했으니 식사해야 했다. 밥을 지으려고 밥솥을 열었다가 식은 밥 한 덩이가 있기에 라면을 끓였다. 그리고 냄비째 들고 먹기 시작할 때 정 작가가 들어왔다. 당연히 주식 매수 방법에 대해 말해주고, 손실 난 종목인 카누에 대해서는 “양도세 절세 차원에서라도 손절하고 신년에 ETF에 집중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작가 또한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사내인지라 실행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2023년 12월 24일 일요일 맑으나 가끔 눈
마이클의 부동산경매 투자는 [케렌시아] 빌라로 끝을 냈다.
이후의 삶은 오직 미국 주식 장기투자를 하며, 부동산경매 성인 영화를 제작하며 놀기로 했다. 시작은 작년 3월 10일부터였다.
우상향하는 미국 주식에 대한 환상으로 시작한 투자는 고점 대비 반 토막 난 상태였기에 더욱 희망적이었다. TQQQ의 경우 전 고점은 92달러였고 마이클이 매수하기 시작 한때는 50달러였다. 그러나 주가는 오르락내리락 횡보하며 결국 50% 더 하락했고, 그 과정에서 13억 원을 매수한 마이클의 계좌는 +200,000,000원의 이득을 보여주다가 하락에 하락을 거듭해 –470,000,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얼굴이 파랗게 질리는 것은 당연했다. 자고 나면 벤츠 한 대의 손실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승부사 기질로 원금을 거의 회복하고 뒤로 물러선 것이 11월 말 즈음이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주식투자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세운 원칙을 지키지 못해 손해를 본다는 것을! 마이클 자신이 세운 계획대로 버티기만 했어도 두 배의 수익을 낼 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주식의 시황, 전망, 예측은 의미 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떠드는 유튜브 채널을 구독 취소하고, 심지어 주식을 알게 해 준 고마운 친구 오 군의 의견도 듣지 않게 되었다. 오직, 자신만의 계획대로 밀고 나아가기로 했으며, 전세금 반환조차 쫄지 않기로 했다. 미리미리 반환 전세금을 준비하느라 상당한 수익을 놓쳤기 때문이다. 전세금 반환 3일 전까지 매도 시기를 늦추는 원칙도 정했다.
주식 매수원칙은 투자 자본을 2로 나눈 후, 그중 1을 다시 50으로 나누어 매주 수요일 종가에 매수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투자금이 2억 원이면 1억 원을 50으로 나누어 매주 수요일마다 1을 종가 매수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나머지 1억 원은 예비군으로 편제해 놓는다.
이렇게 하면 1년 54주 동안 매수하는 재미가 있으며, 계좌가 플러스일 경우에는 매수하지 않으므로 50주로 계산해도 될 것이었다. 여기에다가, 현재 공실인 4세대가 전세 계약이 되고 전세금이 입금된다면 역시, 50분할 해 기존의 자금과 더해 매수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무지성 매수법에도 약점이 있다. 주가가 하락할 때이다. 매수한 주가에서 –20%, -30%로 하락을 거듭할 때는 오히려 매수 물량을 늘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치 전쟁하듯이 보유 중인 현금을 예비군이라고 생각하고 1억을 준비해 두기로 했다.
그날이 오면, 적금으로 돌리고 있던 예비군 1억 원을 15개 중대로 나누고 –20% 하락 시 1개 중대를, 10% 더 하락하면 2개 중대를, 10% 더 하락하면 3개 중대를, 10% 더 하락하면 4개 중대를, 그리고 마지막 –60%까지 하락하면 나머지 5개 중대를 총진격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지하실이 나오면?’이라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 –70% 이상 하락이 그것이다. 이 또한 운명이므로 기존 진행하는 분할매수법으로 침체기를 견디면 될 것이었다.
투자 노선이 선명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1억부터 TMF가 두 배 수익을 내는 5억, 그리고 토지 보상금을 수령 한 50억 식으로 각각의 매수원칙도 만들었다. 잊지 않기 위해 저장하고, 과도한 수익률, 급한 성공의 마음을 비우고 오직 시간을 즐거운 마음으로 견디어내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오후를 향해가고 있었다. 밥을 지을까? 하다가 [청주댁 해장국] 식당으로 향했다. 식사 후 저녁 시간은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간이었다. 사내들이 낡은 창고에서 낡은 모터사이클을 새것처럼 만드는 영상들이었다. 어쩌면 마이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그것일지도 몰랐다. 옆구리가 결릴 때까지 시청하다가 안방으로 향했다. 마룻바닥과 공기가 차갑다고 느껴질 때도 이때였다.
2023년 12월 27일 수요일 맑음
[피렌체하우스] 관리실에서 눈을 뜨자 날씨를 확인했다.
영하의 날씨면 도로가 미끄러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태양이 뜰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으나 이내 마음이 바뀌었다. 벤츠 SLK 로드스터의 시동을 건 시각은 8시가 조금 못 된 시각이었다.
천천히 [피렌체하우스]와 멀어졌고, 다리 위를 지날 때는 급가속이나 차선 변경 등을 하지 않은 안전한 주행으로 나폴리로의 여행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주유 경고등이 들어오자 [칠곡 주유소]로 들어갔다. 10만 원어치 주유하고자 했으나 기름값이 다소 하락했는지 91,000원에서 멈추었다.
나폴리에 들어설 무렵 아들 솔 군이 “속슬 폭발”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왔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 기쁨을 나누며 “어제 아빠가 말한 대로만 장기 투자해 봐!”라고 조언하고 이어 친구 오 군의 전화도 받았다. 식당 휴일을 맞아 마땅한 산을 찾아 이동하는 중이었는데, 대화는 역시 미국 주식 SOXL과 테슬라 로봇에 대한 의견이었다. 이어, 마이클이 “네가 말한 단타의 신이라는 단테 그 사람”이라고 화제를 바꾸었다. [케렌시아] 빌라에 도착해서도 통화는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