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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주식 매수 시나리오

#서학개미 라이프

by 김경만

79. 주식 매수 시나리오



2023년 12월 17일 일요일


어젯밤, 두 병째 마시던 소주가 반병이 되자 소맥 폭탄주를 말았다.

술을 마시며 미국 주식 투자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기계적으로 20% 하락할 때마다 매수할 것인지, [5마일]처럼 5일마다 1억씩 매수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웅덩이 매수법]을 주장하는 유튜버의 방법대로 하기로 했다.


방법은 투자 현금을 반으로 나누고 그중 반의 현금으로, 주가가 20일 평균선에 닿으면 현금의 10%를 매수하고, 60일 평균선에 닿으면 2~3에 걸쳐 현금의 50%를 분할매수하고, 120일까지 하락하면 5일 동안 나머지 현금 50%를 분할 매수하는 것이다. 그런 후 남은 절반의 현금은 120일선보다 더 하락하고 RSI 수치가 35 아래일 때, 전액을 5일 동안 분할매수 하는 것이었다. 잊지 않기 위해 주식매매 일지에 적어두었다.


하지만 [웅덩이 매수법]은 작년과 올해처럼 주가가 하락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상승하면 매수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50억 원의 현금 중 25억 원은 [웅덩이 매수법]으로 투자하고, 나머지 25억으로는 5마일 방법(5, 10, 15, 20, 25일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매수하는)으로 5천만 원씩 매수하기로 했다.


나름 신박한 구상을 끝내고 영화 시청을 이어갔다. 영화는 주성치 주연의 [도신] 1, 2편이었다. 마이클이 추구하는 영화가 바로 주성치 감독의 B급 감성이므로 눈물을 찔끔찔끔 짜면서 즐겁게 시청하다 보니 그 많던 생고기를 모두 먹게 되었다. 당연히 부족했기에 대패 삼겹살을 김치와 볶기 시작했다. 그런 후 옆머리를 전기바리캉으로 단정하게 밀고 샤워하며 내년에 입을 의상에 대해 생각했다.



2023년 12월 18일 월요일 맑음


다시 주식 공부가 시작되었다.

특히, ‘오를 때 즐기고 웅덩이에서 줍줍’을 표어로 내건 [웅덩이 매수법] 유튜버의 영상을 역주행 시청하며, 매수 시점을 알 수 있는 차트의 20일, 60일, 120일 선의 색깔과 두께도 변경했다. 미국 주식을 처음 접한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아니, 이번에는 제대로 공부하고 인내해야 할 것이었다. 1천억 원이라는 돈이 쉽게 쥐어질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각오를 다지면서 술을 더 마시기로 했다. 제대로 사 오기 위해 수레를 끌고 농협 [하나로 마트]로 향했고, 10여만 원을 소비했다.



2023년 12월 20일 화요일 맑음


수원지방법원 민사 재판 심리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씻지도 않고 캔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미국 주식 본 장이 열리기를 기다렸고, 예수금 27,777달러 전액을 SOXL를 매수하는 데 써 버렸다. 평단 가격 30.31달러에 500주, 30.28달러에 417주였다. 본 장이 시작되면 상승하리라 판단한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욕심이 앞선 잘못된 판단이었다. 주식의 격언 ‘예측하지 말라’에서 알 수 있듯이, 그렇게 하거나 RSI가 웅덩이가 될 때 매수해야 했다. 파란 긴 장대 음봉, –9% 하락했다.



2023년 12월 21일 목요일 폭설


마이클의 시간은 내일을 꿈꾸는 것이다.

맨밥에 김을 싸 먹고 운동 겸 주차장 입구 눈 치우기에 나섰다. 친구 오 군의 전화를 받은 때도 이때였다. 수요일이 쉬는 날인데 목요일인 오늘도 전화를 걸어왔기에 “수요일인가?”라고 되물었더니 “목요일이여, 눈이 엄청나게 와서 (식당)문 안 열고 아내와 놀러 나왔어.”라고 말했다. 그런 후 언제나처럼 미국 주식투자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길어질 것이 분명했으므로 마이클도 이어폰을 연결해 통화하며 눈을 삽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젯밤 고점에서 SOXL 917주를 매수한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원칙 없이 매수한 자신이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영상 촬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반등 구간에서 정리하고 진정한 웅덩이 매수법을 시작하기로 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적당하게 취하자 안방 침대에 누웠다.



“똑! 또똑! 똑!”


침대 머리맡에서 익숙하지 않은 소리가 들렸다. 불을 켜고 확인하니 천정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누수였다. 어이없는 상황에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DJI 오즈모 포켓 3 카메라를 켜 들고 옥상으로 향했다. 하지만 눈이 발목까지 쌓여 있는 상황이었기에 누수되는 곳을 발견할 수 없었다. 카메라를 마주하고 “내가 이래서 부동산경매를 하지 않고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입니다.”라는 말로 영상을 끝내고 [서학개미 Life] 채널에 업로드했다.



2023년 12월 22일 금요일 눈


천정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탓인지 꿈자리가 영 뒤숭숭했다.

아니, 꿈속에서도 누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엽총을 서툴게 다루는 등 여러 가지 주제의 꿈이 이어졌다. 그러다 잠에서 깨어났더니 떨어지는 물소리도 여전했고 추위 또한 상당했다. 새벽 1시를 지난 시각이었다.


“제기랄. 가스비가 몇백만 원 나온다고 해도 보일러 온도를 올려야겠다!”


깊은 빡침을 혼잣말로 배설하며 거실로 나가 보일러 바닥 설정 온도를 45도로 높였다. 아침에도 온수 온도를 높이는 설정했는데, 그동안 온도를 낮게 설정한 탓에 추운 듯한 샤워를 한 자신이 바보스러웠다.


주식 계좌 수익은 다소 침체였다. 그리고 명백한 고점에서 917주를 매수한 SOXL 주가도 긴 음봉을 이어가지 않고 소폭 상승한 30.26달러였기에 원금은 방어하는 중이었다. 평가수익 27.87%, 평가손익 20,738,215원이었다. 반면, TMF는 –2.82% 하락한 64.84달러였고 평가 수익률은 23.16%였으며, 평가손익은 47,568,140원이었다. 두 종목 매입금액은 SOXL 74,408,638원, TMF 205,375,852원이었다.


브런치로 밥에 계란 프라이를 얹어 먹고 옥상의 눈을 치우기 위해 눈삽을 가지러 내려갔다. 나머지 시간은 미국 주식투자에 대한 원칙을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우선 2년간의 주가 변동을 통해 [5일마다 1억씩] 매수하는 방법과 이동평균선에 따라 하락할 때만 매수하는 [웅덩이 매수법]의 결과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이를테면 50억 원으로 투자를 시작했을 때, [5일마다 1억씩]을 ‘수요일마다 5천만 원씩’, 2년 동안 매수하는 방법이다. 유튜버 ‘5마일’이 주장하는 방법으로 ‘계좌가 마이너스이면 매수, 고점 대비 1배수가 10~15% 하락하면 매수하는 방식으로, 3배수면 30% 하락하면 1억 원을 매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음전이면 매수하지 않다 보니 거래일이 훨씬 줄어들었다. 그래서 2021년 12월 최고점에서 하락한 시점, SOXL 주가가 64달러일 때부터 매주 수요일의 종가로 매수한다는 가정을 하고 엑셀 표에 입력하고 매수한 주식 수량을 기록했다. 거래 횟수 약 73회이고 주가는 28달러였으며, 투자한 금액은 36억5천만 원이었고, 주식 수량은 145,126주였다.


이번에는 수익률을 확인했다. 주식 수량에 어제의 종가인 28달러와 환율 1,300원을 곱했다. 3,650,000,000원의 원금이 5,282,586,400원으로 불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 약 69%의 수익이었고 주당 40달러까지 상승한다면 75억 원이 넘어갔다. 즉, 고점에서 매수하기 시작했더라도, 전 주가를 회복하지 않았더라도 수익이 나는 것이었다.


그에 비해 ’웅덩이 매수법‘은 그렇지 않았다. 생각보다 수익률이 낮았으며, 결정적으로 오랜 시간 인내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함정이었다. 인간은, 아니 마이클은 절대 그런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섹스를 거르지 못하듯이 1주일에 한 번쯤은 매수하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수요일마다 5천만 원씩 매수‘ 원칙을 정하고 결과를, 폭설을 핑계로 장사를 쉬는 친구 오 군에게 말했더니 “직접 계산했다고? 그런데도 수익이 난다고? 대박이다. 그동안 이야기한 내용보다 오늘이 제일 좋다. 그러면 앞으로 그렇게 하자~”라고 좋아했다.


그러함에도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현금 50억 원을 준비했음에도 매주 5천만 원씩, 1개월에 2억씩만 매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머지 금액 중 7억5천만 원은 ‘단타용 계좌’를 만들어 투기 놀이하고, 나머지 현금은 4% 이자가 나오는 3개월, 6개월, 9개월, 12개월 식으로 나누어 은행에 예치해 두고 생활비로 사용하면서 지속적인 매수를 하기로 했다.


투기용 계좌는 SOXL 주식이 20% 하락하면 5천만 원을 매수하고, 다시 20%가 하락하면 1억 원을 매수하고, 또 20%가 하락하면 2억 원을 매수하고, 여기서 또 20%가 하락하면 4억 원을 물 타는 작전이다. 이렇게 번 돈은 유흥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실행은 현재 보유 중인 TMF 2억 원이 100% 상승할 때였다. 그런 후 토지 보상금이 나오면 합해서 73회로 나누어 계속 매수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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