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라이프
82. 나는 눈먼 봉사였네
2024년 1월 3일 수요일 흐림
잠결에 확인한 미국 주식은 하락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과열 구간이라고 판단했기에 보유 중인 SOXL를 매도한 후, 수요일마다 투자금의 1/50을 매수하는 ‘수요일의 빨간 모자’ 매수법을 시작하기로 했다. 다만, 2023년에 매도하면 이미 2,800여만 원 흑자인 상태에서 양도소득세가 더욱 늘어날 수 있기에, 신년 초에 매도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주식 시장 참여자들 또한 그렇게 생각했는지 주가는 –10.08% 하락한 28달러였고, 20일 이동평균선에 걸쳐 있었다.
그러니 계좌 또한, 총매입(원) 280,083,924원, 총평가(원) 335,293,130원이었고, 총수익률도 30%에서 19.55%로 주저앉아 54,435,515원을 표시하고 있었다. 3천만 원이 녹아내린 것이다. 그러함에도 새로 만든 계좌에서 오늘부터 매수해 나가기로 하고 마이너스 통장의 잔액을 확인했다. 29일에 상환해야 할 전세금(1억2천6백만 원)을 인출 할 수 있는 여력을 확인하고 투자금을 이동하기 위함이었다.
미국 주식 SOXL 장기투자 계좌 첫 매수를 했다. 정 작가가 돌아가고, 김치찌개로 식사하고 동네를 산책하고 돌아온 후였다.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매서웠다. 사촌의 전화를 받은 때도 이때였다. 마이클의 일정을 확인하더니 “9일 오전에 갈게!”라고 결정했다.
그러는 사이 미국 주식 SOXL 주가는 어제 –10.7% 하락에 이어, 오늘 프리마켓에서도 27달러로 하락 중이었다. 하지만 마이클은 준비한 종잣돈 3백만 원을 50주로 분할 해 기계적인 매수를 하기로 했으므로 큰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SOXL 3배 레버리지 기준이 되는 SOXX 주식 1주 매수 계획은 미뤄두었다. 1주의 주가가 무려 580달러(75만원)인 데다, 하락이 예상되므로 ‘매수할 필요는 없다’라고 판단하고 주식 매수 엑셀 표에만 ‘556달러’로 표기해 두었다.
드디어, 새로 개설한 계좌에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SOXX 주가를 3배 추종하는 SOXL 주식 1주가 매수되었다. 그렇다고 매수가 쉽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매수 주문하자 안내창에 “해외증권 위험 고지를 확인하지 않으셨습니다”라는 내용 때문이었다. 그래서 데스크 탑 컴퓨터를 이용해 네이버에서 검색하고 해결한 후 1주를 주문했다. 가격은 27.08달러였다.
오늘의 시작은 비록 1주에 불과하지만, 전세보증금과 토지 보상금을 받으면 역시, 미국 주식 투자에 쏟아부을 것이다. 그렇게 상장 회사도 인수하고, 부동산 경매 성인영화도 제작하고, MBC 방송국도 접수하고, [위풍당당]을 발기하는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굳세어라 마이클! 당당해라 마이클!’
2024년 1월 4일 목요일 맑음
새해 첫 주식 매수(SOXL 1주)는 –3.54% 손실로 출발했다.
즉, 프리마켓에서 27.08달로 매수하지 않고 종가 거래인 LOC 매수를 신청했다면 26.25달러에 매수할 수 있었다. 약 1달러, –1,259원의 손실이었다.
깊은 반성을 하며 엑셀 수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SOXL 주가의 기준이 되는 SOXX 주가 556달러와 SOXL 주가 27.08달러를 100% 기준으로 놓고, SOXX 주가가 10% 하락할 때마다 3배 추종하는 SOXL 주가를 30% 하락하게 하는 수식이었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자신이 눈먼 봉사였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을 이제야 두 눈으로 보게 되었다. 지난날 SOXX 주가가 반 토막 났을 때 왜? SOXL 주가가 6달로 떨어졌는지를 뒤늦게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하락장에서는 SOXX 주가가 48%까지 하락하면 SOXL 주가는 얼마가 될지 계산해 보았다. 그랬더니 지난번 6달러가 아니라 2달러대였다. 이유는 하락할 때 3배로 하락하고 상승할 때도 3배로 상승하나 이미, 6달러라는 낮은 가격에서 SOXX 주가를 추종해 3배씩 상승한다고 해도 음의 복리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SOXX 주가는 전고점 537달러를 돌파하고 583달러까지 상승했음에도, SOXL은 전고점 74.4달러에 도달은커녕, 겨우 32달러였다. 즉, 전고점에 물린 투자자라면 –90% 손실에서 –40% 손실로 줄어들 뿐, 원금회복까지는 먼 세월이었다.
그제야 모든 투자자가 “3배 레버리지는 투자는 반드시 투자금의 30%를 현금 보유해야”라고 말하는 이유를 알게 되는 아침이었다. 반 토막, 또는 그 반의반 토막에서 물을 타야 계좌 복구가 어느 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 이래서 3배 레버리지는 물 탈 돈이 없으면 영원히 나락 가는구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보다 엑셀 수식으로 보니 정확하게 이해되었다. 때마침 정 작가가 감귤과 바나나를 들고 들어왔기에 의자를 가져와 앉게 하고 “이번에 하락장 온다면 SOXL 주가는 전 저점인 6달러가 아닌 2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다.”라고 알려주었다.
이에, 정 작가가 “저도 어제 카누 더 샀는데 떨어졌어요.”라고 변죽을 울리며 “매월 생활비로 4백만 원이 들어가네요. 뭔가를 해야겠어요.”라고 미래를 걱정했다. 그러함에도 마이클은 “2년은 기근이 올 것이야.”라고 말하며 “그래도 내가 주식으로 생활비 벌게 해 줄게!”라고 장담했다.
식사 후 주식 거래 HTS를 클릭했다. 주가는 또 하락 중이었다. 술을 마시지 않은 멀쩡한 정신으로 ‘팔까?’, ‘말까?’를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50일 시간이 있다!’였다. 1억9천만 원 전세보증금 반환까지의 기간이었다.
2024년 1월 11일 목요일 맑음
기분 좋은 새벽 기상이었다.
금주하는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으며 게다가, 간간이 로잉머신으로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효과였다. 그러니 욕실 거울에 비친 얼굴 피부 또한 한결 밝은 상태였다. 그 기분 그대로 거실로 나가 들기름에 날달걀 하나를 터트려 먹으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브런치는 [교동짬뽕] 식당이었다. 통 오징어 한 마리가 들어간 짬뽕은 맛이 별로였는데, 먹은 후에는 속도 불편했다. 그러니 이 식당도 오늘로 결별이었다.
[메가커피]는 나이 지긋한 섬 청년들로 붐볐다. 그러나 마이클 일행이 자리한 지 얼마 후 바람처럼 사라졌는데, 아마도 버스를 기다렸던 모양이었다. 이 자리에서 정 마담이 “우리가 어제 공주에서 불덩어리를 샀어. 서울역 앞 쪽방촌 토지인데”라며 조ㅇㅇ와 함께 움직인 사건에 대한 보따리를 풀었다.
서울역 근처에는 1평 남짓한 방에서 살아가는 극빈층 사람들이 있다. 주로 노인들로 약 2천 명에 달한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기에 주거환경 정비계획을 기획하는 단계이고, 위치가 좋은 탓에 재개발 시행사도 개발을 시도하는 곳이다. 그러는 이곳의 땅 지분이 경매 진행되기에 정 마담을 비롯한 [경매투자] 수강생들이 공동투자를 할 목적으로 지분권자를 만나 토지 매매계약을 한 것이 어제였다.
정 마담이 “토지를 20년 전에 3,600만 원 주고 샀는데, 5억6천만 원에 하자고 해도 6억 달라고 해서 그렇게 하자고 했어!”라고 말하며 “그 여자는 얼마 번 거야?”라고 눈을 치켜떴다. 이에, 두꺼운 겨울 양말과 검은 천으로 된 뾰족코 구두를 내려다보던 마이클이 고개를 들며 “20년 전에 미국 주식에 3천6백만 원을 투자했다면 오늘 얼마일지 계산해 줘?”라고 말하며 스마트폰 계산기 앱을 터치하고 ‘36,000,000 X 2 =’를 입력하고 다시 X 2를 입력하는 행위를 스무 번 반복했다.
그러자 스마트폰 화면에 ‘37,748,736,000,000’이 표시되었다. 너무 긴 숫자에 정작 계산한 자신도 “이거 얼마야. 일, 십, 백, 천, 조, 십조. 37조7천4백8십억이네!”라고 말했다. 이에, 정 마담이 “그게 뭐야?”라고 되묻는 것은 당연했다.
“미국 주식 3배 레버리지에 투자하면 2배가 되는 것은 일도 아니야. 그러니 20년 전에 투자했다면 현재 이렇게 불어나 있다는 뜻이지. 물론, 매년 두 배는 되지 않을지라도 6억보다는 훨씬 많은 돈이 될 것은 사실이야.”
마이클의 설명에 정 마담이 까만 눈동자를 굴리며 “정말?”이라고 감탄하고는 몸을 당겨 앉으며 “어떻게 그렇게 돼?”라고 물었다.
“복리의 힘이지. 원금을 투자해 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두 배가 될 때마다 재투자를 이어간다면 그렇게 된다는 뜻이야. 두 배가 네 배, 네 배가 여덟 배 하는 식으로. 72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여기 조 회장님이 지금 대부업을 하는데, 대부업 이자가 연 20%야. 그러면 사고 없이 계속 굴린다면 현재 굴리는 원금의 두 배가 되는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있는 공식이지. 20%면 72 나누기 20을 하면 돼. 3.6년이 나와. 10억을 굴리니 3.6년, 못해도 4년 후에는 20억, 다시 4년 후에는 40억, 다시 4년 후에는 80억 하는 식으로 결과를 알 수 있다는 뜻이야. 물론, 그때마다 좋은 컨디션의 담보물권과 채무자를 만나야 한다는 전제하에. 그래서 내가 12억으로 대부업을 했잖아. 잘 안되었지만 말이야. 하! 하!”
마이클이 이렇게 일장 연설을 하는 사이 정 마담은 그새를 못 참고 다른 주제를 꺼냈다. 평소 같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오늘은 “집중 안 해! 조용히 해!”라고 윽박지르며 말을 막았는데, 아직도 소녀적이며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심성인 탓이었다.
테이블 대각선에 마주 앉은 조ㅇㅇ도 “맞아요. 그렇게 되면 참 좋은데, 저 같은 경우는 소개해 주는 사람이 있고 해서 한 14% 정도 돼요”라고 수긍했다. 그러나 연 14% 수익률이면 원금의 배가 되는 기간은 5년이 넘으므로, 복리 투자에서 수익률은 매우 중요한 숫자였다. 이즈음이었다.
정 마담이 “그건 그렇다 치고, 이건 어떻게 생각해?”라고 서두를 꺼내며 “공동투자를 하자고 했으니 모두 잘 될까?”라고 의심스러운 듯 마이클의 의견을 물었다. “당연히 잘 안되지. 빠르게 결론이 나지 않으면 결국에는 자기가 그 지분들을 다 사 주게 될 거야. 돈이 제일 많으니까? 투자할 처음에는 함께 할 것처럼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게 금방 바뀌어. 형제간도 싸우는데 투자한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몇 년을 간다고? 어불성설이야. 나도 예전에 카페에서 20억을 모아 경매 공동투자를 했었어. 그리고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은 원금의 90%만 돌려준다는 약정서도 썼었지.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있나? 그냥 원금 돌려주고 내가 다 떠안았지. 사람들은 이성으로는 기다린다고는 하지만 현실의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지. 매우 느리게 흘러가는 게 시간이거든!”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 마담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는, 교수님 도와주려고 하는데, 그럼, 또 내가 앞장서는 거야?”라고 되물었다. 딸기 음료수를 빨대로 마시던 마이클이 “(경매투자) 교수님이 안타까우면 돈을 줘! 뭔 사달을 꾸미지 말고. 그리고 교수님도 그래. 그 나이 되도록 자리를 못 잡았다면 그건 실력이 없는 거라고. 그걸 왜 자기가 고민해?”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그러자 정 마담이 “돈은 안 받으셔. 그래서 학원 운영비를 지원해주려고 했는데, 학원도 뺐어!”라고 말했다. 마이클이 조ㅇㅇ, 정 작가 순으로 훑어보고 마지막으로 정 마담에게 시선을 돌리며 “하여간 (정 마담이) 밖에만 나가면 뭔 사건을 끌고 들어와! 자기 인생이 편하니 온갖 오지랖 부리는 거야. 채무자 인생, 학원에서 만난 인생, 그런 거 고민해 줄 필요 없어. 그러지 마! 인생 짧아!”라고 정리했는데, 인터넷으로 주문한 앵글 선반을 배송하는 택배 화물차 기사의 전화를 받은 때도 이때였다.
정 마담은 여주시 천서리에 있는 5만 평 임야를 25억 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하기 위해 조ㅇㅇ의 펠리세이드 SUV 자동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양도세를 제외하고도 9억 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하기에 원금까지 12억 원을 회수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양도세가 너무 많이 발생하기에 방금까지, “ㅇㅇ 농협 조 전무가 너무 싸게 파는 거라고. 자기가 25억 원 대출해 준다고 팔지 말라고 하네? 어떻게 할까?”라며 갈등했다. 이때도 마이클의 대답은 같았다.
“결혼하려고 마음먹었으면 결혼해야 해. 우물쭈물하다가 고양이하고 늙어가는 여자들이 다 그런 식이었어. 부동산 거래도 거의 중매 수준이야. 팔려고 마음먹었을 때 팔아. 아무 때나 매수자 나타나지 않는다는 거, 자기가 더 잘 알잖아! 언젠가는 내야 할 세금이고. 앞으로도 더욱 세금은 더욱 높아질 거야. 그러니 다 팔고 현금화해야 해!”
‘백만 달러!’, 정 작가의 벤츠 GLC 220 SUV 조수석에서 정 마담이 회수할 원금 및 수익금 12억 원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는 곧 ‘나도 두 번에 걸쳐 만졌던 돈을 제대로 키워보지도 못했구나, 무능하구나’라고 자신을 자책했는데, 첫 번째는 10여 년 전, 경기도 하남시의 토지 보상금이었다.
대부업으로 100억 원으로 불려보겠다고 대부업을 시작했다가 물렸고 7년여 만에 겨우 원금만 회수하고 책 한 권을 남겼다. [극한직업 건물주]가 그 책이며, 두 번째는 2년 전이었다.
크레타 아파트 전세금 11억8천만 원 등 12억8천만 원의 현금으로 미국 주식을 시작한 것이다. 가만히 두었어도 두 배가 되었을 것을, 경험 부족과 전세금 반환 등 자금압박이 겹치면서 물러난 탓에 원금만 지킨 형국이었다. 그러니 전세금 등 세 번째 기회가 온다면 기필코 두 배의 수익을 내어 보기로 했다.
오후 시간은 택배로 배송된 앵글을 조립하는 시간이었다. 택배비 4만 원을 배송 기사 계좌로 송금한 후 관리실 앞에서 정 작가와 조립하고 창고에 설치했다. 날씨가 추워졌는지 작업하는 내내 체온이 떨어졌다. 그러함에도 두 개의 앵글을 설치하고 나머지 앵글은 마이클 혼자서 복층에 조립하고, 바닥에 늘어선 카메라 장비 등을 올려두었다. 한결 정리된 느낌이었다. 좋은 기분으로 로잉머신 노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