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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SOXL 주식에 3억 물리다

#서학개미 라이프

by 김경만

90. SOXL 주식에 3억 물리다



2024년 3월 13일 수요일 맑음


미국주식 투자 방법은 1일 거래인 ‘데이 트레이딩’으로 바뀌었다.

그런 이유로 유튜브 영상 또한 ‘단타 매매’에 대한 내용이 흘러나왔고, 그중에 ‘자산 배분이 중요하다’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리고 어젯밤 3억 원의 투자금을 2로 나눈 1억5천만 원으로 첫 전쟁에 나섰고 ‘초심자의 행운’으로 작은 전과를 올렸다. 하지만 이 방법이 매우 위험한 거래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벤츠 SLK 로드스터를 타고 자카르타 [피렌체하우스]로 향하던 길 위에서였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에 접속해 주식 투자 방법에 대해 듣던 중에 ‘매수 타점을 찾아낸 후 조금씩 매수 금액을 늘려가라’라는 내용을 듣게 되었다.


듣고 보니 자신이 만든 ‘-3% 하락하면 손절한다’라는 기준에 따라 주가가 하락했을 때 매도로 인한 손실금액도 줄어드는 이점도 있었다. 그래서 첫 매수에는 투자 자산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의 주식을 매수하고, 다시 1% 상승하면 투자 자산의 30%에 해당하는 주식을, 또 1% 상승하면 나머지 60%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수하기로 하고, 잊지 않기 위해 1:3:6의 투자 방법으로 정의하고 기억해두었다.


유튜브 영상은 이렇게 주식 투자에 대한 깨달음을 주었는데 이어, 또 하나의 깨달음을 선물했다. 종교계에서는 거의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는 황창연 신부가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였다.

마이클은 ‘오늘을 삶의 마지막 날처럼 살아간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즐겁게 살아간다’라는 뜻이 아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병사처럼 처연하게 살아간다’라는 의미였을 뿐이었다. 그러니 당장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을 즐기지 못하고 산 세월이기도 했다. 이는 성공을 위한 길도 아니었다.


‘사이클로이드’ 이론이 있다. 사이클로이드(cycloid)는 바퀴(wheel)라는 의미의 고대 그리스어(kuklos)에서 나온 말로 회전하는 바퀴 상의 한 점의 궤적을 표현한다. 원을 한 직선 위에서 굴렸을 때, 원 위의 한 점이 그리는 곡선의 자취가 바로 이 곡선이다. 자전거 바퀴의 옆면 어딘가에 점을 하나 찍고, 바퀴를 앞으로 굴리면 사이클로이드 곡선이 그려진다.


이 곡선은 최단 시간 강하 곡선으로, 말 그대로 가장 짧은 낙하 시간을 갖는 곡선이다. 이는, 사이클로이드 곡선 위의 물체가 초반에 받는 중력가속도가 직선보다 크기 때문에 빠르게 낙하하게 되고, 기울기가 완만한 후반부에서는 관성에 따라 속도가 이어진다. 하늘을 나는 독수리가 지상의 목표물을 발견하고 가장 빠르게 낙하하는 것, 워터파크 슬라이딩 미끄럼틀도 같은 이치이다.


‘사이클로이드’ 곡선은 또 다른 특이한 성질도 있다. 바로 어떤 점에서 출발해도 가장 낮은 위치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모두 똑같다는 것이다. 이것을 '동시 강하 곡선' 또는 '등시 곡선'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성공’이라는 목표를 이루는 것 또한, 점과 점을 잇는 최단 거리가 아니라 사이클로이드 곡선처럼 느슨하게 즐기는 것이 더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굳이 사이클로이드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마이클은 좀 더 오늘을 행복하게 즐길 필요가 있었다. 체력은 노쇠해지고 머리카락 또한 더욱 가늘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는데, 여기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 어머니 박옥자의 입원 소식이었다.


어머니 박옥자는 [광주 기독교 병원]에 입원 중이었는데, 고열과 오한 증세 탓이었다. 이에, 남편 기한이 119에 전화했으나 상황실 구급대원은 ‘급하지 않으면 출동하지 않습니다’라고 대응하다가 마지못해 출동했다. 그렇게 본 어머니 옥자의 증세는 응급 출동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돌아갔다.


그래서 다음날인 어제, 여동생 정례의 딸이 운전하는 승용차 편으로 목포 [기독교 병원]으로 향했고 검사를 받은 결과, 담낭(쓸개) 안에 결석인 담석증이 발견되어 수술을 위해 입원한 것이었다. 증상으로는 열과 오한이 동반되는 복통이라고 하니 증세는 맞은 셈이었다. 입원 등 절차는 어머니 옥자의 동생 정례와 딸의 수고였다

아버지 기한으로부터 소식을 들은 마이클의 심정은 복잡해졌다. 아니, 피로감을 느꼈다. 가족의 상황이 오롯이 자신의 두 어깨 위에 내려앉은 것 같았다. 그렇게 극심한 우울증을 느끼는 도중에 황창연 신부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그래, 오늘을 즐기자~,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어머니에게 다녀오자~’


[피렌체하우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들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보일러가 5시간마다 30분씩 작동되도록 설정해 둔 탓에 따뜻했다. 싱크대를 비롯해 어수선한 환경은 여전했다. 이것이 또 마이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집을 정리할 시간도 없이 살아가는 청년에게, 당장 행복감을 높여주기 위해 캘리포니아 토지 컨테이너 안에 있는 냉장고와 75인치 텔레비전을 가져다주기로 했다. 인터넷 ‘숨고’ 사이트에 접속해 용달 화물 업자를 섭외했다.



2024년 3월 14일 목요일 맑음


시간은 10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세차하기 위해 주유소에서 주유 후 자동세차기를 통과했다. 아침 햇살에 이탈리안 레드 색깔이 되살아났기에 기분 또한 좋아졌다. 곧장 캘리포니아 토지로 가서 가림막 대문을 열었다.


인터넷 사이트 [숨고:숨은 고수]에서 연결된 4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두 사내가 두 개의 컨테이너에 보관된 냉장고와 금고, TV, 침대를 꺼내 적재함에 실었다. 그 과정에서 “텔레비전을 켜 보세요?”라고 물었다. 텔레비전이 고장 난 건 아닌지 확인하는 걸로 생각되어 리모콘을 찾아 켰다. 그러자 “우리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요, 고장 난 것을 고장 냈다고 우기는 사람도 있다고 해서 확인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마이클이 “잘했어요. 그런 사람 많아요. 열에 두 명은 그런 사람입니다”라고 맞장구쳤다.


두 대의 트럭에 실려 온 물건 중 침대는 관리실의 싱글 침대 자리와 교체되었고 냉장고와 금고, 텔레비전은 솔 군의 공간으로 옮겨졌다. 이렇게 미루고 미룬 일은 ‘오늘을 행복하게 즐기자’라는 마인드 변화로 인해 급격하게 마무리되었다. 비용은 25만 원이었다. 세금계산서 발행을 부탁하고 “입금은 오후 5시 이전에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나폴리 [케렌시아] 빌라로 돌아와 안방 침대에 누웠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저녁 9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거실로 나가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미국 주식 장이 열릴 시간이 되자 정 작가가 노트북을 들고 들어왔다. 그래서 함께 주식 단타 투기를 시작했는데 그만, SOXL 주식에 3억 원을 물리게 되었다.


주가는 43.38달러로 시작했다. 이틀째 하락인 탓에 상승을 예상하고 투자금의 10%인 15,000,000원에 해당하는 252주를 매수했다. 그리고 1% 상승했기에 756주를 매수했고 다시 1,492주를 매수했다. 주가가 하락으로 방향을 전환할 때도 이때였는데, 원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ETF SOXX 주가가 5일선에 닿으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다소 성급한 매수를 반성하며 좀 더 떨어지기를 기다렸고 역시 3% 정도 떨어졌다. ‘손절’을 해야 할 지점이었다. 그러나 ‘손절’이 아닌 오히려 ‘매수’를 선택하고 예비군 150,000,000을 투입해 전량 매수했다. 그러함에도 손실은 9,000,000원을 기록하며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다소 성급하게 ‘올인’ 한 자신을 반성하며, ‘내가 너무 조급하게 생각했어. 금액 1천억 원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제작 및 유흥비 정도 번다는 생각으로 투자하자!’라고 마음을 바꾸어 먹으며 내일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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