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91. 주식 투자의 단(斷)

#서학개미 라이프

by 김경만

91. 주식 투자의 단(斷)



2024년 3월 15일 금요일 맑음



게으름을 부린 늦잠이었다.

아침 일정을 처리하고 새로 지은 밥으로 식사까지 마쳤을 때는 정오가 다 된 시각이었는데, 어젯밤 주식 투자에 대해 생각하느라 시간을 많이 머물게 했다.



갈색 슈트로 갈아입고 빨간 벤츠 SLK 로드스터의 시동을 걸었다. 어머니 병문안을 핑계한 3월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광주 기독교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어머니 박옥자가 두 번째 담석 제거 시술을 마치고 회복실에서 회복 중이었다. 그러므로 자신 또한 병원 구석의 보호자 대기용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병실로 돌아왔을 때는 동생 정례 외에 목사 부부가 함께 있었다.



그렇게 마주한 어머니 옥자의 상태는 수술보다 시술에 가까운 처치였기에 여러 개의 링거 줄과 코에 꽂은 호스 등을 제외하면 불편한 모습은 아니었다. 한숨 돌리며 시선을 목사에게 옮기고 “많은 도움 주신다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잠시 시간을 보내고 감사의 표시로 식사 접대를 위해 환자만 남겨둔 채 병원을 벗어났다.



병원 근처 LG 편의점에서 베지밀 음료 두 상자와 여행용 칫솔, 치약 세트를 사 병실로 돌아왔다. 그런 후 병실 환자들에게 베지밀 3병씩을 돌리며 얼굴 인사하며 각 병명을 물었다. 마이클 또래의 여자와 서른 살 여자, 벙어리 부부, 그리고 70세 정도의 두 여자는 폐렴 등 경증 환자들이었다. 간병인이 켠 스마트폰에서 주식 방송이 흘러나올 때도 이때였다. 그래서 “주식 하나 봐요?”라고 물었더니 ‘국내 주식 고점에 물려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편, 3억 원을 몰빵 매수한 마이클의 미국 주식 SOXL 주가 또한 좋지 않았다. 단기 반등을 기대했으나 -6%인 16,000,000원의 손실 중이었다. ‘손절’ 해야 했으나 ‘3배수인데 좀 더 버텨보자’라고 생각하며 주차장에 주차한 자동차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돌아왔다. 본 장이 개장한 시각이었다.


주가는 여전히 -5%~ 6%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래서 2,500주를 매도하고 나머지는 지켜보기로 했다. 이때, 손절한 금액이 9백만 원이나 되었다. 그러니 며칠 전 5백만 원 수익 낸 것을 토해내고도 적자였다.


그때였다. 주가가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했고 손실률은 -2%로 낮아졌다. ‘조금만 더 늦게 매도할걸’이라고 후회해봐야 늦은 일이었고, 또 더 떨어질 수도 있었기에 생각조차 에너지 낭비였다. 지금 할 일은 칠성판처럼 폭이 좁은 보호자용 침대에 등을 붙이고 피로를 푸는 일이었다. 그러함에도 9백만 원의 손실에 대한 생각은 여전했다.


‘9백만 원이면 목사나 이모에게 더 많은 돈을 드릴 수도 있었는데~’


그래서 더욱 ‘단타’로 승부를 내기보다, 승리할 수 있을 때만 출전해 대승하는 이순신 장군의 전략처럼 병사를 움직이기로 했다.



2024년 3월 17일 일요일 비



병원을 나서자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짧은 휴가(?)를 끝내고 어둠이 내린 고속도로를 달렸다. 스피커에서는 여전히 주식 투자 방법에 관한 책을 읽어주는 유튜버 [부자 회사원]의 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간혹 듣는 ‘인생 50에 어쩌고’ 하는 채널은 이제는 들을 필요가 없어졌다. 이미 모두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뭔가를 이루려면 엉킨 인생을 단번에 끊어내야 하는 단(刐)을 실천하는 것이 먼저이다. 그렇게 하려면 사는 곳을 바꾸는 이민이나 이사를 해야 하고, 만나는 사람을 바꿔야 하고, 자기 자신의 나쁜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핸들을 잡은 마이클은 이 모든 것을 실천했고 금주까지 했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주식 투자의 단(刐)을 실천하기로 했다.


주식 투자의 단(刐)은 욕심을 끊는 것이었다. 100억, 1,000억이 아닌, 현재 가진 돈으로 수익을 내 생존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투자금 또한 3억의 절반이 아닌 1억5천만 원의 절반을 기존의 공식대로 투자하기로 했으며, 이렇게 하면 투자금 또한 마음 편하게 잠들 정도였기에 ‘스윙’ 투자로 10%의 수익만 내며 만족하고 살아가기로 했다.



2024년 3월 18일 월요일 맑음



정 작가도 함께 미국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SOXL 주가는 소폭 상승했다. 그러니 다시 ‘아, 조금만 더 버텼으면 손실은 면했는데~’라는 후회가 밀려왔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변동성이 큰 장 시작 30분이 흘러갔다. 잠잠해지더니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2024년 3월 27일 수요일 맑음


늦은 기상이었다.

몸은 한층 나은 느낌이었는데 아침 9시 무렵이었다. 퉁퉁 부은 얼굴로 냄비에 곰탕 국물을 붓고 햇반을 넣어 끓였다. 곰탕은 정말로 고깃덩이 하나 없는 국물이었다. 판매자가 마치 대동강물을 팔아먹는 놈들 같았다. 그런 식사를 하고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영화를 보던 중에 친구 오 군의 전화를 받았다.



“내가 돈 냄새를 좀 맡지 않냐?”


그렇게 자신을 추켜세우며 비트코인 투자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물론, 마이클도 일찍이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나 ‘화폐가치로의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으며 특히, 거래소의 불완전성 때문에 게임에 참여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선물 ETF인 BITX로 거래가 되는 관계로 연습 삼아 투자하는 중이다.

오 군은 미국 주식 ETF를 알려줄 때처럼, 미국 국채 TMF를 알려줄 때처럼,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해 말하고 관련 주식을 알려주며 “오후에 동생들에게 이 이야기를 알려주러 간다”라고 말했다.



이에 마이클이 “네가 아는 지식은 누군가에게 들어서 아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내가 생각한 것이, 나의 생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야. 그러니 새로운 것에 대해 배우는 것은 좋으나, 그것이 맞다, 아니다, 는 신중하게 해야 할 거야.”라고 말했다.



이에, 오 군 또한 “알지, 나도. 그런데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 같은 강의 영상 보낼 테니 오늘 봐봐!”라고 말하며 카카오톡으로 두 개의 영상 링크를 보내왔다. 유튜브 [리스팩 투자플랜]이 만든 마이클 세일러의 영상과 비트코인 반감기에 대한 영상이었다.



슈퍼 리치들은 ‘돈’ 자체에 대해서는 관심없다. 재산을 완전하게 저장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 그들은 국가. 세금, 제도에서 자유로운 부의 저장을 원한다. 그래서 국경이 없는 비트코인에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슈퍼 리치가 아닌 마이클과 오 군이 가지고 있는(있다고 치자) 비트코인을 얼마에 살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렇다면 굳이 팔 필요가 없는 것인데, 팔지 않고 가지고만 있으면 이 또한 ‘산 중 거문고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에 흘려듣고 있었다.



왜냐하면, 오 군이 말하는 내용은, 앞서 적은 것처럼 어떤 유튜브 내용을 재생하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오 군 덕분에 미국 주식을 알았고 종목을 알았으니, ‘달러의 약세가 어쩌고 인플레이션이 어쩌고’ 하더라도 대중보다 조금 더 앞서서 나아가면 될 것이었다.


마이클은 기존에 추적해 온 필라델피아 반도체 3배 레버리지 SOXL 투자에 집중하면서 일부만 테슬라와 비트코인에 투자할 생각이다. 그것도 먼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 행복하기 위해서!! 이렇게 이번에 겪은 몸살감기는 너무 늦지 않게 ‘행복하게 사는 것’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아픔이었다.




20240316_102235.jpg
20240315_191811.jpg
20240315_183824.jpg
20240315_183818.jpg
20240315_174121.jpg
20240315_172819.jpg
20240315_154456.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90. SOXL 주식에 3억 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