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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어떤 미친놈

#서학개미 라이프

by 김경만

92. 어떤 미친놈



2024년 3월 30일 토요일 흐림



59년생 노마드가 [케렌시아] 빌라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 무렵이었다.

마이클이 가까스로 좋아진 감기 증세 덕분에 일상적인, 일기를 쓰거나 [블로그]나 [브런치 스토리]에 잡설을 게시하거나, 싹이 난 감자를 찌거나 하는 거리를 한 후였다. 그러니 버스 정류소까지 마중하려는 수고는 없었다.



짧은 인사를 하고 노마드에게 “나머지 분들은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오후 3시쯤 도착할 거 같아요”라고 대답했는데, 참가자 중엔 “저는 마이클 님을 알아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카피라이터로 남편이 집안일과 음식까지 하는 여자로, 미국 주식 TQQQ를 투자하다 보니 유튜브 알고리즘이 [서학개미 Life]를 추천한 까닭이었다. 마이클이 “영상을 시청한 소감이 어떤가요?”라고 묻자 “난, 어떤 미친놈인가 했어요. 1억씩 막 지르는 거예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2024년 4월 1일 월요일 맑음



감기약을 3배 더 복용한 것은 좋았다.

콧물 증상을 거의 완벽하게 밀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간, 돈뿐만 아니라 감기약도 진작에 레버리지로 먹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었다. 아침 7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마이클의 오후 시간은 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니었다. 감기 증세를 완전하게 뿌리뽑기 위해 약국에서 종합 감기약을 구매한 후 [케렌시아] 빌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으나, 약 기운 때문인지 잠이 오지 않고 저녁 시간 또한 그랬다. 다만 허기를 느꼈기에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양념 돼지갈비와 상추를 사 돌아왔다. 저녁 식사였다.



미국 주식 장도 시작되었다. 1회 배팅할 금액을 6,600,000원으로 정했다. BITX 주식을 51.26달러에 103주, CONL 주식을 69.27달러에 66주를 종가 거래인 LOC 매수로 입력하고 보유하던 SOXL 주식을 49.50달러에 전량 매도해 1,500만 원의 수익을 확정했다. 9,000,000원의 손실을 수익으로 메운 것으로 약 보름만이었다. 그런 후 역시 47.99달러에 103주를 매수 예약해 두었다. 동전의 앞, 뒷면 게임처럼 6,600,000원씩 베팅하는 시작이었다.




2024년 4월 5일 금요일 맑음



공복으로 잠을 잔 것은 잘한 일이었다.

화장실을 거쳐 거실로 나와 컴퓨터를 켜고 지난 3일간의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몸과 정신이 거의 정상적인 상태였다. 오전 7시가 조금 못 된 시각이었다.



미국 주식은 크게 하락했다. 총수익률이 –9% 이상 하락했기에, 투자금을 6,600,000원씩 분할 매수를 하지 않았다면 크게 낭패를 볼 수 있을 정도의 하락이었다. 비트코인 2배 레버리지 BITX는 50.5달러에서 47.32달러로, 코인베이스 CONL은 73.9달러에서 67달러로, SOXL은 48.45달러에서 긴 음봉을 그리며 41.96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투자자들은 ‘장 마감 시간에 물량이 쏟아지며 하락했다’라는 등 그럴싸한 이유를 들먹이며 떠들었다. 마이클은 ‘이렇게 변동성이 있어야 돈을 벌지 않겠어?’라고 생각하며 진정한 폭락 장을 기대하며 HTS 접속을 끊었다. 총매입(원) 20,033,854원, 총평가(원) 18,300,353원이었다.




2024년 4월 7일 일요일 맑음



일기를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브런치는 갓 지은 찰밥이었다. 참치 통조림 하나를 발견했기에 야채 쌈으로 먹고 저수지 산책에 나섰다. 짧은 산책 코스이기에 마을 전통가옥을 구경하며 걸었다. 빈집처럼 보이는 집들이 더러 있었다. 스마트폰을 켜고 사진을 찍었다. 빈집 너머로 [케렌시아] 빌라가 배경이 되어 존재감을 드러냈다.



부챗살처럼 펼쳐놓은 낚싯대를 지날 무렵이었다. 스마트폰으로 틀어 놓은 유튜브 주식 채널, 정확하게는 [부동산을 읽어주는 남자] 채널에 출연한 주식 투자자가 차트에 대해 설명하며 ‘개인 초보 투자자들은 주가가 이동평균선 위에 있을 때 들어가면 됩니다. 이때는 양지입니다’라는 식으로 설명하며 아래로 떨어진 상태를 ‘음지’로 표현했다. 듣기에도 매운 쉬운 투자 방법이었기에, 산책에서 돌아온 후 곧바로 컴퓨터를 켜고 해당 영상을 재시청하기 시작했다.



출연자는 [실전 매수매도기법] 저자이며 20년 주식 투자자 김영옥이었다. 출연자는 이동평균선을 ‘그물’로 표현하며 주가가 이동평균선 위에 있는 경우에는 ‘아래에 추락을 막아주는 그늘이 있으므로 안전하지만 반대 경우에는 그물이 장애로 작용해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라고 말하고, ‘주가가 이동평균선 위에 있는 양지 경우에는 위의 공간이 열려 있으므로 좋다’라거나, ‘상승하면 계속 보유하고 5일선과 10일선이 데드 크로스하거나 투자금의 15% 정도 손실 나면 손절하라’라고 주장했다.



참으로 신박한 논리였다. 지난번 산책에서는 자산 배분에 대해 배워 실천했기에 이번 주가 하락 장에서 손실을 줄일 수 있었듯이, 오늘 산책에서도 매우 좋은 투자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니 저수지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자리를 비운 한가로운 낚시꾼처럼, 투자로 성공할 시기를 기다리는 주식 투자 낚시꾼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2024년 4월 9일 화요일 맑음



주식 개장 시간이 되었다.

주식 고수 김영옥이 주장하는 양지 차트인 CONL과 TQQQ 주식을 20,000,000원, 10,000,000원씩 매수하고 샤워하기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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