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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비트코인 50개

#서학개미 라이프

by 김경만

96. 비트코인 50개


2024년 4월 20일 토요일 비

비가 조용히 내리는 아침이었다.

그러니 차분한 토요일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2배 레버리지 투자로 성공할 수 있다’라는 근거 없는 희망으로 터져 나온 도파민은 어찌할 수 없었다. 밥을 먹지 않아도 그저 행복할 따름이었기에, 수면 시간과 질도 엉망이 되었다.

달걀 일곱 개를 삶았다. 삶는 기계를 산 주인공인 정 작가가 건너올 때도 이때였다. “달걀 먹어!”라는 말에 “아침 먹었어요”라고 대답하고 “서울 좀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덧붙이고 돌아갔다.

조금은 거센 비바람이 불어오는 오후였다. 생고기를 먹을 요량으로 우산을 쓰고 정육점으로 향했다. 가게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주인장에게 “사시미 먹을 수 있어요?”라고 묻고 “있어요!”라는 대답에 500g을 주문했다. 그런 후 매장을 구경하다가 고기를 삶을 때 넣는 재료를 발견하고 수육용 고기도 샀다 삶아 먹는 고기가 몸에 좋다는 것을 알기에 도전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저녁 식사는 생고기였다.

눈은 여전히 비트코인 관련 유튜브 영상에 머물렀다. 2년 전 미국 주식 관련 영상을 공부하는 것과 같았다. 그렇게 영상을 시청하면서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해 비트코인 주가 하락과 상승에 따른 2배 레버리지 BITX 주식 매수 계획표 숫자를 입력하는 행위를 반복했다.

그리고 인정하게 되었다. 비트코인의 가치와 용도, 진실이 어떻든지 간에 투기는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과거처럼 70%까지 하락할 수 없다는 것도! 그래서 하락을 염두에 두고 긴 구간에 걸쳐 매수하는 계획은 ‘희망 회로에 불과하다’라고 인정하고, -30% 하락 구간까지만 대응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비트코인의 하락은 대체로 -20%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더라도 BITX의 하락률은 -60%였다.

그렇다면 BITX 주식 매수 기회는 비트코인이 -20% 하락할 때였다. 연중 3~4회 하락했기에 그 구간에만 매수하고, 비트코인이 최고점을 회복한 후 20%만 상승해도 2배 레버리지인 탓에 2배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

그러니 아버지 기한이 농사하듯이 1년에 4회 정도만 투자해도 좋을 것이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마치, 금화를 넣어 놓은 금고의 비밀번호를 알아낸 것처럼 행복했다. 그래서 성공 투자를 응원하는 기분으로 중국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해 비트코인 모형 50개를 주문했다. 비트코인 1개당 1억 원의 가치이기에, 2년 안에 50개를 모으는 것을 목표로 했다.

마이클은 이런 놀이를 좋아한다. 부동산 경매 투자할 때도 그랬다. 엽총 탄띠에 엽탄을 25발 넣을 수 있다. 그래서 엽탄 하나당 1억 원으로 생각하고 10억의 투자금이 생기면 10발을 끼워두는 식이었다. 그러니 비트코인 투자도 그렇게 해 보기로 한 것이다. 상상보다 더 강력한 것은 만지고 볼 수 있는 현물이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은 금화 두 개였다. 종잣돈이 2억 원이기 때문이다. 비록 플라스틱으로 만든 금화일지라도 두 개를 모니터 앞에 세워 두고, 계좌 금액이 1억 원 불어날 때마다 금화 1개를 모니터 앞에 놓인 100억 원 황금 수표 상자에 넣는 것이다. 그렇게 50개가 다 쌓이면 주저하지 않고 진짜 금화 50개로 바꿀 것이었다. 그리고 사용한 플라스틱 금화는 ‘비트코인으로 인생 역전한 서학개미의 금화’라는 마케팅으로 서명과 함께 1개당 1백만 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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