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라이프
97. TMF 주식 반토막 난 놈
2024년 4월 21일 일요일 흐림
샤워 후, 주방으로 가서 수육을 삶았다.
유튜브에서는 ‘양파, 사과, 대파 등을 넣고 50분 정도 약한 불에’라고 말했으나 넣을 것은, 정육점에서 고기를 살 때 함께 산 티백에 담긴 재료와 약간의 마늘, 냉동실에 보관 중인 실파가 전부였다.
이번에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인생의 과업 같은, 아니 ‘과업’이며, 성공의 ‘결과물을 얻는다’라는 것을 믿기에 거를 수 없는 행위를 이어갔다. 그러는 사이 수육도 완성되었다. 냄비에 담긴 고깃덩이를 꺼내 도마에 올리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그런 후 접시에 담고 상추와 두부까지 곁들여 먹었다.
시간은 오후를 향해가고 있었다. 놀이터에는 젊은 엄마들 서너 명이 자녀들과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마이클도 소화도 시키고 비트코인에 대한 생각도 정리할 요량으로 산책에 나섰다. 목적지는 저수지였다.
“꿩! 꿩!”
산 능선 어딘가에서 암컷을 부르는 장끼의 소리가 들릴 때도 이때였다. 제법 선명한 소리로 들렸기에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래서 무료한 시간도 죽일 겸 ‘찾아볼까?’라고 생각하기도 했으나 곧, 귀찮은 생각에 그만두었다. 물론, 엽총을 들고 있었다면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물기 머금은 흙길을 걸어 저수지에 도착했다. 한 개의 좌대에 대여섯 개의 낚싯대가 진을 펼치고 있었으나 낚시꾼은 보이지 않았다. 오른쪽에서 “파다다닥-”하는 물소리가 들렸다. 새끼 오리 한 마리가 날개로 물을 튀기며 나아가는 소리였다.
문득, 한가로운 저수지의 풍경 너머로 보이는 [케렌시아] 빌라의 대출이자와 종합부동산세의 고민만 해결된다면 아무 걱정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이때였다. 그러니 어떻게든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었다. 그렇다고 ‘50억 원을 만들면 [케렌시아] 빌라 대출금을 상환하자’라는 계획을 고수한 것은 아니었다.
토지 보상금 전액을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야수의 투자 계획을 세웠기에, 38억 원의 은행 대출금 또한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리고 ‘종합부동산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는 6월 말까지 신탁을 해제해야 하는데 이 또한,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비트코인 투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비트코인 2배 레버리지 BITX 투자를 믿었기 때문인데 이는, 2년 전 미국 주식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3배를 추종하는 SOXL을 알고 흥분했던 때와 같았다. 꽤 괜찮은 계획이었으므로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포함한 17억 원을 투자하려고 했으나 [오리온 자산 그룹]에 5, 6억을 빌려주거나 전세 보증금 반환 기간과 맞물려 기회를 놓쳤던 그 시절 말이다.
그러니 이번에는 절대 그런 실수를 해서는 안 될 것이었다. 게다가, [오리온 자산 그룹]에 묶인 3억 원을 회수하게 되었고, 반환할 전세금은 1건, 2억2천만 원에 불과하기에 조급함이 없이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가진 투자금은 전세금 반환을 위해 대기 중인 2억 5천만 원이다. 이 금액으로 이번 비트코인 상승장에 투자할 것이다. 그런 후 내년 하락기가 오면 -20%부터 떨어질 때마다 분할 매수해 모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아예, 주식 매수 프로그램 HTS의 자동 매매 프로그램에 입력하기로 했다.
자동 매매 프로그램은 기간, 가격 등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미 알고는 있었으나 직접 매수하는 기분만큼은 따라올 수 없기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적으로 자신의 계획을 믿기로 했기에 그렇게 하기로 하고, 배우는 장면 또한 영상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카메라를 켜고 엑셀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놓은 주식 투자 계획표에 따라 HTS에 자동 매수 예약을 입력했다. 비트코인 최고가격의 80%부터 아래로 매수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70% 구간까지 매수 계획을 해 두었으나 저녁 늦게 바꾸었다.
이유는, 비트코인의 하락률이 ‘그렇게 크지 않다’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3배 레버리지인 SOXL을 투자하다 보니 하락률에 대한 오판이 있었다. 그러니 하락률을 다시 구해야 할 것이었다. 그렇게 구한 새로운 계획표에 의하면 -20% 하락 시점에서 매수한 BITX 주식의 수량은 832개여야 했기에 238개를 더 주문하기로 했다. 또한, 비트코인이 -5% 하락(BITX -10%) 할 때마다 주식을 1,387개, 2,311개 식으로 매수하기로 했으며, 손절은 비트코인이 -25% 하락하는, BITX 주가가 31달러가 될 때였다. 당연히 전량 매도였다.
그럴싸한 계획에 대해 아들 솔 군은 “그래도 몰빵은~”이라고 의심했다. 그래서 살짝 마음이 흔들리기는 했으나, ‘TMF 주식에 몰빵 해 반토막 중’인 녀석의 말은 무시하기로 했다. 이렇게 자동 매수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두었으니, 낮에 낚싯대만 드리우고 놀러 간 낚시꾼처럼 영화 제작하며 기회를 기다리면 될 것이었다.
잠을 자려고 안방으로 향했다. 화장대 거울에 비친 홀쭉해진 뱃살을 볼 때도 이때였다. 행거에서 감색 바지를 내렸다. 그동안 뱃살이 불어나 입지 못했으나 ‘살을 빼는 기준’으로 삼기 위해 버리지 않고 남겨둔 슈트의 바지였다. 슬림핏 맞춤 슈트였기에 몸에 조금만 살이 붙어도 불편한 바지가 무리 없이 허리를 통과했다. 하지만 위 뱃살은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