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라이프
101.8억 원 대출 신청
2024년 5월 2일 목요일 맑음
아침을 연 것은 [ㅇㅇ신협] 김ㅇㅇ 과장이 보내온 장문의 문자였다.
“사장님, 아침 일찍 죄송합니다. 위 서류 준비하고 연락 부탁드립니다. 신속히 준비해보겠습니다. 일단 우선 신청분 4개 호수 관련입니다. - 구비서류- 등본 4통, 초본 8통, 인감 8통, 신분증, 인감도장, 국세 완납증명서 4통, 지방세 완납증명서 4통, 지방세 세목별 과세 증명 1통, 사업자등록증, 소득금액 증명원, 임대차 계약서, 전입세대 열람 각 1부, 등기권리증 각 호수별,..”
이럴 경우, 채무자가 해야 할 것은 ‘스피드’다. 샤워하며 동선을 짜기 시작했고 첫 목적지는 읍사무소였다. 인감증명서를 비롯해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은 후 세무서에서 국세 완납증명서와 소득금액 증명원을 발급받았다. 다행히 마이너스는 아니었으나 1만 원이 채 못 된 소득이었다.
“부아아앙--”
송홧가루가 덮인 빨간 벤츠 SLK 로드스터는 분당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앞 유리창에 거치대로 고정된 스마트 폰으로 틀어 놓은 유튜브 채널에서는 비트코인에 대한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용은 주로 ‘반감기 하락을 지나면 두 세배 상승한다’라는 것과 ‘디지털 시대의 화폐는 비트코인’이라는 내용이었다.
마이클은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심지어 아들까지도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런데 지금의 마이클은 아니었다. 적극적이지는 않아도 투자의 현상은 인정했기에 2배 레버리지인 BITX를 매수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돈을 투자할 생각이다. 왜냐하면, 기존 주식 시장 사이클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는 유동성 때문에 기회를 더 빨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의 기회! 비트코인의 기회를 잡는다는 것은 결국은 ‘돈’이다. 싼 가격에 많은 수량을 사 모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중요한 ‘돈’을 지금 마련하러 가는 길이다. 전세 입주자가 들어오지 않은 공실 빌라 4개 세대를 담보로 8억 원을 대출하러 가는 길이다. 이때였다!
‘유동화!’ 투자의 시장을 따라 돈을 움직이는 것을 유동화라고 한다. 비트코인을 사 모아야 할 지금처럼 돈이 필요할 때 돈을 마련하는 것 또한 유동화이다. 공실인 빌라, 지가가 오른 토지를 담보로 대출받아 수익률이 높은 곳에 투자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전세금 상환에 전전긍긍하며 투자에 나서지 못한’ 지난날이 바보처럼 생각되었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4년마다 한 번씩 오는 비트코인 반감기와 상승장인 것도 한몫했다. 그러는 사이 벤츠 SLK 로드스터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빌딩 기계식 주차장에 주차하려는 찰나, 나이 든 경비원이 “안 됩니다. 좁아요. 비싼 차 망가져요”라고 한사코 말리는 통에 노변 주차 공간을 찾아 주차하고 [ㅇㅇ신협]으로 올라갔다. 20여 평의 공간에 서너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고, 오른쪽으로 김 과장의 얼굴이 보였다. 이에 들어가 만나려는 찰나였다.
김 과장이 서로를 소개할 시간도 주지 않고 다가온 50대 여자가 “김 과장에게 이야기 듣고 알아보니 대단하신 분이시네요.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는데, 직함은 지점장이었다. 이에, 마이클도 “제가 국보급 채무자입니다. 걱정 끼쳐드리지 않게 잘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훗날, 마이클이 비트코인으로 황당한 수익을 낼 때 늘 언급하던 [ㅇㅇ신협]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대출 신청에 필요한 담보제공 빌라는 총 4세대이며 각 2억 원씩 8억 원이다. 그러니 근저당 설정 서류도 그렇게 작성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김 과장이 노랑 형광펜으로 줄을 그은 곳에 서명해 나갔다. 이때였다, 김 과장이 “전세금 상환 대출은 전세금을 상환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것인데 사장님은 먼저 사장님 돈으로 대출해 준 거잖아요? 그 경우에는 계약서가 있어야 해요.”라고 말했다. 다행히 어제부터 임대사업자 등록을 위해 가지고 다니던 임대차계약서 파일에서 해당 세대의 계약서를 찾았다.
오후 일정은 캘리포니아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뭔가 뿌듯한 일을 한 것 같아서 전기 주전자로 물을 끓이고 맥심 봉지 커피를 탔다. 그리고 식사하기 위해 [내가 널 낙지] 식당으로 들어갔다. 여주인이 알아보고 인사하기에 “신축이전 축하합니다”라고 덕담하고 테이블에 앉아 낙지 갈비탕을 주문했다. 하지만, 매생이를 넣어 끓인 갈비탕은 무슨 조합인지 알 수 없는 맛이었다.
책상을 정리하고 오늘 밤 잘 숙소인 [월든 숲] 오두막으로 향했다. 노트북을 켜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피곤한 탓에 무리였다. 그래서 ‘자고 일어나면 쓰자’라고 생각하며 다락으로 올라가 누웠다. 미국 주식투자를 시작하던 눈 내리던 겨울의 추억이 새롭게 다가오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