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라이프
105. 기꺼이 돈을 잃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2024년 6월 7일 일요일 맑음
주식투자의 현인 [워렌 버핏] 영감의 집은 오마하 외곽의 작은 2층 주택이다.
주택은 버핏이 27세이던 해인 1957년에 이 지역 사업가인 샘 레이놀즈에게서 31,500달러(약 3,200만 원)에 구입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자신이 집을 구입 한 행위에 대해 ‘버핏의 어리석음’이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31,500달러를 복리로 굴리면’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주택은 방 5개, 화장실 3개로 건평 185평 정도이다.
오마하에 주식투자의 현인 [워렌 버핏]이 산다면, 나폴리 [케렌시아 빌라]에는 미국 주식의 전설 [마이클]이 산다. 그리고 ‘버핏의 어리석음’처럼, [마이클] 또한 [케렌시아 빌라]에 투자한 것에 대해 ‘바보 같은 결정’이라고 인정한다는 것이다. 아니, 버핏보다 상황이 더 나빴다.
[워렌 버핏]은 한 채를 소유했으나 마이클은 48채를 소유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38억 원의 대출금까지 있다. 내일이면 19,182,732원의 대출이자가 통장에서 자동 출금될 것이다. 그러므로 투자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 없이 ‘미국 주식’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크레타 아파트까지 매각한 이유이기도 했다. 물론, 이 몸부림이 또 다른 성공의 시작이 될지는, 마이클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몰랐다.
성공을 기록하는 일기 쓰기를 마쳤을 때는 정오를 지난 시각이었다. 거실 창문으로 보이는 날씨가 너무 좋았기에 산책에 나섰다. 드럼 연습실 유리창 하나가 여러 갈래로 금이 간 것을 발견할 때도 이때였다. 창고에서 접착테이프를 가져와 보수한 후 저수지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파란 하늘 아래로 노랗거나 붉은 꽃과 어우러진 [달빛 연가] 펜션이 아름다웠다. 모자를 쓴 자신과 함께 셀카를 찍었다.
돌아오는 길은 농협 [하나로 마트]를 경유하는 길이었다. 삼겹살과 상추를 사 돌아와 전열 냄비를 달구며 파티를 준비했다. 구워 먹을 용도의 삼겹살이 아니라 보쌈용 삼겹살을 집은 것을 안 때도 이때였다. 하는 수 없이 가위로 잘게 잘라 뚜껑을 덮어 구워냈다. 술은 [스카치 블루 21]을 살짝 섞은 맥주였고, 다행히 한 캔으로 끝냈다.
드럼 연주도 했다. 촬영할 생각으로 DJI 오즈모 포켓 3를 들고 내려갔으나 그러지는 않았다. 힘차게 몇 곡을 연주하자 몸이 더워졌고 공기도 그랬다. 그러니 에어컨을 설치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즐거운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영상 촬영 이외에, 모터사이클과 드럼 연주 등 모든 것에 대해 심드렁해진 탓도 있었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올해와 내년에 압도적으로 돈을 벌어 아예 클럽을 만들자’라는 마음도 있었다.
다시 산책에 나섰다. 사위가 점점 어두워지는 시각이었다. 저수지에 설치한 데크를 걸었다. 난간 위에 설치한 조명 빛이 제법 멋스러웠다.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어 [케렌시아] 카카오 톡에 공유했다. 문 피디가 “영상 촬영해야겠네요?”라고 권했다. 물론, 그럴 생각을 하며 돌아와 영화를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다가 샤워 후 안방으로 향했다. 밤 10시가 채 못 된 시각이었다.
2024년 6월 10일 월요일 맑음
식탁에 앉아 래리 하이트의 [부의 원칙]을 읽었다.
특히,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성취”라는 문장이 가슴에 와 닿았다. 10억 원으로 커피 선물 거래에 뛰어들어 1년 6개월 만에 120억 원의 수익을 낸 부분에서였다. 래리 하이트는 이 거래에서 “스스로에게 그 돈을 잃을 준비가 되어있는지” 묻고 투자에 뛰어든 성과였다.
마이클이 몽블랑 마이스터 튁 145 만년필로 밑줄을 그었다. 자신 또한 [비트코인]으로 인생을 바꿀 만한 승부를 내기로 했을 때 ‘[피렌체하우스]와 캘리포니아 토지를 잃어도 좋은가?’라고 물었기 때문이다. 대답은, 래리 하이트가 대신했다.
“그렇다!”
다만,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확실하다고 해도 판돈의 1/2만 배팅하기로 했다. 30억 원이면 15억만 투자하는 식이다. 기간은 역시 ‘래리 하이트’가 커피 선물에 투자한 시간과 같은 18개월이었다.
브런치는 갓 지은 밥이었다. 냉장고에 남은 상추와 함께 먹은 후 저수지를 산책했다. 나폴리에 처음 내려왔을 때 바닷가 집을 소개해 준 할머니 일행을 만날 때도 이때였다. ‘시니어 클럽’이라는 연두색 조끼를 입은 두 명의 할머니와 함께 그늘에 앉아 있었는데 “공용 주차장 관리하고 오는 길이야”라고 말하며 “커피 드릴까?”라고 물었다. 그렇게 맥심 커피를 마시며 재롱을 피운 후 다시 길을 잡았다.
2024년 6월 14일 금요일 맑음
강남 직장인의 아침 풍경을 보며 지하철 역사로 내려갔다.
호텔에서 눈을 뜬 시각은 제법 이른 새벽이었다. 어제 입었던 옷 그대로 주워 입고 나오는 길이다. 시원한 아침 공기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니 자신도 생기가 돌 지경이었다.
강남을 출발한 우등 버스가 나폴리에 도착한 시각은 10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터미널 맞은편 카페 여주인이 무심한 얼굴로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쳐다보다가 감색 슈트에 타밧 선글라스를 쓰고 내리는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곧 여주인이 몸을 돌려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나폴리스럽지 않은 사내인 탓인지, 기다리던 사람이 아닌 탓인지는 알 수 없었다.
뒤따르는 사내에게 “노걸대에 가서 쌀국수나 먹을까?”라고 물었다. 이에, “거긴, 양만 많지, 싱겁던데요? 국수나무가 더 나은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결국 목적지는 [노걸대] 식당이었다. [국수나무]는 영업 전이었기 때문이다. 마이클이 “게네들은 뭔 폼잡고 식당을 (운영)해!”라고 타박하자 정 작가가 “일하는 사람도 많잖아요”라고 덧붙였다.
[노걸대] 식당에서 ‘양지 쌀국수’ 한 그릇을 비우고 [케렌시아 빌라]로 올라왔다. 정 작가의 메뉴는 ‘육개장’이었다. 가방을 열어 짐을 풀고 컴퓨터를 작동시켰다. [키움증권]에서 보내오기로 한 메일은 도착 전이었다.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키움증권] 영업부 여직원의 전화를 받았다. “(어제 비밀번호 재설정과 관련해) 위임인 부분에 확인을 못 받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표이사가 직접 갔는데 위임장이 필요한가요? 아닐 건데요?”라고 물었다. 여직원이 “법인 대표이셔도 개인으로 해 주셔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메일로 보내주면 출력해서 PDF 파일로 보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더니 “우편으로 보내주십시오”라고 말했었다.
일기 쓰기를 마칠 즈음 이메일이 도착했다. 작성할 서류와 견본 서류가 같이 첨부되어 있었다. 출력해 인감도장을 찍고 [키음증권]에 등기우편으로 서류를 보내는 길에 종합부동산세 330만 원도 납부했다. 그런 후, 남은 금액을 농협 마이너스 통장에 입금했다. 잔액은 -828,364,170원이었다.
마트에 들러 샐러드 두 개와 캔 맥주 두 개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러니 조금 이른 저녁 식사로는 냉장고에 남은 돼지고기와 샐러드였다. 저수지를 바라보는 풍경이 청명한 시각이었다. 다섯 점의 고기를 가위질해 10점으로 나누고 맥주 안주 겸 식사했다.
맥주에 섞은 스카치 블루 21의 효과가 살짝 올라왔다. 미국 주식 [비트코인] 2배 레버리지와 코인베이스 2배 레버리지 CONL은 하락 중이었다. 법인 계좌 비밀번호 재설정 기념으로 10,000,000원을 매수 예약해 두고, 자신의 계좌는 관망했다. 이미 1억8천만 원을 매수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자신의 평 단가 이하로 하락하면 매수에 나설 것이었다. 그렇게 18개월 동안 매수만 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