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라이프
115. 상업영화 제작자 서학개미
2024년 9월 7일 토요일 맑음
오전 시간은 일기를 쓰거나 밥을 지어 먹는 등 건전하게 보냈다.
그리고 오후 시간은 미국 주식 HTS를 들여다보며 향후 대응 계획을 세웠다. 먼저 1번 계좌 현황을 확인했다. 총매입 515,232,250원, 총평가 392,836,755원, 총수익 -123,031,132원, 총수익률 -23.87%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3배 레버리지 SOXL 하락이 계좌를 힘들게 했다. 그렇다고 대응하지 않을 수도 없기에 엑셀 서식과 물타기 계산식을 이용해서 이리저리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무딘 칼을 갈아 송곳처럼 만드는 노력으로 투자 계획이 완성되었다. 액셀 표 한 장으로 완성된 투자 계획표는 그렇게 송곳이 되었다.
첫 번째 계획은, 1번 계좌의 SOXL(-104,994,772원) 매수를 중지하는 것이었다. 326,895,052원이라는 많은 돈을 투자한 탓에 어지간히 물을 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2번 계좌에서 매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 계좌 역시 -15,368,497원의 손실 중이지만 투자금이 43,132,411원에 불과하므로 20% 하락할 때마다 5천만 원, 6천만 원 하는 식으로 매수하기로 했다. 두 번째 계획은 TSLT에 합계 5억 원을 태우기로 했다. 역시 20% 하락할 때마다 매수를 이어가기로 했다. 세 번째 비트코인 2배 레버리지 BITX 또한 비슷한 계획으로, 총투자금 역시 5억 원이었다.
극한의 하락을 경험한다면 총투자금은 2,835,986,330원이 필요했다. 이날이 오면 방치한 1번 계좌 SOXL에 7억 원을 더 태워 물을 타기로 했기에 금액이 불어났다. 6.73달러, 75,371주였다. 아파트 매매 및 토지 보상, [피렌체하우스] 수용 보상 등으로 투자금은 충분할 것이었다.
그렇게 계획한 SOXL 주식은 139,699주가 될 것이었다. 그런 후, 주가가 회복되어 50달러가 되면 계좌는 9,778,930,000원을 찍을 것이었다. TSLT 또한 테슬라 주가 폭등에 힘입어 50억 원이 되어있을 것이고, BITX 또한 그럴 것이므로, 마이클의 꿈인 ‘현금 100억 원’ 달성은 전혀 문제없을 것이었다. 이날이 올 때까지 영화 또한 계속 제작하고 있을 것이기에, 기다림의 시간조차 즐거울 것이었다.
송곳을 갈아 두었으니 술 한잔 마셔도 될 것이었다. 안주는 마침, ㅇㅇ농협에서 보낸 한우 선물 세트였다. 농협 [하나로마트]로 가서 소주 두 병과 PET 병맥주 한 병, 우유를 사 돌아온 후 프라이팬에 굽기 시작했다.
2024년 9월 8일 일요일 흐림
시간은 오후로 접어들었다.
밥솥에 남은 밥을 김에 싸 먹으며 미국 주식 투자 계획을 수정했다. 20% 하락할 때마다 매수하기로 했으나, 3배 레버리지인 SOXL의 경우에는 너무 잦은 매매가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러므로 현재의 평균 가격 40달러를 100% 기준으로 -30% 하락할 때마다 매수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현재 주가 위치도 확인되었다. 원지수 SOXX는 최고점에서 -30% 하락한 상태였고 3배 레버리지인 SOXL 주가는 -75% 하락한 상태였다. 이 표는 또, 원지수인 SOXX가 반토막이 되면 SOXL의 주가는 얼마인지 알 수 있었다. 8달러였다.
그리고 여기서 또 반 토막 나는 운명적인 상황을 맞는다면 1달러였다. 물론, 현실적으로 ETF 주가가 최고점 대비 -70% 이하가 될 확률은 거의 없으나 그렇다고 아니 일어날 일도 아니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30% 하락할 때마다 10회에 걸쳐 매수를 이어간다면 필요한 투자금은 1,347,934,106원이었다. 여기에 이미 38.97달러에 물린 6,412주 투자금을 합하면 1,674,829,158원이었다.
1,674,829,158원! 그랬다! 바로, 크레타 아파트 매도 금액과 비슷했다. 그러니 황당무계한 매수 계획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어야 할 것이었다. 그렇게 크레타 38평형 아파트를 판 돈은 SOXL 주식 438,211주로 바뀌어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주가가 35달러가 되면 1/2을 매도하고, 전고점인 70달러가 되면 또 1/2을 매도할 것이었다. 나머지 물량은 남겨두기로 했다.
저수지를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소주 한 병과 PET 병맥주 하나를 사 돌아왔다. 안주는 12마리의 새우였다. 샤워하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하게 부어 튀기듯 삶았다. 스마트폰 역시 금고에 감금한 상태였다.
2024년 9월 9일 월요일 맑음
일기를 쓴 후, 영화 촬영 2일 차 출연료를 지급했다.
맥주가 부족했다. 하지만 내일 장거리 운전이 계획되어 있으므로 참아야 했다. 유리잔에 우유를 따라 마시며 미국 주식 HTS에 접속했다. 계획대로라면 SOXL 주식을 5천만 원어치 매수하기로 했으나 반환해야 할 전세보증금을 고려 해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어쩌면 현재의 손실 이유가 매수 기간이 짧은 데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기에 조급하게 매수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주가는 다소 상승해 손실액은 -20,000,000원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2024년 9월 11일 수요일 아침에 이슬비 온 후 흐림
일기를 쓰던 중에 거실 창문을 바라보았다.
안전대 난간에 빗방울이 맺혀 있었다. 징크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므로 이슬비가 내리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자칫하면 막걸리라도 마실 수 있는 위험한 날씨였는데, 영화 촬영 일정에 대한 우려가 떠오를 때도 이때였다.
브런치와 같은 메뉴로 저녁 식사하고 미국 주식 HTS에 접속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3배 레버리지 SOXL을 매수하기 위함이었다. 매수 대금 5천만 원은 아침에 보험 약관대출 신청으로 입금받은 1억 원 중 일부였다. -35%이던 주가는 -30%로 상승한 상태였다. 그래서 매수하지 않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아들 솔 군이 전화를 걸어와 미래 전망에 대해 겁을 준 영향도 있었다.
2024년 9월 12일 목요일 흐리고 약한 비
거실에 둔 스마트폰 알람 소리를 들으며 일어났다.
컴퓨터를 켜고 미국 주식 HTS에 접속했다. 어제 매수하려다 망설인 SOXL의 주가는 +15% 상승해 있었다. 그러니 5천만 원을 매수했다면 750만 원의 수익을 낼 수도 있었다. 어제 아들 솔 군의 전화를 받고 잠시 겁을 먹은 것을 후회하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거실 창문 난간에 맺힌 물방울을 볼 때도 이때였다.
아침 7시 45분! 욕실로 들어가 샤워했다. 물줄기가 머리를 적시고 몸으로 흘러내렸다. 이때였다. 문득 ‘아~, 내가 영화를 제작하고 있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래서 거울을 보며 “그래, 내가 빌라 건축도 하고, 빌딩도 건축하고, 남들이 한 번도 하기 어려운 일을 많이 했구나~”라고 혼잣말했다.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렇게 생각과 혼잣말을 하자 더욱, 무한 긍정과 자랑스러움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