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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한국과 서학개미의 미래

#서학개미 라이프

by 김경만

116. 한국과 서학개미의 미래


2024년 9월 19일 목요일 맑음

강남 [센트럴 터미널]에서 나폴리행 버스 출발 시간을 기다리며 지하 식품매장에서 산 캐밥을 먹었다. 10,500원이었는데, 한 끼 식사로 충분한 양이었다. 다 먹지 못하고 닥터 백 가방에 넣고 버스에 올랐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채널에 접속해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전쟁, 이 때문에 중국 수출길이 막힌 [삼성전자]의 미래를 전망하는 내용을 들었다. 이미 중국 기업이 삼성 수준의 반도체를 만들어내고 있기에 ’판로가 없다‘라는 이유로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일전에 들었던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라는 TV 방송프로가 생각났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제자리가 아니라 퇴보하는 것이다. 그러니 마이클도 삼성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수용된 토지 보상금을 받으면 무조건 미국 반도체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 것은 당연해졌다.


현관에는 중국 인터넷 쇼핑몰 [테무]에 주문한 운동복 바지 세 벌이 배송되어 있었다. 근육량을 늘리기 위한 운동을 시작하려는 이유였다. 늘어나는 재질이었으므로 집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었다. 욕실로 들어가 샤워 후 세탁기를 돌리고 컴퓨터를 켜 미국 주식 HTS에 접속했다.

계좌 총수익은 흑자 상태였다. 비트코인 2배 레버리지 BITX 1,175주는 +18.25%, 7,029,171원이었고, 테슬라 2배 레버리지 TSLT 8,202주는 +21.12%, 31,468,177원이었다. 그리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3배 레버리지 SOXL 6,412주는 -8.14%까지 복구되어 -26,490,826원이었다. 그래서 총매입 512,801,545원, 총평가 525,534,885원, 총수익 12,006,509원이었고 수익률은 2.34%였다.

-123,000,000원에서 1억 가까지 복구되었다. 미국 대통령선거 영향일지도 몰랐다. 어느 나라 정치인이든, 나라 걱정하는 놈은 없기에 어떻게든 주가는 끌어 올릴 것이었다.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린다면 2억 원 정도 수익을 볼 있을 것이었다. 그날이 오면 ‘영화 한 편 만들었다’라는 기쁜 마음으로 전량 매도하기로 했다.


2024년 9월 21일 토요일 비


눈을 뜬 시각은 6시가 채 못 된 시각이었다.

징크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비가 내리는 모양이었다. 스마트폰을 켜 유튜브 채널 하나를 클릭했다. 지정학 전략가이자 글로벌 에너지, 인구통계학, 안보 전문가. 남성 작가로 알려진 1973년생 [피터 자이한]이 쓴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을 소개하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미국이 세계 경찰국가를 포기함으로 인해 세계 물류는 불안에 빠지고 가장 어려움을 겪을 나라는 중국이며, 한국 또한 어떻게든 해법을 찾기는 하겠지만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한국의 암울한 미래에 대한 전망에는 이미 마이클도 인정하므로, 같은 시선에 호기심으로 들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미국 달러 투자에 나선 것은 백번 잘한 것이라는 것이었다. 미국은 앞으로도 번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앞으로의 삶 또한 작고 단순하게 영위하며 생존력을 높이는 것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었다.

생존력을 높이는 것은 무엇인가? 외부 환경의 영향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으로, 그 조건은 돈과 공간, 대지가 될 것이다. 최근 치솟은 야채 가격을 볼 때 텃밭의 가치를 실감하고 있다. 그러므로 돈을 만드는 주식 투자와 공간인 [케렌시아] 빌라, 원산도 창고 건물 낙찰은 생존에 도움이 될 것이었다. 게다가 생선을 구할 수 있는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있기도 하다. 그러니 이제는 작은 텃밭만 확보하면 될 것인데, 창고 토지 소유자의 땅이 바로 접해 있다니 그것을 매수해도 좋을 것이었다.

브런치는 인스턴트 녹두전이었다. 먹고 싶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냉장고에 남아 있는 음식물을 처리하는 행위에 가까웠다. 프라이팬을 달구고 낮은 불에 냉동 녹두전을 해동해 먹었다. 그리고 그늘 모자를 쓰고 산책에 나섰다.

비가 멈춘 하늘은 흐렸고 불어오는 바람은 찬기를 머금었다. 가을을 느낄 여유도 주지 않고 바로 겨울로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염려될 정도였다. 스마트폰으로 접속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운명에 만약은 없다 - 노상진, 샘앤파커스]라는 책을 소개하고 있었다.

“운명을 맹신하면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거부하면 거만한 사람이 되며, 참고하면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맹신하거나 거부할 게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하나 더 얻었다고 생각하라.”

마이클의 처지에서 들으면 지극히 당연한 소리였다. 현재도 어려운 처지에 있고, 과거에도 여러 번 그러했음에도 잘 견디며 성장해 왔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물론, 이렇게 된 것은, 식탐을 멀리하고 물욕을 줄이며 살아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발길은 저수지를 돌아 읍사무소 윗길로 접어들었다.

마이클이 [월든 숲]에 가져다 놓은 것과 같은 크기의 작은 오두막과 작은 텃밭을 발견한 때도 이때였다. 읍내에 소박한 공간을 만든 주인장의 모습을 궁금해하며 사진 찍고, 이어 인도에 노랗게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도 찍고, 소유자였던 채무자 부모의 집도 찍었다. 채무자가 거주하기 위해 폐가가 된 집을 수리하고 있었는데, 어느덧 완료한 모양이었다.

다시 읍내로 내려왔다. 편의점에 들러 김밥 한 줄을 샀다. 울란바토르 [피렌체하우스]를 완공하고 거주하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의 식사가 주로 한 끼는 백화점, 한 끼는 김밥이었다. 세월이 흘렀음에도 삶의 태도는 변하지 않은 것이다. 아니, 어쩌면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가고, 육체도 노쇠해 가지만, 순환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케렌시아] 빌라로 돌아와 드럼을 연주했다. 응당 영상을 녹화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 기분이 그런 모양이었다. 잔재주로 연주하고 노래도 부르다가 더워지자 그만두며 ‘완산도 창고를 공연장으로 만들어도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공연장과 오두막. 그 공간에서 자신을 촬영하면 그것이 바로 ‘영화처럼 사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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