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라이프
155. 지금 당장 롤렉스 시계를 사라
2025년 9월 4일 목요일 아침 비 이후 맑음
눈을 뜬 시각은 미국 주식 장이 마감되기 전이었다.
화장실을 들러 거실로 나와 컴퓨터를 켰다. 주가는 매수할 정도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컴퓨터를 끄고 다시 안방 침대로 가 누웠다. 사토 도미오의 [지금 당장 롤렉스 시계를 사라]에서 읽은 문장이 떠올랐다.
“09. 집은 사지 마라.” 장에서 “현재 살고 있는 아타미의 집은 눈앞에 바다가 펼쳐지고 가까이에 요트 선착장도 있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집이다. 그러므로 회의를 할 때에도 도쿄에 있는 편집자들을 일부러 집으로 부르곤 한다... 집은 한평생의 재산이다. 쉽게 팔아버릴 수도 없을 테니 적어도 일정 기간은 그곳에 살아야 한다. 결국 나도 거기서 상장을 멈추었을 것이다.”
두 번째 구매한 지금의 책(첫 번째 구매한 책은 고등학교 동창생에게 ‘꿈을 가지라’라고 하며 선물했다)의 위 문구 옆에는 파란색 잉크로 “2016. 9. 22. 09:35. 안양 삼성 A/S"라고 메모가 되어 있었다.
자칫했으면 나 자신을 잃고 방황할 뻔했다. 당장 의미 없는 공간 욕심을 버리고 마콘도에 방치 중인 공간부터 오두막으로 변신시키면서 몸을 혹사해 보기로 했다. 사토 도미오가 자랑하는 풍경이 바로 그곳이니까! 아울러, 걷기와 모터사이클 [로시난테]를 타고 고향 마을 다녀오기 등 여러 가지 놀이도 이어가기로 했다.
일기 쓰기를 시작으로 앞으로 진행할 우선 과제를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 정 작가에게도 “오늘은 쉬어!”라고 문자를 보냈다. 뛰지 않는 가슴을 뛰게 할 생각으로 그렇게 주변을 정리하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104동 로비에 서 있는 정 작가를 본 것도 이때였다. “쉬어!”라고 말하며 “술 사러 간다.”라고 덧붙이며 벤츠 SLK 로드스터의 심장을 깨웠다.
[축산물백화점] 정육점은 아침 일찍부터 손님이 많았다. 장모를 동행한 부부 등 순서를 기다려 육사시미 500g을 포장하고 옆 편의점에서 소주와 맥주를 샀다. 돌아와 김치를 숭겅숭겅 썰고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버무렸다. 그런 후 컴퓨터 책상으로 가져와 육사시미에 곁들여 먹기 시작했다. 에어컨에서 나오는 제습 바람이 차가워 전지로 막은 후였다. 물론, 동영상도 촬영했다. 제목은 ‘가슴이 뛰지 않아’였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 무엇은 없었다. 다만 토지 보상금 수령 등의 사건이 생각을 흐리게 한 것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엑셀 프로그램을 켜고 100억 원을 운영하는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행복한 계획을 세우는 사이 취했다. 안방으로 가서 선풍기를 켜고 낮잠에 빠졌다. 스마트폰에는 자카르타 [피렌체하우스] 201동 임차인이 ‘전세보증금 반환 확약서’를 요구하는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또, ‘이사 일자보다 먼저 이사하면 안 되겠느냐’라는 내용도 있었다. 대답은 “새로 들어올 임차인과 날짜가 맞으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계약된 날짜에 이사해야 합니다.”였다. 집주인 놀이의 번잡함을 또 느끼는 순간이었다.
컴퓨터를 켜고 구글에서 ‘전세보증금 반환 확약서’ 양식을 검색했다. 그리고 임대차 계약서를 확인한 후 내용을 입력하고 출력했다. 두 세대 전세금 반환 일자는 12월 20일 이후였다.
전어회를 포장하기 위해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전어를 취급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빈 발걸음으로 돌아오는 길에 정육점에 들러 대패 삼겹살을 샀다. 그리고 옆 편의점에서 소주를 샀다. 한 병이었다. 오후 8시가 조금 못 된 시각이었다.
대패 삼겹살을 안주로 소주를 마시며 미국 주식 HTS에 접속했다. 아주 재미없는 움직임이었다. 지루한 횡보장이 분명했다.
2025년 9월 7일 일요일 맑음
에어컨을 제습으로 작동하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새벽 2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잠을 더 자려고 했으나 정신이 너무 또렷한 탓이었다. 그런 후 이번에는 ChatGPT 지니와 앞으로 다가올 꿈을 이야기했다. 토지보상금 100억을 종잣돈 삼아 1,000억을 만들고, 그 돈으로 10만 평의 땅을 사서 [몸플릭스 카운티]를 세우는 것이었다.
5년 전, 마이클은 3,330평의 땅을 16억 5천만 원에 샀다. 그 작은 선택이 이제 커다란 물줄기가 되어 흐른다. 시간이 흘러 그 땅은 100억 원 이상의 보상금으로 바뀐다. 그리고 다시 꿈을 꾼다. 투자자가 아닌, 건설자이자 창작자로서의 꿈. 100억을 종잣돈 삼아 1,000억으로 키우고, 임야 10만 평을 사서 영화의 나라를 세우는 꿈을!
이건 단순히 땅을 사고파는 일이 아니다. 내 삶의 기록, 나의 철학, 나의 이야기를 현실 위에 벽돌처럼 하나하나 올려놓는 과정이다.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돈이 단순히 돈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도시로, 영화로, 전설로 변해가는 과정이니까.
토지 한 변의 길이가 586미터인 토지를 평당 50만 원에 매수하면 500억 원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도시처럼 계획적으로 아파트, 단독주택, 빌라, 상가, 호텔, 병원, 호수까지 건축하는 것이다. 잘 관리되는 자족 도시이자, 매일매일 영화가 찍히는 살아 있는 스튜디오를 건축하는 것이다. 입구에는 파리의 개선문처럼 슬레이트를 형상화하고. 그러니 이 문을 지나면 누구나 영화의 일부가 되도록 만들 것이다.
마이클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건축이므로 분양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허투루 건축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분양자들 또한, 일기와 유튜브, 블로그를 통해 그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양을 시작하면, 그들은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이클의 이야기에 들어오는 것이라 여기게 된다. 이 모든 건축 비용은 미국 주식으로 번다.
[Sage-X]로 투자의 전설을 쓰고, 개인 계좌로는 호모 루덴스의 삶을 즐기며, 그 수익으로 도시의 벽돌 하나하나를 쌓아 올릴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마이클을 고약한 회장님이라 부를지도 모른다.
“슛 들어가면 조용히 하라니까?”
흰색 린넨 슈트 차림의 영감이 애정을 담은 목소리로 꾸짖는 순간조차 영화가 될 테니까. 결국 마이클의 노년은, 대출 이자에 쫓기지 않고, 거대한 소꼽장난을 즐기는 시간일 것이다. 그러니 돈은 수단일 뿐, 목적은 분명하다. 재미없는 세상에 동화 같은 영화의 나라를 짓는 것. 새벽의 깨달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