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빌라건축 토지 계약

#동업건축 실패기

by 김경만

3. 빌라건축 토지 계약



2017년 4월 12일 수요일, 맑음


매도한 잠실 피렌체 빌딩의 403호 베란다 천장과 벽 일부가 곰팡이로 심하게 훼손되었다. 관대한 전 소유자 나는 페인트 작업자를 보내 보수하도록 했다. 인천 피렌체하우스 시공사 신우건설에 6천5백만 원, 일출 석재에 1천만 원을 송금하는 등 재택근무 중이었다.


잠시 후, 만국은행 작전점에서 “1천만 원권 다섯 장으로 주세요.”라며 5천만 원을 인출, 용인으로 향했다. 여직원은 “VIP신데 카드 하나 만드세요?”라며 서류를 내밀었으나, “귀찮아요, 정리가 안 됩니다.”라고 거절당했다.


같은 시각, 도진도 골프 연습을 마치고 5천만 원을 들고 ‘트러스트 건축사’ 사무실로 출발했다. 오늘 계약할 토지는 두 필지 3.103㎡, 938평이었다. ‘1,400평 다섯 동이 들어선다’라는 설계사무소 ‘트러스트’ 임 소장의 설명과는 달랐다. 다만 ‘평당 87만 원에서 2만 원 낮춘 85만 원’이라는 말이 다소 위안이 되었다. 토지매매 금액은 7억9천7백만 원이었다.


나와 도진이 테이블에 각각 1천만 원짜리 수표 4장씩 올려놓았다.


“7억9천에 하시죠?”


나의 말에 토지주가 “저는, 나누기도 좋고 세금 계산하기도 편하게 8억을 받았으면 했는데”라고 한술 더 떴다. 직업이 ‘선생님’으로 의심될만한 69년생 여자였다. 내가 “세금 계산은 내가 해 드릴게요. 대신 계약금은 8천만 원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여자가 “그건 별 의미가~”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옆에 있던 남자가 “선생님 그럼 7억9천5백에 하시죠?”라며 끼어들었다. 1/2 지분권자였다.


법무사 사무장이 계약서를 작성하며 “특약이 있습니다. 잔금은 허가 득하는 시점에 지급한다. 허가 득하지 못할 시 쌍방은 조건 없이 본 계약은 무효로 한다. 잔금 전까지 근저당 지상권은 매도인이 책임지고 말소하는 조건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토지주 여자가 “허가가 안 나올 수도 있나요?”라고 걱정 어린 질문을 했다. 내가 “허가가 나오지 않으면 우리가 땅을 왜 사겠습니까? 배추를 심을 수는 없잖아요?”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여자의 우려를 안고 계약서가 작성되었다.


나는 그 과정을 모두 사진으로 남겨 두었다. 이에 여자가 “(사진을)왜 찍어요?”라고 물었다. 이에, “기념이잖아요? 멋지잖아요? 수표 쌓아 놓고 계약하는 거 말입니다. 그러니 한 장 찍어 두세요?”라고 말하자, 여자도 남자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약서 작성이 끝나자마자 “자! 그럼 모두 박수!!!”라고 선동해 박수하도록 해, 또 한 번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쪽의 고통을 우리에게 넘겼으니 축하할 일 아닌가요? 그러니 모두 박수 한 번 칩시다?”


나의 말에 다시 한번, 네 사람의 박수 소리가 작은 사무실을 울렸고, 그 소리에 임 소장이 들어왔다. 매도자들이 매매 잔금을 빨리 받고 싶었기에 ‘허가 기간’에 대해 질문했다. 백발이 멋스러운 임 소장이 “개발행위 허가는 통상 45일 정도 걸리는데, 이번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어서 좀 늦어질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듣고 있던 내가 매도자들을 쳐다보며 “그러면 매도자가 할 일은 빨리 (건축) 허가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주는 일이네요?”라고 말했다.



2017년 4월 15일 토요일, 맑음


계양산 등산로를 걸었다.

일상 복장으로 산에 오르다 작은 모래 알갱이 때문에 미끄러질 뻔했다. 사 놓은 등산화를 신을 때가 된듯했다. 산책은 코스를 잡아가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가다 되돌아온다. 오늘은 50분 정도 산행했고 투자와 자금에 대해 생각했다.


빌라가 지어질 토지 외 옆 토지 2백 평을 더 매수하기로 했다. 도진이 “형님, 4백 평 중 2백 평은 자기가 써야, 한데요. 중장비 사업을 하는데, 장비를 세워 둘 공간이 필요하단 것이 이유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2백 평 사서 우리에게 실익이 있냐?”라고 되묻자 “길 내고 하는 데 편하죠. 그래도 전체로 따지면 평당 90만 원 정도에 매입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렇긴 한데, 어째 일반 매매로 사다 보니 좀 바가지를 쓰는 기분이라서 말이야. 그러다가 ‘경매로 낙찰받아도 명도하고 대출받고’ 이러는 게 더 복잡하단 생각도 들고~ 그렇다.”


나는 쉬이 결정하지 못했다. 도진이 “그렇긴 하죠, 그런데 사실 일반 매매가 편하잖아요?”라고 말했다. 물론, “편하기도 하고 좋은 땅을 구하는 것도 사실인 것 같아. 경매는 죄다 쓸모없는 녀석들만 나오거든.”이라고 동의했다. 도진이 “맞아요, 이것도 일종의 호가 경매예요.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이 가져가잖아요?”라고 말했는데, ‘호가 경매’는 참신한 정의였다. 그러니 이제 나도 ‘호가 경매’의 세계를 탐닉해야 했다.



2017년 4월 17일 월요일, 오전 비 오후 흐림


도진은 토지 매입에 실패한 듯 전화가 없다.

거실 이클라이너 소파에 등을 기대고 캔 맥주 하나를 터, 마시며 전화를 걸었더니 “땅이 마누라 명의로 되어있는데, 안 팔겠다고 하나 봅니다. 남편이 사업을 몇 번 말아 먹어 꼼짝을 못한다네요?”라고 말했다. 쎄한 기분을 느끼며 “뭐? 이런, 안 판다는 땅을 어떻게 사냐? 기분이 약간 임 소장에게 설계 당한 느낌인데?”라고 말하자 “그건 아닐 거예요.”라고 두둔했다.


“그러면 말이야, 뒤땅 작업이고 뭐고 필요 없고 지금 산 토지에 네 동 꾸겨 넣으라고 해. 짜증 나니까?”


이에, 도진이 “제가 어떻게 해 볼게요. 임 소장도 형님에게 스크래치 나서, 죽으려고 하니 너무 몰아붙이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라고 말했다.


“알았다. 내 핑계 대고 조져!”

“네. 형님. 전화드릴게요.”


유쾌하지 않은 밤이었다. 캔 맥주를 하나 더 텄다.



2017년 4월 19일 수요일, 맑음


“학교 부지를 낙찰받아야 해요. 그래야 완벽하게.”


도진의 말에 내가 “그래? 그게 얼마야?”라고 물었다. 도진이 “10억이요, 그런데 짜고 치는 거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이에, “입찰 최저가가 10억이야? 몇 평인데?”라고 되물었다. 도진이 “40평요!”라고 대답했다.


“에?”


놀라 눈을 떴다. 토지 매입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용인 빌라 건축사업의 예지몽인 듯했다. 다른 방식으로의 접근이 필요할 듯했다.


벚꽃은 바람이 불면 잎을 날렸다. 상쾌한 기분은 벤츠 SLK 로드스터 지붕을 열고 싶게 했다. 그러나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고, 태양 또한 뜨거웠으므로 창문을 내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정체된 남부순환도로를 벗어나 올림픽 도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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