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건축 실패기
10. 빌라 동업건축 첫 삽질
2017년 7월 26일 수요일, 맑음
한강은 폭우의 여파로 수위가 높아져 있었고 일부 산책로는 침수되어 있었다. 잔디밭을 가로질러 나무 그늘을 따라 수상레저 조종면허 갱신교육을 위해 시험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도진의 전화를 받은 때도 이때였다.
“형님, 설계 과장을 만났는데요, 흙을 그렇게 많이 퍼내지 않아도 된 데요? 옆 빈 땅이 많으니 그곳에 흙을 쌓아 놓았다가 하는 방식으로~”
이에, 나는 토사 반출은 쉽게 결정할 것은 아니라고 판단 되었다.
“이게 각자 따로 움직이고 있어서 한 번 만날 필요가 있다. 모여서 시각을 공유하고 로드맵을 그려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말하며 내일 오후 2시 용인 현장에서 프로젝트 관련자들을 모이도록 했고, 조종면허 시험장을 나오자마자 개성신협 안 계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 계장님 김경만입니다. 용인 토지 대출은 어떻게 진행될 거 같습니까?”
“건축허가 조건으로 한 토지에 4억3천, 건축비는 18억입니다. 두 필지니 곱하기 둘 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7월 27일 목요일, 맑음
도시형 생활주택 4개 동 32세대가 건축될 용인 토지에는 풀들이 가슴까지 자라나 있었다. 도로를 따라 올라오던 호박마차가 핸들을 왼쪽으로 돌리며 밀어붙이자 풀들이 누웠다.
토지를 둘러보고 카메라를 꺼내 기념사진을 찍었다. 나에게는 삽을 들고 기공식을 하듯 그런 행위였다. 은색 엑티언 SUV가 막다른 길을 올라왔다. 박혁수 이장이다. 함께 도진이 있는 커피숍으로 내려갔다.
“이 건물이 땅 계약할 때 있었나? 없었던 거 같은데?”
나의 물음에 도진이 “없었습니다. 형님!”이라고 대답했다. 그새 쌍둥이 원룸 두 동이 세워졌고 1층에 커피숍이 영업하고 있었다.
커피를 주문하고 돌아온 도진이 “여기가 우리 아지트 될 거 같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참석자는 나와 도진, 현장소장 준열과 박혁수 이장이었다. 내가 말을 꺼냈다.
“오늘 여기 모이게 한 이유는 앞으로 진행될 사업내용을 공유하고 성공을 도모하자는 의미로 모이게 되었습니다. 특히 토목 및 공사 견적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하고 공사비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에, 준열이 “공사비를 얼마나요?”라고 되묻자, 도진이 “공사비 35억 하면 토지 매입가 10억, 제세공과금 2억, 개발행위부담금 하면 대충 48억 정도 나옵니다.”라고 대답했다.
“48억? 우리는 한 채당 분양가를 1억5천만 원 잡아. 32세대면 48억이야. 남는 거 없어. 그런데 이 사업을 해야 해?”
내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결국, 공사비야, 전 소장은 무조건 공사비를 찍어 눌러야 해. 복수 견적은 물론이고, 최대한 단가 낮은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고? 그렇다고 무조건 낮추라는 것은 아니야. 4개 동 작업을 하니 3개 동에서 남기고 1개 동은 인건비만 받고 해 달라는 것이지. 그 정도는 가능하다고 봐. 어차피 업자들 한 동 짖고 놀고 하는데 여기는 그게 아니잖아?”
이렇게 일방통행식 회의를 마치고 각자의 차를 타고 ‘안뜰愛’라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잘 가꾸어진 소나무 분재와 잔디 마당은 야외 결혼식을 해도 될 정도였다. 그래서 내가 “작은 가족은 결혼식을 해도 되겠어?”라고 말하자 박혁수 이장이 “결혼식도 가끔 합니다.”라고 말했다.
일행은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돼지갈비를 주문했다.
“술은 뭘로?”
주인장의 말에 박혁수 이장이 “다 차가 있어서!”라고 거절했다. 나는 박혁수 이장의 생경한 풍경이 강단 있어 보였다. 그렇다고 아주 마시지 않을 수는 없기에 맥주 두 병을 주문했다.
“사업장의 안전과 성공을 위하여!”
내가 건배사를 했다. 용인 피렌체하우스 건축의 첫 삽질이었다.
2017년 7월 28일 금요일, 맑음
“순댓국 하나 주세요.”
브런치였다. 푹 삶아져 부드러운 고기와 국물에 밥을 반 공기 말았다. 그런 후 개성신협 안 계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 계장님, 용인 토지 대출 말입니다. 건축허가는 토지 등기를 가져와야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속 들여다본 김에 한 7억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러자 안 계장이 “감정가격의 60에서 70%인데, 감정 의뢰하고 실사 다녀와서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건축자금 대출이 28억 원에 불과해, 이용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준비된 현금이 없으므로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토지에 대한 실사는 ‘화요일 오후에 간다’라고 말했다.
2017년 7월 29일 토요일, 흐림
호텔 체크아웃은 12:00분이다.
부르주아들은 그렇게 산다. 더블 침대에 누워있던 사내는 11시가 다 되어 일어나 샤워했다. 스마트폰에 연이어 문자가 도착했다.
“진정 이번 달 용돈은 없는 건가 효~?”
“건축주님 깔끔히 마무리해놓고 퇴근합니다. 월요일 11시에 뵐게요. 옥상 보수한 것은, 스테인리스로 녹 안 슬게 접어서 마감해 놓을게요. 8월 초 지나서 마무리해놓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그리고 내일이 일요일이라 오늘 급여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딸 슬기와 현장소장 준열의 문자로, 준열은 인천 피렌체하우스 옆 아파트 테니스장에서 넘어오는 물을 막기 위한 물막이 작업 사진을 첨부해왔다. 슬기에게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원했던 하루 남았다.”라는 문자를 보냈더니 “나하...”라는 답장이 왔다. 아무래도 돈을 좀 풀어야 할 것 같았다.
2017년 7월 31일 월요일, 비 오고 흐림
거실 러그 위에서 알몸으로 아침을 맞았다.
베란다 샤시에 맺혀 있는 물방울을 보니 비가 내린 모양이었다. 하얀 차이나 셔츠에 재킷까지 걸치고 호박마차에 올랐을 때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찍는 것도 아니고 뭔 놈의 비가 이렇게”
나는 마치 영화를 촬영하는 감독이 된 양 혼잣말하며 호박마차 이그니션 키를 돌렸다. 2,776cc 배기량을 가진 철로 된 육중한 몸체가 “그르렁~” 거리며 흔들렸다.
설계사무소 ‘트러스트’에서 11시에 만나기로 한 도진에게 전화를 걸어 “수원인 줄 알고 시간을 허비했다. 정오가 다 되어 도착하겠다?”라고 말했는데, 용인까지는 2시간은 족히 소요될 것이므로 약속 시간에 늦을 것은 분명했다. 게다가 폭우까지 내려, 얕은 물웅덩이라도 지날 때면 핸들을 잡은 두 손에 자연스레 힘이 들어갔다.
도진이 “그럼 전 소장과 먼저 가 있을게요?”라고 대답했다. 준열도 현장에 전기가 들어오자 망가진 컨테이너 사무실 에어컨 호스를 연결하고 냉매를 채우는 중이었다.
설계사무소 ‘트러스트’에 들어섰다. 그리고 응접 테이블에 둘러앉아 토목공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도진이 임 소장에게 “흙을 그렇게 많이 퍼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잖아요?”라고 물었다. 이에, “아니 이렇게 와서 그걸 말하라고 하면? 혼자 하는 사업도 아니고, 공동사업인데 싸움 붙이는 거밖에 더 돼요? 난 여기에 대해 말 못 해요. 50센티는 더 올려도 되니 얼마간 덜 퍼내도 되고”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원하는 답은 아니었다. 전 소장 의견대로 흙은 모두 반출되어야 할 것 같았다. 그 외에 골조와 자재에 대한 설계자의 의도를 물었고, 대체 가능한 자재 내용은 다이어리에 적고 ,설계사무소를 나섰다. 그사이 빗줄기는 잦아들었다.
도진이, 자신의 에코티 투자자인 박혁수 이장 일행을 만나기 위해 떠났기에, 전 소장과 과장 직책으로 일 할 상욱과 함께 중앙식당으로 들어가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물수건을 집어 손을 닦던 내가 말했다.
“건축주는 분양까지 끝나야 돈을 버는 사람이고, 설계자나 하청 업체는 분양과는 관계없이 시작만 하면 돈을 벌지? 즉, 이 토지는 처음부터 토목비가 과다하게 들어가는 약점이 있었어? 그래서 업자들이 땅을 사지 않았던 거야. 임 소장은 그걸 말하지 않고 어울렁더울렁 사업하도록 만들었지. 게다가 조카가 토목공사와 장비를 한다며 일감도 몰아주려고 했고. 결국, 우리 돈을 이용해 자기 마음대로 놀려고 했어. 사업의 성공에는 관심조차 없었다는 것이 오늘 만난 결과야?”
그러자 전 소장이 “그럼 어떻게 합니까?”라고 물었고, 얼마 후 도진도 같은 질문을 했다.
“뭘 어떻게 해? 돈은 남지 않겠지! 사업이란 게 본전만 해도 해 볼 필요가 있어. 이번이 그래. 좋은 집 지어 한 채씩 가져간다는 생각으로 잘 지어봐야지. 그리고 또 모르잖아? 몇 개는 팔릴지도?”
피렌체하우스가 건축될 부지 인근 신미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2억 원 정도였다. 10년이 넘은 아파트였으니 새 빌라 복층을 2억5천만 원에, 아래층을 1억9천만 원 정도에 분양한다면 어느 정도 수요는 있을 거 같았으나, 확신은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인생은 어차피 운이야?”
힘없이 던진 내 말에 도진도 “그렇죠? 새옹지마죠?”라고 맞장구쳤다.
https://youtu.be/QL4bMlf_RIM?list=PL7IGv76tfCC-VozwgHFXueaG6cr1hJYc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