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건축 실패기
11. 빌라 32세대 건축공사 내역서
2017년 8월 1일 화요일, 맑음
9시가 되자 AiA 보험에 전화를 걸어 약관대출 4천만 원을 신청했다. 앞으로 더 쓸 수 있는 금액은 4천만 원이었다. 아들 솔 군은 어제 빨아놓은 옷들을 다리미질로 말리고 있었다.
“동태탕이든 순댓국이든 먹으러 가자.”
동진신협 현 팀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 회의 중이었는지 얼마 후 전화를 걸어왔다.
“어 현 팀장? 휴가 안 갔어?”
“네. 아직 요. 무슨 일이십니까?”
“아, 인천 피렌체건축자금 대환대출을 받으려고 했는데 이것저것 복잡하네? 그냥 거기서 해주면 안 돼?”
여러 은행을 접촉했으나 뚜렷한 성과가 없자 차라리 동진신협이 낫겠다 싶어 물었더니, “할 수는 있는데 비용이 드니까 그렇죠?”라고 말했다. 내가 쓰린 속을 숨기며 “비용 뿌러지는 거야, 어쩔 수 없는 거고, 한 번 해봐!”라고 말하자, “그럼 사장님, 미분양 남은 물건 탁감 이라도 하게 메일로 보내주세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오후 늦게 “성 과장입니다.”라며 전화해 “사장님, 11억 대출이 가능하십니다.”라고 말했다.
“뭐 11억? 자기 은행에 갚을 돈이 16억인데 11억을 주면 어떡해?”
“그거 상환하시고 11억을 드릴 수 있다는 겁니다.”
“응, 그러면 뭐야? 16억에 11억이면 27억을 준다는 소리네?”
“그런 거죠?”
“그러면 줘봐!”
“그런데 어디에 자금을 쓰는지 증빙이 필요한데 가능하세요?”
“빌라건축이지, 땅 계약서 있고 농지전용허가 있으면 되는 거 아냐?”
“그것도 받아 놓으셨어요?”
“그럼. 다음 공사 준비하고 있지......”
“그거 메일로 보내주실 수 있으세요?”
“당연하지.”
용인 빌라건축 사업 내역을 이메일로 보냈고, ‘분양 면적이 등기부 등본과 차이가 난다’라는 이유로 ‘5억에서 8억 정도 대출이 가능하다는 최종 통보하며 “대출 심사는 목요일에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알았어. 8억 정도 주라고 해!”
순댓국을 다 먹은 아들이 “저는 갈게요?”라고 말하고 작전역 방향으로 걸어갔다.
호박마차는 용인을 향해 달렸다. 트렁크에는 오전에 택배로 받은 고압 세척기가 실려 있었다. 현장에는 전 소장과 하 과장, 전기업자가 땀을 흘리며 에어컨을 설치하고 있었고, 도진과 박혁수 이장도 오고 있었는데, 토목공사 업자와 만나는 자리였다.
“아, 동아아파트네?”
전화 통화를 하느라 진입로를 놓쳤다. 눈앞에는 9년 전 낙찰 받았던 동아아파트가 보였다. 놀이터 마당도 여전했고 채무자였던 남자가 운영했던 슈퍼마켓 간판도 그대로였다. 오직 바뀐 것은 낙찰자였다. 슈퍼마켓을 운영했던 남자는 가출한 아내를 찾아 전국을 떠돌았다. 당연히 슈퍼마켓은 폐업했고 대출받아 마련한 아파트도 경매 처분되었다. 좁은 아파트 마당에서 호박마차 핸들을 돌렸다.
컨테이너 현장 사무실 에어컨 작업이 덜 끝났으므로 도진과 커피숍에 앉아 있다가 현장소장 준열의 전화를 받았다.
“저 죄송한데요, 시원한 음료 좀 사 오시면 안 돼요?”
냉커피를 주문해 들고 올라갔더니 60대로 보이는 남자가 일어서 인사하더니 “젊으신 분들이 이렇게 큰 사업을 하십니다?”라고 놀라는 듯 말했다.
전 소장이 “제 사수분이십니다. 용인에서 도로 토목도 하고 계십니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는데, 동남건설 박 이사다. 한때는 건설사를 운영하기도 했으나 경영악화로 지금은 사업 수주 및 현장 일만 하고 있었다. 내가,
“나중에 알고 보니 공사비가 어쨌다, 그런 소리 나오면 서로 불편하니 잘해, 주십시오?”
라고 말했다.
박혁수 이장이 올 때도 이때였다. 박 이사가 “어? 여긴 어쩐 일로?”라고 놀랐는데, 두 사람은 이미 아는 사이였고 나이도 같았다. 그러니 이래저래 토목 첫 단추는 잘 끼워진 것 같았다. 두 사람은 곧 의기투합해 “세륜기를 맞추러 갑니다.”라며 일어섰다.
이번에는 골조 임 사장이 앉았다. 이미 인천 피렌체하우스 골조 공사를 했기에 별다를 건 없었다. 임 사장이,
“자재와 인건비 가격이 상승해서 조금 가격이 올랐습니다.”
라고 말했는데, 지하층과 복층 옥탑 면적 골조 공사비를 몇 프로 인정해 줄 것인가에 대해 도진과 부딪쳤다.
“50% 합시다?”
도진의 제안에 임 사장이 당황해하며 “그렇게 하면 난 손...해입니다. 손..들어야 합니다.”라고 말을 더듬고 손까지 떨었다. 아니 떨고 있었다. 이번 공사를 위해 두 달이나 대기했는데 견적 문제로 수주받지 못하면 낭패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남지 않는 공사를 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뻔뻔하지도 않았다. 내가 말했다.
“그러면 70% 해? 업자들은 한 동을 위해 이곳저곳 가서 일하기도 하잖아? 여기는 4개 동이니 그런 비용 아끼고 하면 될 것 같은데? 안 그래요?”
“사실 그것 때문에 일하죠, 조금 빨리 뽑아내면 남으니까요?”
임 사장의 말에 하는 수 없이 도진이 양보했다. 이들은 이렇게 골조 공사 평당 가격 및 가설재 등 모든 것을 협의하고 전 소장이 계약서를 만드는 대로 계약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거요?”
건축주가 2명이므로 관련 서류도 2부가 필요했다. 전 소장이 내민 것은 ‘공사 내역서’였는데 얼핏 보아도 50장은 넘어 보였다. 내가 “16억8천만 원이면 총공사비가 34억이란 말이야?”라고 되묻자, 도진이 스마트폰을 켜 계산하기 시작했다. 나도 계산을 끝낸 후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공사비 34억, 땅값 10억, 기타 세금 2억 하면 46억, 32세대로 나누면 원가가. 이건 안돼. 이렇게 하면 하나도 남지 않아?”
공사 내역서 대로 공사를 할 수는 없었다. 결국, 공사비를 얼마나 절약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몇십 프로씩 낮추기는 불가능했으므로, 자재를 현금으로 구매하는 등 구입 단가를 낮추는 것에도 노력하기로 했다.
현장에서 내려와 호박마차 핸들을 오른쪽으로 틀었다. 제법 넓은 공터 옆에 자리한 ‘생삼겹살 식당’이 있어 들어가 보기로 했다. 도진도 식당을 알아보러 가던 중이었기에 왼쪽으로 핸들을 틀었다.
“화장실이 어디 있어요?”
오줌이 급했으므로 그리 물었더니 여주인이 “들어와야 있지요?”라고 말했는데, 화장실은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곧 도진에게 전화해 일행을 오도록 했다.
여주인이 “몇 사람이세요?”라고 묻기에 “네 명이요.”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앉아 밥은 밥상에 대해 “밥값도 5천 원이고 맛도 괜찮고”라고 품평했다. 눈치 빠른 여사장이 “어디 공사하세요?”라고 물었다. 내가 “(현장 인부들 밥해주느라고) 사장님 살 빠지면 어쩌나? 여기서 밥 좀 먹어야겠는데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대답했다.
제육볶음 또한 맛이 있었다. 공깃밥을 추가하며 “현장 인부들도, 밥 먹는 시간이나마 다른 것을 보며 쉬어야지, 거리도 적당하고 좋네.”라는 말로 식당은 결정되었다. 다만 외상 거래를 위해 ‘얼마간의 보증금’은 필요했다.
“자, 가던 길 가자고!”
식당을 나온 내가 밴드 합주를 위해 수원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며 일행에게 인사했다.
https://youtu.be/zngizhnkMqs?list=PL7IGv76tfCC-VozwgHFXueaG6cr1hJYcu
2006년 낙찰 받은 동아아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