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명분이었을까? 탐욕이었을까?

#동업건축 실패기

by 김경만

12. 명분이었을까? 탐욕이었을까?


2017년 8월 3일 목요일, 맑음


아침이 되자 은행들은 경쟁하듯 돈을 빌려주기 위해 전화를 걸어왔다.

우정신협 정 지점장은 “5억이 넘어 본점 승인받아야 합니다. 감정 평가를 신청했는데 조금 밀려 있어 다음 주쯤 진행이 될 것 같습니다. 진행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고, 동진신협 성 과장은 “정부 발표 보셨죠? DTI가 80%에서 70%로 내려가 5억 5천만 원 정도로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나에게는 턱도 없는 소리였다.


“정부 발표는 오늘부터 적용이니, 우리는 그 전에 결정한 거 아냐? 땅값을 7억 정도 지불해야 해서 5억 대출해 주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빨리 현 지점장과 상의해봐!”


어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부동산 대책 발표는, 전세 사는 부녀회장이 울분에 차 집 가진 자들에게 들이대는 죽창 같은 느낌이었다. 개인의 탐욕에 대한 어눌한 시각과 자본 시장을 보는 천박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서울 강남 등 12개 지역의 재개발, 재건축 거래를 금지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과세를 강화하며, 3억 이상 주택거래에 대해 주택 구입 자금 출처 조사를 한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이 조치는 바로 부동산 거래를 전면 중지시키는 것인데, 결국에는 경기 악화로 나타나기에 함부로 쓰지 못하는 정책이다. 물론, 나의 투자에는 큰 영향은 없다. 건축 분양하는 주택은 3억 원이 아닌 반값에도 팔리지 않는 빌라이기 때문이다.


2017년 8월 4일 금요일, 맑음


영상을 편집한 후 완성된 즐거움에 보고 또 보느라 새벽 2시가 넘어 침대에 누웠고, 전화벨 소리에 눈을 떴다. 동진신협 대출 담당이었다.


“대출에 앞서 몇 가지 증빙이 필요합니다. 대출금 21억 원에 대해 어떻게 이자를 내실 것인지와 건물 공사비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지, 그리고 유치권 포기각서도 필요할 것 같고요. 또 용인 토지 매매 잔금을 지급할 때 소유권 이전 법무사를 저희 쪽 써야 하는 것...”


대출을 처음 받는 건 아니다. 부동산경매 절차를 통해 낙찰받으면 그때마다 ‘낙찰 잔금대출’을 받았다.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 십수 년인데 달라진 것은 금액이 10배 정도 커졌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은행 담당자의 언어는 곧바로 이해되었고 서류 또한, 입증 가능했다. 이런 이유로 국세 완납 증명서 한 장을 받기 위해 1억 원이나 되는 국세를 납부했다.

“그건 걱정 마세요. 안양 피렌체하우스 임대료가 월 8백에서 1천 정도 들어오고!”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금리 말인데요. 취급수수료는 2%, 금리는 4.7%인데 괜찮으세요?”

“취급수수료는 이사장 전결이라던데 2%는 좀 과한데? 5억 원 더 대출받겠다고 수수료로 5천만 원을 부러뜨리는 꼴이잖아?”

“아뇨, 21억 원이면 4천2백 정도 되세요.”

“아니 내 말은, 21억 대출받아 15억5천 상환하면 5억 조금 넘게 내가 쓸 수 있는데 수수료가 5천 가까이 들어가니 내 처지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안 그래? 하여간 내가 생각 좀 해 볼게!”

“언제까지 연락하시겠어요?”

“하루나 이틀 뒤!”


동진신협은 채무자 따위와 협상은 없었다. 그저 통보하면 그만이었고, 채무자가 읍소하면 들어는 주었으나 결과는 같았다. 4천2백만 원을 수수료로 지급해 가면서 5억 원을 대출받아야 하는지 자문할 시간이 필요했다.

상황이 고약하게 꼬였다. 명분 때문에 전 소장을 챙기게 되었고, 도진이 제안한 용인 토지를 계약해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당장 토지매매 잔금을 지불하고 소유권을 가져와야 하며, 건축설계 및 공사 계약도 해야 하는데 퇴로가 보이지 않았다.


‘모든 일을 한 달 미루자. 그게 돈 버는 거다.’


다행히 토목 공사는 진행하기로 했으므로 공사에는 영향이 적을 것 같았다.

인천 피렌체하우스 기둥 사이 주차된 벤츠 SLK 로드스터의 시동을 걸었다. 도진의 전화를 받을 때도 이때였다. 그렇지 않아도 인천 피렌체하우스를 담보로 한 대출은 진행하지 않겠다고 알릴 참이었다.


도진이 “형님, 용인 필지 분할 신청이 되었는데요, 한 필지로 대출을 받는 게 나은지, 분할된 후 따로 대출받는 게 나은지, 은행에 확인해 주실래요? 편할 대로 맞춰 주게요?”라고 물었다.


“그래? 지금 외출하려고 했으니 가던 길에 신협에 들려 알아볼게. 그리고 담보대출은 받지 않기로 했다. 취급수수료를 무려 2% 달라고 하는데 그게 4천2백만 원이야. 그걸 수익 내려면 적어도 8천만 원을 벌어야 한다는 이야기기에 그만두었다. 그러니 그리 알고 너도 모든 집행을 말일로 미뤄라.”

자동차 블루투스 기능으로 통화를 하며 개성신협에 도착했고 안 계장에게 물었다.


“토지 필지 분할이 들어갔는데 지금 상태에서 두 사람을 채무자로 해 대출받는 게 좋아, 아니면 필지를 분할하고 따로 대출받는 게 좋아?”

“어차피 두 개의 사업자로 갈 거 아니시나요? 그러니 분할해 따로 하는 게 나을 겁니다.”

“그래? 그럼 알았고, 대출은 얼마나?”

“전에 말씀한 대로 4억1천이요, 한 필지당!”

“오케이, 감사. 배신하지 마!”


조변석개로 마음을 바꾸는 은행들이기에 농담처럼 말을 하고 내용을 도진에게 알렸더니 “허! 좋은데요? 아니 돈이 남겠어요?”라고 말했다. 이미 토지 계약금 등 상당한 돈을 매도자들에게 지급한 상태여서였다.

어지간해서는 카트가 필요 없는 장보기였는데 오늘은 달랐다. 광어와 연어가 섞인 작은 회 두 접시와 맥주, 소주, 계란을 담았다. 하루를 온전히 술에 취해 보낼 생각이었다.

“따다따다당 따다다다당 따다......!”


브릿츠 오디오에 대학가요제 CD를 넣고 볼륨을 높였다. 광주공고 자취방에서 들었던 노래를 들으며 아일랜드 식탁을 깨끗하게 닦고 회 접시를 올렸다. 혼자 된 후 행적을 기록한 포토북 [Firenze Life] 열여섯 권을 차례로 보며 술잔을 기울였고 어느 순간 취해 쓰러졌다. 스마트폰 배터리는 분리된 상태였다.

명분 때문인지 탐욕 때문인지 구분하기는 어려웠지만, 용인 건축사업은 또 다른 힘겨움을 주고 있음이 분명했다. 힘든 투자를 하며 살지 않겠다고 맹세한 소신을 저버린 결과였다. 그러함에도 시작은 했으니 어떻게든 목적지에는 도착할 것이었다.



https://youtu.be/_XyBrDviWYw?list=PL7IGv76tfCC-VozwgHFXueaG6cr1hJY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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