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건축 실패기
13. 토지 토사 반출 시작
2017년 8월 7일 월요일, 맑음
더위는 하루 사이에 한풀 꺾였다.
기분 전환도 할 겸 인천 피렌체하우스 미분양 세대 청소하기로 했다. 오늘은 1호부터 4호 라인, 다음에는 5호부터 7호 라인을 하기로 했다. 입주 청소에 버금가는 청소를 하고 후속 관리를 위해 세대 현관 비밀번호도 모두 변경했다. 비밀번호는 앞에 8자를 더해, 404호라면 ’8404‘ 식이었다.
청소와 관리 등은 고시원을 두 개 동시에 운영하며 터득한 경험이다. 청소를 마쳤을 때는 11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온몸은 건강한 땀으로 범벅이 되었으나 기분은 좋아졌다.
샤워하고 달아오른 몸을 식히기 위해 ‘술향가’로 향하며 도진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예 형님, 사무실에서 뭐 좀 생각하는 중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도진의 말을 들으며, 인생이 불만인 듯한 표정의 여주인에게 “두부김치에 막걸리 하나, 사이다 하나 주세요.”라고 말했다.
한편, 용인 빌라 동업 건축 현장은 덤프트럭 바퀴에 묻은 흙을 씻는 세륜기와 자바라 형식의 대문과 울타리가 쳐졌다. 도진과 전 소장이 경쟁하듯 사진을 보내왔기에 현장에 있지 않아도 모두 알 수 있었다. 도진과는 건물 평면도와 펜스 품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내일 아침에 가 보겠다.”라고 말했다.
2017년 8월 11일 금요일, 맑음
스마트폰 전화 알림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컴퓨터가 있는 서재로 가 전화를 받았다. 개성신협 안 계장이었다.
“대표님 통화 가능하십니까? 토지 감정가격은 4억1천만 원 나왔습니다. 대출은 감정가의 70% 선인 2억8천 가능한데요, 67% 하면 안 될까요? 그러면 바로 집행 가능하거든요?”
용인 빌라 건축 토지는 분필되어 2개의 사업장으로 가야 했으므로 대출 및 자금조달은 곱하기 2를 해야 했다. 빠듯한 자금이므로 되도록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하지만, 실무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도 필요하기에 그렇게 하기로 했고 도진에게도 알렸다.
“형님, 그러면 돈이 조금 부족한데요? 취득세도 내고 하면...”
그러함에도 안 계장은 그 외에도 대출에 필요한 서류 목록 및 분필 된 토지 번지로 매매계약서를 다시 작성해 줄 것도 요구했다. 내가 토지 매도자와 연락하고 있는 도진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월요일 오전에 자서하고 목요일에 매매 잔금을 지불할 거니 그때 매매계약서 다시 쓰는 것과 근저당 말소는 은행 법무사가 하고 말소비는 매도자 쪽이 내는 것으로 정리해 줘.”
같은 시각, 용인 현장은 현장소장 준열의 지휘 아래 출입구 자바라 철 대문과 덤프트럭 타이어의 흙을 씻어내는 세륜기가 설치되고 있었다.
“김치찌개 하나 주세요.”
나는 부부가 운영하는 분식집에서 김치찌개를 주문했고, 이어 동사무소를 방문해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 신청했다. 인감증명서 2부, 주민등록 초본(주소 전부 나올 것) 2부, 등본 1부. 국세 완납 증명서, 지방세 완납 증명서, 세목별 과세증명, 사업자등록증, 소득금액증명원 등이었다.
나머지 서류는 인터넷에 접속 출력했는데 방배동 아파트 재산세 694,000원이 체납되어 즉시 납부하고 발급받았다. 전년도 소득금액은 1억4천6백만 원이 마이너스였다. 즉 수입보다 대출이자가 더 많이 지출된 것이었다.
“상무님 안녕하십니까? 김경만입니다.”
동진신협 강 상무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네 사장님, 블로그 잘 보고 있습니다. 저희 은행을 뭐라고 하셨더라~”라고 반갑게 맞았다.
“으하하하~ 그거요? 내가 너무 고생해서 책 하나 쓰려고 블로그에 게시하고 있습니다. 전화한 이유는요, 남아 있는 세대를 담보대출로 갈아타려고 하는데 현 팀장이 취급수수료를 너무 세게 불러서 낮춰 주십사 하고요.”
“얼마나요?”
“2% 부르는데 그 이하로요.”
“그럼 1.9% 하면 됩니까?”
“엌! 그렇게 하려면 전화했겠습니까? 1% 이하죠.”
“그렇게는~ 금리는요?”
“4.5?”
“사장님 요금 그런 금리 없어요, 모두 6%대예요.”
강 상무의 말에 내가 “사실 지금 대출된다는 은행은 금리 4.5%, 취급수수료 1% 합니다. 다만 주소를 옮기라고 해서 그게 싫어 전화한 겁니다.”라고 속내를 드러냈더니 “사장님 잠실 건물 파셨잖아요? 주소는 어디로 되어있으세요?”라고 되물었다.
“주소? 방배죠?”
“저희도 잠실 피렌체로 주소를 옮겨야 하는데요?”
“아, 여기도요? 뭐 그렇게 해야 한다면 그렇게 해야죠.”
“알겠습니다. 상의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2017년 8월 12일 토요일, 맑음
여름 더위는 완전히 꺾였는지 창문 넘어 불어오는 바람이 스산했다.
아침이 밝아오자 침실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회색의 금고가 보였고 위에는 남성 화장품이나 향수, 쓰지 않은 콘돔, 양주가 담긴 크리스털 잔도 보였다. 알몸인 남자가 몸을 일으키더니 양주잔을 들어 한 모금 들이키고 컴퓨터가 켜진 방으로 걸어가 스마트폰 전원을 켰다.
“......”
나는 일어났으나 스마트폰은 깨어나지 않았다. 전원을 비롯해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충전기를 연결해도, 배터리를 바꿔도 마찬가지였다. 전화기나 전화번호에 연연하지 않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당장 수리해야 했다.
“두드드드드-------”
잠자고 있던 할리데이비슨 V형 2기통 1,690cc, 로시난테의 심장을 깨웠다. 아침 9시였다.
다행히 삼성 서비스센터는 가까운 작전역에 있었다. 수리기사가 “고객님 이거 보드가 나갔습니다. 수리보다 차라리 새로 사는 게~?”라고 조언했다.
“수리비가 얼마인데요?”
‘어지간하면 고쳐 쓰자’라는 나이기에 물었더니 “16만 원 정도 됩니다.”라고 대답해서 바로 변심했다. 수리기사가 매장 내 위치한 스마트폰 판매 부스를 가리켰다.
“토사 반출 시작했습니다.”
용인 현장소장 준열의 전화에도 의욕은 없었다. 무심한 표정으로 노트북과 선글라스 등 몇 가지 물품을 닥터 백에 담아 호박마차 뒷좌석에 던지듯 두고 시동을 걸었다.
용인 현장은 어제 출입문 및 세륜기 설치를 시작으로 가림막 설치를 시작했고, 40대의 덤프트럭과 두 대의 굴삭기가 흙을 퍼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5M도 넘는 높이의 회색 자바라 대문 위로 “고품격 자연주의 피렌체하우스 신축현장”이라는 간판도 붙여놔 그럴듯해 보였다.
내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토사를 가득 실은 덤프트럭 한 대가 도로에 진입하기 위해 세륜기 위에 올라섰다.
“기이이이잉------”
세륜기가 바퀴를 회전시키며 거센 물줄기를 뿜어내 흙을 씻어냈고 인부 한 명이 빗자루로 적재함 뒤에 묻은 흙을 쓸었다.
“40차 정도 나갔습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반출했다고 하지만 1천 평이 넘는 면적에서는 작은 웅덩이 하나에 불과했다. 가슴까지 자라 있던 풀들도 모두 쓸어 버려 흙밭이 되어 있었는데,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생각하니 다소 심란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동업자 도진은 오히려 마음이 들떠 “이제 내 마음대로 지을 수 있게 되어서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몇 차나 나가야 할 거 같아?”
전 소장에게 물었더니 “6백 차 정도요?”라고 대답했다.
“뭐? 6백 차? 2백 차 정도 된다며?”
“제가 언제요?”
“언제? 확! 이거 어쩐다!!!”
이때 도진이 “형님, (설계사무소) 임 소장이 우리 것과 같은 설계를 한 빌라 보러 가실래요?”라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문책할 사항은 아니어서 그만두고 호박마차에 올라 오산 방면으로 20여 분을 달렸다. 낡은 읍면 시내와 논이 있는 그런 곳에 모던한 빌라 몇 동이 준공을 앞두고 있었고 건너편에도 몇 동의 빌라가 건축 중인 곳이었다.
분양사무실엔 연필로 그은 듯 작은 눈을 가진 중년의 여자가 식탁에 앉아 있다가 긴장하며 일어섰다. 도진이 “임 소장이 설계했다고 해서 구경 왔습니다. 많이 파셨어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이내 마음을 놓았는데, 빌라 내부는 전체적으로 흰색이었고 마감 또한 깔끔했다. 거실 아트월 아래엔 분양가격을 적은 칠판이 놓여 있었다. 같은 평형에도 가격이 조금씩 달랐고 4층은 복층 구조였다.
“아빠가 지으세요.”
여자는 건축업자의 아내라고 밝히며, 다른 곳에 지어 분양하고 이곳으로 와 다시 지어 분양하는 중이었다.
“어쩐지 잘 지었다 싶었어요. 분양자에게 잘해주려고 한 노력이 보여요.”
내 입에서 칭찬이 나왔다. 특히 복층 지붕에 낸 유리창은 밤하늘을 보기 좋았다. 그래서 도진에게 “이거 우리도 해야 해!”라고 말했더니 “형 비싸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건축주 부인이 “얼마 안 해요.”라고 정리했는데, 1천 평의 부지였으므로 앞으로 몇 동을 더 지을 예정이었다. 분양 현장을 나와 돌아오는 길에 도진이 말했다.
“형님 봤죠? 여기 분양가가 1억7천이에요. 우린 승산 있다니까요?”
https://youtu.be/zngizhnkMqs?list=PL7IGv76tfCC-VozwgHFXueaG6cr1hJYc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