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빌라건축 한 걸음 떼기

#디벨로퍼 라이프

by 김경만

3. 빌라건축 한 걸음 떼기



2016년 6월 16일 목요일, 맑음


“띵똥-”


10시에 약속한 현장소장 준열은 시간이 되기도 전에 초인종을 눌렀다. 샤워하는 중이었기에 “샤워 중이어서 옥상에서 기다려.”라고 말했다.


인조 잔디가 깔린 옥상 파라솔 의자에는 준열과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마주 앉아 있었다. 이어, 사내가 “저는 고향이 무안입니다.”라고 소개했는데, 건설업 외에도 배기가스 매연 저감장치를 팔거나 ‘무선 영상신호에 대해 지분이 있다’라는 등 다소 장황했다.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행위였다.


그렇다고 건축에 필요한 자기 자본금을 빌릴 만한 마땅한 자가 없으므로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그리고 사내가 일어서자 준열과 도면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내가 직접 짓는다면 평당 3백만 원 이하로 되어야 하는 거 아냐? 그렇지 않다면 직접 지을 필요가 없지 않아?”


내가 준열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준열이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잡철까지 사다 줘야 한다는 것인데요?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되물었다.


“그런 게 일 아냐? 그래서 몇억을 아낄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는 거지. 안 그래?”

“그래도 300만 원은 힘들고 320만 원은 잡아야 할 것입니다.”

“어쨌든. 그 정도 하면 공사비가 20억 정도 되고 10억 정도 남는데. 그래야 직접 짓는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

“그러면 그렇게 해 보죠?”

“근데 그러려면 나는 현장소장 준열에게 뭘 줘야 하지?”

“뭐 저야 월급이죠. 예송에서 350만 원 받았는데 지금 회사가 어려워서.”라고 말했다.

“그래? 그러면 월급은 5백만 원을 줄게.”


2016년 6월 17일 금요일, 맑음


샤워하고 정신을 차린 후 ‘한국국토정보공사’에 전화를 걸어 “건축을 위해 토지 경계 측량을 신청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상담원이 “소유자분 되시면 바로 신청 가능합니다.”라고 대답하며 주소지의 지번을 검색하는 듯하더니 “소유자가 국제신탁으로 되어있어서 신탁회사의 위임장이 필요합니다. 위임장을 팩스로 보내 달라고 하시면 됩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신탁사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로부터 위임장을 신청하는 양식을 메일로 받고 서명 후 팩스로 보내고 위임장은 한국국토정보공사 팩스로 바로 전송해 달라고 했다.


같은 시각, 현장소장 준열도 움직이고 있었다. 철골, 목수 및 설계비에 대해 “철골과 목수 구하기가 어려운데 다행히 어제 끝난 업체가 있어서 잡아 놓았습니다. 설계사무소는 형님과 동생 하는 사이랍니다. 만났더니 거의 포기한 투로 말하더랍니다.”라고, 어느 정도 협상이 가능하다는 연락이었다. 내가 말했다.


“설계비가 2,800만 원인가 못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설계변경 어쩌고 하면서 좀 구라를 펴더라구요? 그런데 내가 그 내용을 모두 알고 있으니 심하게 장난치지 말라고 하세요? 작년에 만났을 때 1,000만 원 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건설회사에 물어보니 그래도 어느 정도 줘야 한다더라고요? 그러니 얼마는 주고 합의해야겠죠?”

“반만 주고 털고 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공사에 문제없다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그렇게 합시다.”


드럼 연습을 마치고 [연어 시대]로 가면서, 최근 동진신협에서 저축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김영준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과장, 단독주택 마련은 잘 되어가?”

“네. 오늘 중도금 치렀습니다. 잘 계시죠?”

“나야 그렇지. 한 가지 알아보려고. 내가 인천에 토지를 하나 낙찰받은 게 있거든?”

“대충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동안 매매하려고 시간만 버렸기에 이제는 직접 지으려고 하는데, 낙찰 잔금 대출을 한 대한저축은행에서, 공사를 하려면 대환을 해야 한다고 하네? 그러니 담보를 갈아탈 수 있는지 알아봐 줘!”

“건축자금 대출이신가요?”

“꼭 그거 아니어도 되는데?”

“아뇨. 신협에서 건축자금도 4에서 5% 사이로 대출하거든요. 공사비는 얼마나 드세요?”

“한 20억 정도. 자기자본비율이 얼마 정도 인정돼?”
“20%요. 제가 한 번 연결해볼게요. 자료를 이메일로 보내 줘 보세요?”

“알았어. 그렇게 할게!”


젓가락질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천정을 쳐다보았다.

‘땅값 18억, 공사비를 20억 인정한다면~’


1억에서 2억 정도만 마련하면 얼추 자기 자본 비율을 맞출 것 같았다. 결과야 어떻게 되든 첫 삽을 뜨기 위한 몸부림은 계속되고 있었다.


2016년 6월 21일 화요일, 맑음


인천 [피렌체하우스] 건축용 통장의 비용처리를 위해 직불카드를 신청했다. 그리고 현장소장 준열에게 활동비 1백만 원을 송금했다. 통장의 첫 처녀 지출이었다.


은행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 뱅킹과 공인인증서도 발급받았다. 이때 인천 토지에 간 준열이 여러 장의 사진을 문자로 보내고 전화를 걸어와 “사장님, 분위기가 이상해요? 사람들이 막 들여다보고 사진 찍고 그래요.”라고 말했다.


“토지 소유자가 문을 따고 건물을 짓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해요? 보이는 족족 이름 묻고 사진 찍으세요? 업무방해로 고소한다고 하고. 그리고 현수막에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해 떼라고 하세요?”

그렇게 말했는데, 준열이 보낸 사진에는 ‘미친 속도 옥타코어’라고 쓴 커다란 현수막이 토지 휀스 위로 걸려 있기에 하는 말이었다. 나의 겁박이 통했는지 현장소장 준열이 현장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확인한 사람들은 근처 부동산 중개사들이었다. 공사를 하는 것 같아 ‘토지가 매매’ 된 걸로 알고 현장을 보러 온 것이었다.



https://youtu.be/aXD659_Z9cM?si=JbrjcEeR1zZEH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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