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 라이프
2. 건축하기로 했다.
2016년 6월 10일 금요일, 맑음
잠실 피렌체 빌딩에서 도시 외곽 고속도로로 벗어나 안양으로 진입하며 충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백 여인으로부터의 토지 매매에 대한 연락이 없었기에 계약하자고 말했다.
“사장님. 20분 후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결론적으로 계약은 이뤄지지 못했다. 매수자가 ‘양평에 놀러 갔다’라는 것이 이유였다.
한편, 대한저축은행 임 과장은 건축자금 대출에 필요한 자기 자본금 4억 원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4억 빌려주면 잠실 피렌체 빌딩에 근저당 설정하고 분양 후 2억 더 주시는 조건입니다.”라고 제안했다.
“임 과장. 나도 한때 대부 좀 했는데 이건 아닌데?”
“사장님. 이건 투자잖아요?”
“글쎄? 담보 확실한데 이건 아니지? 차라리 짓지 않는 게 맞아! 그리고 조 과장에게 들었는데 도시형생활주택이 이제 허가가 안 나온다고 하네?”
“그래요? 그러면 사장님은 가지고 있다가 파는 게 나을 것 같아요? 6개월 안에 팔리겠는데요? 주차장 파려면 토목 공사비가 3억에서 4억은 더 들거든요. 그러니 사장님은 3억 정도 더 부르셔도 됩니다.”
어쨌거나 임 과장과의 결론은 ‘직접 건축하려면 자기 자본금도 직접 구하는 것이 무조건 낫다’라는 것이었다. 남에게 준 돈은 한 푼도 못 받으면서 빌릴 때는 연 100%에 달하는 이자를 내야 하는 형국이었다. 그러니 빌리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은 당연했다.
2016년 6월 14일 화요일, 맑음
카라멜 마끼아또를 들고 드럼 연습실로 들어갔다가 백 여인의 전화를 받았다.
“사장님. 건축이, 민원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데요? 건설회사가 구청에 들어가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나 봐요? 도로가 지분이어서 진입을 못 하게 한다고, 등기부를 떼어 봤거든요?”
백 여인의 말에 “도로 등기부의 지분권자 사항을 사진으로 부탁합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강도진이 “형님, 뭐 하십니까?”라고 전화를 걸어 온 것도 이때였다.
“너는 어디 있냐?”
“저야 빌라 하나 접수해 앉아 있죠?”
“그렇구나. 나는 인천 토지를 매매 진행 중인데 팬티만 보여주고 있다.”
이에 강도진이 “그러지 말고 형님이 직접 짓지, 그래요?”라고 말했다. “뭐 힘들게”라고 말하다가 “4억만 있으면 PF를 일으킬 수 있는데?”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강도진이 “임 방장 카페에 돈 좀 있는 애들이 있던데 투자하라고 할까요?”라고 물었다. 괜찮은 아이디어였기에 “오호? 그러지 않아도 친구에게 연 12% 줄 테니 빌려달라고 했다. 한 번 알아봐라? 브리핑해 줄 테니?”라고 대답하고 인천에 지어질 건물 그래픽 이미지를 문자로 보냈다. 그러니 드럼 연습은 전혀 할 수 없었다.
인천 도로 지분 공유자들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려고 돌아오며 구청 건축과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자리에 없었다. 메모를 남겨 두었으나 연락도 오지 않았다. 백 여인은 지분권자 4명이 표시된 등기부 등본을 사진으로 보내왔다. 무선 키보드를 끌어당기고 불꽃 타이핑을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귀하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발신인은 인천 34-59 외 5필지 소유자 및 건축주입니다. 늦게나마 지면으로 인사를 드려 송구합니다. 해당 토지는 귀하께서도 인지하고 계시겠지만, 2014. 11. 20. 부동산 임의 경매사건 (2014타경23***)에서 발신인이 낙찰받고 소유권 이전을 완료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토지에 유치권을 주장하는 업체가 있어 업체를 상대로 2015. 2. 16. 부동산 인도명령(2015타기1*** 부동산인도명령) 승소하고 구청에 건축주 명의 변경을 요청하였으나 거부되자 2015. 3. 15. 건축주 명의변경 행정심판청구를 하여 승소하고 구청으로부터 2015. 6. 22. 건축주 명의변경완료 2014-건축과-신축허가-5(2014.01.17)하였습니다. 또한 관련자들에게 형사고발 및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하느라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 공유 토지(인천 34-59)주 여러분께 인사를 드릴 겨를이 없었던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런 이유로 발신인은 이제야 공사를 재개할 준비가 되어 그 사실을 알리며 더욱 아름다운 건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움 부탁을 드리고자 서신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토지와 건축에 대해 공사방해, 음해, 공갈, 사기 등의 행위를 하는 자들이 있다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발신인이 앞장서서 민·형사상 책임을 알게 해 주겠습니다. 아무쪼록 가정에 행복과 화평이 가득하시길 바라며 토지 및 건축과 관련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타이핑했음에도 명문이라고 만족하는 웃음을 흘리며 12장을 출력한 후 안양 4동 우체국으로 가서 “빠른 등기, 반송 필요 없습니다.”라며 접수했다. 그리고 ‘혼자만 감정을 상할 수 없다’라며 충식에게도 전송했다.
잠시 후, 충식이 “민원이 되지도 않는데 민원이 되나요? 뒤에 돼지 새끼가 조종하는 거 같아요. 임(임진태)하고 같이 일한 놈 그 돼지 새끼요?”라며 백 회장이라는 사내를 지칭했다. 백 회장이라는 사내는 내가 토지를 낙찰받자 바지 하나를 내세워 ‘공사비’ 어쩌고 삥을 뜯으려다 혼쭐이 난 적도 있다. 후진 동네의 후진 대가리들이었다.
2016년 6월 15일 수요일, 비
인천 구청 건축과에 전화했더니 담당 공무원이 “건축과 조인영입니다.”라며 바로 받았다.
“인천 34-59번지 토지 소유자 겸 건축주입니다. 건축 사항과 관련해 두 가지 정도 여쭤보려고 전화했습니다. 건축 공사하는데 문제없는 거죠?”
“글쎄요, 뭐! 사실적으로 그 땅이 민원이 많은 곳이잖아요?”
“아 저번에 이야기한 지분권자 이야기 말인가요?”
“네. 도로도 그렇고. 공사하시기 힘드실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그래서 공사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것을 이야기한 거고요. 실제로 문의가 많이 왔어요.”
“그런 거야 공사를 하면 다 발생하는 거고. 손해를 보게 하면 손해배상 해서 받으면 되는 거고. 여기까지 올 때 그냥 온 것은 아니니까요? 문제는 행정적으로 문제가 있느냐 이겁니다.”
“저희야 뭐 행정적인 문제가 있겠어요?”
“그러면 공사하는 데는 행정적인 문제가 없다 이거죠?”
“그렇죠. 그러면 공사를 하실 거죠?”
“그렇습니다. 그래서 알아보다 공사가 어렵다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기에 깜짝 놀라 전화를 한 것입니다.”
“어제 방문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공사를 하시려면 철근이랑 그런 게 오래되어 녹을 잘 벗겨야 하실 거고, 드라이비트는 화재에 취약해서 설계변경이 좀 들어가야 할 것 같고요. 그 정도죠?”
“그러면 도로 지분권자가 나까지 포함해 4명이 있는데, 누가 그랬어요? 어제 내용증명을 보내긴 했습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공사를 한다. 많은 도움 바란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누군가요?”
“그런 것은 저희가 알려 드릴 수 없고요. 설계사나 시공사를 바꾸려면 설계자 포기각서가 필요할 수도 있어요? 꼭 바꿀 필요 있나요?”
“설계사요? 여건만 맞으면 함께 일하도록 할 것입니다. 나도 욕먹으며 사는 것 좋아하지 않거든요.”
건축 담당 공무원은 ‘보이지 않는 민원’을 이유로 각자의 이득을 위한 포석을 하고 있다고 보였다. 하지만 상대방은 일반 건축업자와 전혀 다른, 스마트하고 법리를 잘 아는 건축주 나! 그래서 담당 공무원은 “선생님이 법을 잘 아시고 계시니까 그런 것은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되지만~”이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당연히 모든 통화 내용은 녹음되었다.
현장소장 준열도 전화를 걸어와 “언제쯤 공사를 시작하려고요?”라고 물었다.
“지금 당장 있는 돈으로 시작하고 부족하면 중지하지 뭐!”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건설회사와 설계사 만나고 철근 업자 수배해 볼게요?”
사람을 모으고 돈을 모아서 작게라도 시작하기로 했다.
도화선에 불이 붙고 있었다.
https://youtu.be/OJBVg7unwGo?si=cRIy4ThOURqbRjp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