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우리, 잘하고 있는 거지?

#동업건축 실패기

by 김경만

5. 우리, 잘하고 있는 거지?


2017년 9월 21일 목요일, 맑음


용인 빌라 건축 공사비 중 6천5백만 원이 돌았고 6천만 원을 더 송금했다. 도진은 대구까지 내려가 주택 건설업 교육받고 상경하는 중이었는데, ‘대출이 너무 많이 되어 자료 맞추는 일이 힘들다’라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2017년 9월 25일 월요일, 맑음


용인 빌라 건축 4개 동 중 2개 동은 1층 바닥 기초를 쳤고 나머지 2개 동은 진행 중이었다. 전 소장의 보고에 의하면 수요일에나 레미콘 타설이 가능할 것 같았다. 타설이 끝나면 감리의 현장 확인을 거쳐 1차 기성금 10억 원이 지급된다. 그러므로 도진은 각각 사업장에 대해 5억 원의 지출 자료를 맞추느라 여념이 없었고 “토목 설계비 등 지급해야 하니 신우건설에 2,495만 원 송금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당연히 [피렌체하우스] 사업자 계좌에서 이체했다. 그러므로 자기자본금 3억5천만 원 중 기지급된 금액을 인정하면 1억 정도만 더 은행에 지급하면 될 것 같았다. 자금난이 완전히 풀리는 조짐이었다.



2017년 9월 26일 화요일, 맑음


라디오의 시보가 울렸다. 9시였다.


“사장님 아침 일찍 죄송합니다. 이자가 입금되지 않아서.~”


대한은행 직원의 전화를 받았다. 곧장 컴퓨터를 켜 안양 [피렌체하우스] 대출이자 560만 원을 송금하고 문화은행 계좌에서 1억6천만 원을 만국은행 마이너스 통장으로 이체하고 AIA 보험사에 전화를 걸었다.


“보험약관 대출금을 상환하고 싶습니다.”

“고객님 1,500만 원, 아 죄송합니다. 1억5천만 원 있으신데 얼마 상환하시려고 하시나요?”
“전액요!”


연 이율 9%의 보험사 약관대출금은 1억5천만 원이었다.


2017년 9월 27일 수요일, 흐리고 오전 비

오른손목에 감긴 롤렉스 서브마리너 시계를 보고 카메라 가방을 챙겼다. 용인 현장은 4개 동 중 2개 동에 대해 1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 중이었고 이미 타설을 마친 2개 동은 1층 벽체 거푸집을 조립하고 있었다. 금요일 1차 기성금 자료를 맞추는 일과 하도급 업체 선물 준비하던 도진이 오후 2시가 되어도 나타나지 않는 동업자 건축주에게 전화를 걸어 “언제 오실 거예요? 곧 끝나갑니다.”라고 독촉했다.

빨간 벤츠 스포츠카가 고속도로에 올라 용인 방향으로 달리고 있을 때였다. 다시, 도진이 “형님은 작년에 선물은 어떻게 하셨어요?”라고 물었다.


“선물? 그런 거 없었어. 난 그런 거 안 해.”

“그러시니 전 소장이 건축주님은 일체, 안 하신다고 하더라구요? 하여간 이번에는 제가 준비했습니다. 전 소장은 50만 원 넣었어요.”


모든 것을 아끼고 불필요한 지출에 대해 극도로 예민한 나보다 어쩌면 도진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도진이 “돈은 지금 드릴까요?”라고 물었다. 건축 공사비 종잣돈으로 써 버린 현금을 다시 확보하는 중이었다. 도진이 벤츠 SLK 로드스터 트렁크에 5만 원권 여섯 다발이 든 쇼핑백과 햄 선물 세트를 실었다. 보고 있던 내가 “뭐 하러 내 것까지 샀냐?”라고 물었다. 도진이 “그럼 제가 가지고 갈까요? 비용이니 살 때 같이 사는 거죠. 그리고 이거는 아내가 형님 드시라고 만든 겁니다.”라고 말했는데, 돈다발이 든 쇼핑백 안에는 동그란 플라스틱 그릇에 뭔가가 담겨 있었다.


“고맙다고 전해라!”


레미콘 타설이 빨리 끝났다. 목수들은 나머지 작업을 했고 공동 건축주는 술을 마시러 현장을 떠났다. 두 대의 벤츠가 구불구불한 국도를 훑으며 앞으로 달렸다.

도진이 유흥비 출금을 위해 은행에 들려야 하므로 내가 먼저 일식집 ‘석천’에 도착해 1번 룸으로 들어갔다. 곧 뒤따라 들어온 도진이 자리에 앉으며 “얼마짜리 드실래요?”라고 물었다.


“3만5천 원.”

“오늘은 주방장 추천으로 5만 원 드시죠?”

“그래? 그러자.”


‘석천’은 가성비가 훌륭한 식당으로 3만5천 원도 나쁘지 않았는데, 모든 것이 잘 진행되고 있으므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옆트임 치마 때문에 허벅지가 더욱 섹시해 보이는 여종업원이 맥주를 먼저 내왔다. 내가 젓가락을 집으며 “어제도 회였다!”라고 말했다.


“흐흑, 그러셨어요?”


그러함에도 회는 맛있었다. 아니 회보다 꾸밈이 좋았는데 곧 배가 불렀다. 도진이 “2차 가셔야죠? 저기 길 건너편인데 걸어가기엔~”라고 말하며 거리를 가리켰다. 걸어갈 만한 거리로 보였기에 “소화도 시킬 겸 걸어가자!”라고 말하고 새로 지은 건물의 분양성과 상권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도착한 곳은 사쿠라 호텔 룸싸롱이었다. 어린 상무가 생글거리며 맞이했다.

“너 룸싸롱 황제 경식이 알어?”


물론 조무래기들이 알 턱이 없었는데, 룸 상무는, 중고등학교 시절 골목에서 놀다 빠지게 되는 직업이다. 치열하게 공부 따위는 하지 않아도 돈 좀 만진다고 생각하고 뛰어드는 업소 일로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일찍 동네 오빠들과 물고 빨고 하다 스무 살이 넘어 프로의 세계에 입문하는 것이 코스다.


열 명의 여자 중 간택 당한 두 명의 여자도 같은 사례로 ‘친구 사이’였다. 내가 “누가 먼저 여기 오자고 했어?”라고 물었다. 한 여자가 “우리 말고 다른 친구가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내가 “갸가 먼저 꼬셨구나? 돈 많이 번다고?”라며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아직 골격도 다 자라지 않은 몸은 손목부터 싸구려 문신이 가득했고 등짝도 그림판이었다. 차라리 강남 ‘텐프로’에서 만난 여자가 그랬다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정신이 성숙하지 못한 치기 어린 과거의 행동으로 인해 변두리 술집이나 전전하며 살아가야 할 앞날이 슬플 터였다.

그러함에도 그녀들은 다리 꼬고 줄담배를 피우며 조금 반반한 얼굴만 믿고 몇 년간은 행복해할 것이었다.

“고향을 떠나 오던 나알- 그으날이 어언제여었던가아아아-”


노래방 기기는 아주 거지였다. 싸구려 양주 마시고 히히덕하는 공간에 맞는 음향이었다. 어린 상무가 “추가 넣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지 말지 그랬어?”

“형님이 노래를 더 하시고 싶어하시는 거 같아서요.?”


1시간 추가에 1인 테이블 비 15만 원이었으니 30만 원을 더 썼다. 노래 두 곡 정도 더하고 마이크를 내려놓으며 “다음부터는 추가하지 마라. 이런 데서는 딱 이만큼 놀고 가면 되는 거야.”라고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2017년 9월 28일 목요일, 맑음


서재 의자에는 어제 입었던 바지와 재킷이 걸쳐 있고 거실 바닥에는 5만 원권 다발이 들어있는 쇼핑백과 카메라 가방이 널브러져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기력한 아침을 맞이했는데 저축은행 김영준 과장의 전화 때문에 샤워해야 했다. 어제, 저녁 늦게 건강보험료 영수증을 팩스로 받더니 오늘은 새로운 서류를 부탁했다.


“사장님, 개성신협 대출도 있으신데 그건 결제 올릴 때 없던 항목이었으니 동진신협 부채 증명서를 받으면 유리할 수 있겠습니다. 가까운 은행에 가셔서 본인 확인하시고...”


샤워하며 ‘대출금이 19억 원이든, 1억4천만 원이든 수고로움은 같다’라고 생각하고, 가발 모자를 뒤집어쓰고 벤츠 SLK 로드스터의 가속 페달을 밟아 개성신협에 도착했다.


신협은 자체 행사가 있는지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뭔가를 열심히 옮기고 있었다. 이때, 업무차 방문한 법무사 직원이 나를 알아보고 “사장님 뭔가 젊어지셨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어, 모자 하나 샀어.”라고 대답하고 안 계장에게 방문한 목적을 설명했다. 그렇게 안 계장의 도움으로 동진신협이 저축은행 김영준 과장에게 직접 팩스를 보내 일을 처리하도록 했다.

그러나 저축은행 대출은 결과적으로 ‘부결’에 가까웠다. 김 과장이 미안해하며 “건축업자의 미분양물량이라고 대출금도 낮추고 금리도 7% 이상 받으라고 해서요. 그래서 이건 아닌 거 같아서 다른 은행 연결시켜드려도 될까요? 지점장을 알거든요.”라고 말했다. 인천 [피렌체하우스] 28세대에 대한 재산세 및 방배동 아파트 재산세 납부를 위해 키보드를 토닥거리던 내가 말했다.

“괜찮아요,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새로운 은행과 연결하면 또 서류 주고 하는 거 싫은데?”

“그럴 수는 없죠, 제가 서류 그대로 보냈습니다. 되면 그냥 만나시면 됩니다.”


먼저 공사비로 회전시킨 자금 중 3천만 원이 만국은행 개인 계좌로 입금되었다. 통장 및 자금관리를 하는 도진이 “형님 돈 입금했습니다.”라고 알려왔다. 이에 내가 “신우건설 김 대표도 돈이 되냐고 전화 왔더라. 얼마는 해 줘야 할 거 같은데?”라고 말하자, “얼마나 할까요? 천만 원할까요?”라고 되물었다.


“글쎄. 나도 3천이 남아서 그것도 줘야 하는데, 내일 자기자본금 맞춰보고 생각해보자?”

통장의 잔고는 2억3천만 원에 불과했다.




https://youtu.be/dg4htmORsBs?list=PL7IGv76tfCC-VozwgHFXueaG6cr1hJY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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