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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Apr 08. 2024

"어제 전화기 꺼져 있던 데?"

[연재] 55. 이혼 31일 차

55. 이혼 31일 차,          



“어제 전화기 꺼져 있던 데?”     


2014년 3월 31일 월요일 맑음       


  방바닥이 절절 끓었다.

  ‘바닥에 자겠다’라며 보일러 온도를 높인 탓이다. 처남이 전화를 걸어올 때도 이때였다. 어제 막내 처남에게 전화를 걸어 “(지하실에 둔) 연장을 챙겨가라”라고 말했더니 형을 보낸 것이었다.      


  함께 지하실로 내려가니 목수들은 작업준비 중이었다. 그중 한 목수가 “커피 한잔하세요?”라고 권했다. 공사는 목공 마지막 작업으로 무대와 화장실 통로를 구분하는 난간을 철로 만들어 세웠고, 벽에 길게 붙이는 붙박이 책상도 튼튼하게 조립했으며, 테라스 난간도 완성되고 있었다. 한 소장은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눈에 거슬렸던 부분을 정리했는데, 에어컨과 연결되어 튀어나온 무대를 반듯하게 잘라내는 것 또한 그랬다.      


  지하실을 나와 고시텔 공용주방으로 올라가 김치를 정리하고 쌀도 채워놓았다. 그런 후 밥을 한 공기 퍼 옥탑방으로 올라왔다. 어제 방송대 스터디 후 함께 술 마시느라 집에 온 재현이 “출근합니다”라고 말하며 돌아갈 때도 이때였다. 식탁에 집에서 가져온 반찬을 차리고 식사했다. 커피는 재고가 없어서 마시지 못했다.     



  “어제 전화기 꺼져 있던데?”


   여자가 전화해 물었다. 그가 “연극을 보느라 껐어.”라고 대답했는데 뒤끝이 개운하지 않았다. 섹스 한번 했다고 또 마누라 노릇 하려는 것처럼. 이게 흔한 여자들의 착각인가! 그렇지 않아도 여자의 명의로 된 가스총 면허세를 납부하려고 위택스에 접속해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불발되었다. 결국 세금 담당자와 통화를 했는데 “3월 18일 자로 납부되었습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여자가 납부한 걸 모르고 고지서를 가져온 것이었다.      


    

  인천 빌라 건축 부지 소유자이며 채무자인 염 사장의 전화도 있었다. “사장님, (토지를) 경매를 넣으셨네요?”라고 묻고는 “돈을 빌려 갚으려고 했는데 경매가 들어간 것을 알았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그가 “(빌라) 건축한다고 해서 돈을 빌려주었는데 한 삽도 뜨지 못했고, 그로 인해 몇 달 동안 이자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세월만 갔네요. 그래서 경매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일전에는 PF가 된다고 해서 믿었었습니다. 돈은 한 5억 정도 지불하면 될까요?”라고 되물었다.     


  호, 영감님 계산법 봐라! 사채업자를 아주 굶겨 죽일 작정이다. 추석 전에 토지매입 자금을 빌려 갈 때는 달콤한 옵션을 주더니 이제는 혼자만의 이자를 계산하고 있다. 그는 ‘서류를 봐야 압니다. 금액을 알려 드리겠습니다.’라고만 말했는데, 염 사장은 돈을 마련할 수 없음에도 특유의 ‘가오’를 잡으려 했다.      


  염 사장은 그저 토지를 매수할 때 명의만 대여해 주는 바지로 끝났어야 했는데, 자신의 지분확보를 위해 되지도 않을 구멍에 귀한 1억 원을 밀어 넣은 것이 ‘화근’이 되었다. 아마도 그가 자신 명의의 토지 ‘소유권을 넘겨달라’라고 요구하자 ‘이 땅이 돈이 되는구나’라고 지레짐작하고 농협 연체이자 등을 갚았다. 

     

  이것은 염 사장의 오판이었다. 그가 인천 토지 소유권을 가져오려는 이유는 손해를 줄여보자는 의도 그 이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는 원금과 이자를 받아도 좋고, 토지 소유권을 넘겨받아도 좋은 꽃놀이패를 쥔 형국이었다.         


  

  인현동 담배 가게 건물 경매 보정명령도 베드로가 뛰어다녀 해결하고 있다. 토지대장 등을 가지고 올라왔는데 ‘하나의 번지에서 3번에 걸쳐 필지 분할이 이뤄졌고, 그 결과로 건물과 토지의 지번이 분리되었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무가 영월에 갔다고 하니 오면 정리해서 사장님 명의로 보정서를 법원에 접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사장님, 학생들과는 공부만 하십시오.”     


 베드로의 말에 그가 어제 새벽 이야기를 꺼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반성하고 있습니다. (대부업) 이건 아니다 싶네요. 공부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이에 베드로가 “아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러나 거기에 제가 지금 소금을 좀 쳐 본다면 그건 아닙니다. 각이 안 나옵니다”라고 말했다. 공부는 공부일 뿐, 돈이 되지는 않는다는 비유였다.          



  점심때 처남이 다시 빌딩을 찾아왔다. 아침에 가져간 사다리가 목수용과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확인하지 않고 집어준 그의 잘못이었는데, 오늘 목수가 철수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가져와야 했다. 두 사람은 [전주집] 식당으로 가서 선지해장국을 먹었다. 세무를 담당하는 [세무법인 정상] 최 과장이 전화를 걸어올 때도 이때였다.           


  “기장 부기 계약서를 보내야 했는데 못 보냈네요. 그래도 이번 달부터는 기장료를 주셔야 하기에 세금계산서를 발행합니다.”     


  고시원과 대부업, 두 회사의 기장료 월 22만 원이었다. 곧바로 지급한 이자 원천징수 내역을 이메일로 보냈는데, 대부업의 사업소득은 ‘0’ 원이었다.     


      

  고시텔 205호 입주자가 ‘화장실 배수가 잘 안 된다’라고 전화했기에 방문해 배수관에  낀 이물질을 제거해 주고 공용주방에서 밥 한 공기를 퍼 왔다.     

 

  볼보 자동차 종합보험은 주행거리 7천 km 이하였기에 납부한 보험금 일부를 돌려주었고, 지하실 인테리어는 목공 부분이 완전히 끝나 모양을 드러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노래방기기를 검색하던 중에 용산의 한 업체를 알게 되었다. 피로가 몰려올 때도 이때였다. 노래방 기기 업체는 어느 날 방문하기로 하고 잠을 청할 생각으로 동영상 [고전의 이해]를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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