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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Apr 15. 2024

씨앗은 어두움 속에서 싹트지

[연재] 58. 이혼 34일 차

58. 이혼 34일 차, 



씨앗은 어두움 속에서 싹트지     

     

2014년 4월 3일 목요일 흐리고 오후에 비     


  식탁에 달콤 쌉싸름한 민들레무침과 봄 쑥국이 올라왔다. 

  여자가 차려 준 밥을 먹고 지하철을 이용해 빌딩 아지트로 돌아와 법률사무소 사무장 선무가 보내온 경매 진행사건 보정서를 다운로드하여 프린트하고 토지대장도 첨부해 재판부에 제출할 준비를 했다.      


  또한 집에서 컬러 프린터기로 출력한 고시텔 광고 문구도 칼로 오렸고 깜빡이기 시작한 방 형광등을 교체했으나 안정기가 불량이라는 판단에 옥션에서 구매했다. 옥션에 접속한 김에 태양광을 이용해 작동하는 모형 CCTV도 구매하고 LED스탠드도 딸이 사용할 것까지 두 대를 구매했다. 그동안 조도가 낮아 어두웠기에 면학 분위기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지하실은 ‘다목적 문화공간’이라는 문구로 전시회 / 영화 촬영/ 단체모임 / 파티모임 등 안내문을 붙이기로 했고, 입구 사진에 포토샵으로 글을 써 무빙 디자인에 이메일로 보냈더니 “어떻게 그렇게 잘하셨어요.”라는 한 소장의 감탄이 들렸는데, 지하실 입구는 옆 건물의 쓰레기가 자주 쌓였기에 이곳에 ‘쓰레기봉투 배출금지’라는 안내문과 옥션에서 구매한 가짜 CCTV를 붙일 생각이다.     


 

  오후가 되어갈 즈음 가볍게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었다. 건물 입구에 붙일 광고 문구를 코팅하려고 나갈 즈음이었다. 하는 수 없이 주저앉았고 비가 그치자 외출했다. 홍천군 수렵비 반환을 위한 팩스를 보내려고 [N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들렸으나 문이 잠겨 있어 바로 문구점으로 향했다. 코팅과 팩스비로 4,000원이 들었다.      


  광고 문구를 빌딩 현관에 붙이고 방송대 중간과제물 작성을 위해 표지를 만들었다. 표지를 만들었다는 것은 마감 이전에 과제물이 작성된다는 이야기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는 사이 베드로가 방문했다.     



  베드로의 방문이 있기 전, 그는 [대부업 협회]와 [세무사 사무실]에 법인설립 절차에 대해 문의했다. 대부업을 개인사업자로 하고 있기에 [대부업 협회]에 대부업 교육을 받지 않고 법인설립이 가능한지에 대해 문의했더니 “아닙니다. 다시 교육받아야 하고요, 개인사업자는 법인설립 후 폐업하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먼저 폐업하면 1년 동안 신규로 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알려주었다.      



  베드로는 두툼한 서류 봉투를 내밀었는데 공주시 유구읍 토지 관련 서류였다. 그가 서류를 내려다보며 “이 건을 하면 이익이 얼마입니까?”라고 물었다. 베드로가 “한 바퀴 돌리고 3천만 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3천만 원을 벌기 위해 법인을 만든다? 별로 실익이 없네요!”     


  그는 즉각 거절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법인을 만들지 않은 이유가 ‘번 돈을 내 맘대로 쓰자’라는 것이었기에 아마, 법인설립은 요원할 것이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인천의 채무자 문제였다. 채무자는 그가 진행한 경매를 막기 위해 다른 채권자를 찾았다. 하지만 그쪽에서 ‘10억 원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이자 외에 수수료 1억 원’을 제시해서 좌절하고, 베드로에게 ‘10억을 받고 그대로 가는 것이 어떤가?’라는 제안을 한 것이다. 베드로의 말을 전해 들은 그가 말했다.      


  “그냥 경매로 진행하죠? 나야 꽃놀이패를 쥐었으니 후달릴 이유가 없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한다면 10억을 받는 조건으로 진행할 수도 있고요.”     


  그렇게 두 사람은 대화를 진행했으나 내면을 흐르는 보이지 않는 기류는 있었다. 그가 “밥이나 먹으러 가죠?”라고 말하며 일어섰다. 아침 식사를 일찍 한 탓인지 배가 고팠다. 베드로가 “제가 살 테니 보신탕이나 드시러 가시죠? 소주도 한 잔 하시고요?”라고 말했다. 이에, 그가 “보신탕 안 드시잖아요?”라고 되묻자 “아닙니다. 먹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되어 그들은 보신탕 식당에 앉았고 이어 주문한 수육과 술이 나왔다. 베드로가 그의 술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사장님, 채무자들에게 사장님이 계신 곳을 너무 쉽게 오픈하면 안 됩니다. 다른 게 아니라 귀찮기 때문이지요. 약간은 뭐랄까, 거리가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다면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가 ㅇㅇ아트빌에 사는 낙찰자를 생각했다. 방배동 ㅇㅇ아트빌 주민 중 한 사람이 안양역 앞 건물을 낙찰받자 분양피해자들이 버스를 타고 상경해 시위했었다. 그때 그는 ‘경매하려면 주소지를 이해관계인이 찾아올 수 없는 덕적도 정도로 옮겨야겠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낙찰받지는 못했지만, 덕적도 빌라를 입찰하기도 했었다. 오늘 베드로는 그때의 깨우침을 되새겨주고 있었다.     

 

  그래서 “맞습니다. 저도 압니다. 논현동 부동산 중개사도, 신사동 채무자도 집으로 직접 찾아온 적이 있지요. 그런데 다른 동네로 가면 재산 때문에, 세무조사 등 귀찮아서 이사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후로 오피스텔 하나 낙찰받아 주소를 옮기겠습니다”라고 대답하자, “맞습니다. 송달만 받으면 되잖아요”라고 맞장구쳤다. 그도 “네. 크게 놀려면 틀을 만들어야지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라고 진심으로 감사했다.     



  씨앗은 어두움 속에서 싹튼다고 했다. 그는, 그의 마지막 안식처인 도봉산 토지에 대한 블로그의 글을 비공개로 바꾸었다. 그곳이 마지막 안식처이며 안가로 만들 생각이기에! 그런 후, 지하 홀에서 사용할 노래방기기와 프로젝터를 중고로 알아보다가 업자와 통화를 했다. 업자가 “월요일에 방문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니, 월요일에 업자의 견적을 보고 신품과 가격 차이를 고려해 결정할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또 반성했다.      


  ‘(가슴 떨리지 않는) 중고는 더 이상 사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러함에도, 월요일 날 업자의 견적을 받아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기에 주소를 문자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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