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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Apr 13. 2024

이혼했는데 결혼식 주례?

[연재] 57. 이혼 33일 차

57. 이혼 33일 차,           



이혼했는데 결혼식 주례?     


2014년 4월 2일 수요일 맑음      


  한 가지 일에 몰두하고 결과물을 도출해 냈을 때, 투여된 역량만큼 휴식이 필요하다. 

  부동산 경매 투자도 그렇고 글쓰기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다. 그가 새벽까지 스터디 발표 글을 작성하는 것도 그랬다. 자료를 만든 후 스터디 카페에 업로드하고 얼음 잔에 드라이진과 토닉워터를 부었고, 석 잔쯤 마시고 잠들었다.     


  방전상태는 오늘도 계속되었다. 그러함에도 공부는 좋았다. 젊었을 때 읽었던 ‘사기’의 저자 사마천이 ‘사기’를 쓰게 된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었으며, 키케로의 수사학에 대해 맛을 봤고, 플라톤의 ‘국가’를 이해했으니 말이다.      


  샤워 후 ‘공사안내’ 프린트물을 출입구에 붙이고 고시텔 공동주방의 밥솥을 열었다. 밥은 딱 한 숟가락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 먹은 사람이 밥을 짓기 싫어서 남긴 것이었다. 그가 잔밥을 버리고 쌀을 씻어 밥솥을 앉혔다. 그런 후, 지하실로 내려가 공사 현장을 확인했는데, 페인트를 바르기 위한 밑 작업이 한창이었고, 사용하려던 의자는 이미 오염되어 버린 후였다.     


  “의자를 쓰려고 했는데 오염되었다 야~.”     


  그의 말에 엎드려 방부목에 나사 못질하던 한 소장이 미안해했다. “나중에 방석 하나 덮지 뭐!”라고 덧붙였는데, 행사하려면 식탁보와 의자 커버도 맞춰야 하기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고 간판 시안에 대해 고민했다.      


  간판 시안은 의외의 곳에서 답을 찾았다. 베드로가 “사장님, 인천 것 5억 5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정리하시죠?”라며, 빌라 건축 시행사 임 사장이 “5억 5천이라면 정리해 줄 수 있으니 사장님과 이야기해 보라고 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그가 금고를 열어 채권 서류를 꺼내 책상에 펼치고 “얼마인지는 알고 합의를 봅시다”라고 말한 후 계산기를 두들겨 이자를 구하더니 “경매비 5백 더 얹어 5억 5천5백만 원에 하는 것으로 하시죠?”라고 결정했다. 이에 베드로가 “네. 오후에 답을 주겠습니다. 이런 일은 뜸을 조금 들여야 하잖아요. 그리고 NPL(은행이 돈을 대출해 주었으나 3개월 이상 이자를 연체한 부실채권)를 좀 떠올까 합니다. 한 열다섯 개 정도 되는데 단기간에 조금 먹을 것 같습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NPL를 거래하려면 ‘대부업 법인’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오후 늦게 알고 법인 설립에 대해 고민했다. 그가 법인을 설립하지 않은 이유는 자본금을 맘대로 쓰기 위함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웃트 라인이 나오면 (법인) 만들던지 해 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는데, 결정을 내릴 때는 스터디 모임이 막 끝나고 뒤풀이 자리로 이동할 때였다.      


  오늘도 스터디는 새로운 참여자가 나타났다. 7명의 학우가 강남역 예인스페이스에서 스터디를 했고 뒤풀이는 1학년까지 참여했다. 특이한 사항은 1학년 스터디에 처음 나온, 몸이 아주 건장한 여인네였다. 그녀는 서른여섯 싱글이며, 정치부 기자라고 소개하고 2차까지 남아 있었다. 그래서 청진기를 들이댔더니 “친구가 ㅇㅇ(구청 지역) 신문사 대표이고 저는 그곳에서 정치부 기자를 하고”라고 말했다. 그래서 청진기를 회수했는데, 과도한 스킨십, 자신을 드러냄, 뭔가 있다는 것을 말로 표현함을 즐겼다. 그래서 결국 1학년 ㅇㅇ의 결혼식에 ‘축가를 부를 가수 누구를 불러온다’라고 말하게 되었고, 그가 전화까지 통화하게 되었다. 참, 이 자리에서 ㅇㅇ은 다시 한번 주례를 부탁했다.    

  

  “나 이혼했다. 그래도 괜찮겠냐?”

  “괜찮아요. 모르는 사람 주례로 세우긴 싫어요. 그러니 해 주세요.”

  “알았다. 분명히 고지했다. 그래도 내가 주례하면 20년은 (결혼해) 산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 하!”

  “안 돼요. 저희는 백년해로할 거예요.”     


  술자리는 지하철이 끊어지는 시간까지 이어졌다. ㅇㅇ신문 정치부 기자(?)가 먼저 갔고 그와 성우를 하겠다는 ㅇㅇ, 1학년 팀장 ㅇㅇ, ㅇㅇ 등이 남았다. 계산을 마치고 술집을 나서며 다가오는 택시를 세워 타고 여자가 사는 방배동 아파트로 향했다.      


  여자와 연어회를 안주 삼아 와인 한 병을 다 마셨다. 그리고 달콤한 사랑의 행위를 했다. 이별로 인한 아픈 가슴의 상처가 아물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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